▶ 아주부동산 샘 정 대표와 브라이언 황 사장
▶ 상업용 부동산계 라이벌 영입해 새 팀 뭉쳐…‘호형호제’ 리더십… 형님·아우의 ‘끈끈한 동행’
1세대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인 아주부동산의 샘 정(왼쪽) 대표와 브라이언 황 사장이 손을 맞잡고 한인타운 경제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아주부동산’ 대표 샘 정(한국명 정윤삼)씨와 ‘럭키부동산’ 사장 브라이언 황(한국명 황인수)씨는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랜 라이벌이자 사석에선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다. 나이는 1951년생인 브라이언 황씨가 1955년생 샘 정씨보다 4살 많지만 부동산 경력은 정씨가 살짝 앞선다.
그런데 얼마 전 정씨가 황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수형. 나하고 같이 일합시다. 그동안 갈고 닦은 형의 경험이 필요해요.”
마침 은퇴를 고려하고 있던 황씨는 정씨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서 26일 샘 정씨가 아주부동산의 창업자(Founder)이자 대표(President)를 맡고, 브라이언 황씨가 새 사장(CEO)이 됐다. 앞으로 정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만 전념하고, 황 사장은 아주부동산이 관리하는 40여개의 프로퍼티 매니지먼트를 책임질 계획이다.
1972년 이민 온 샘 정 대표는 대학을 중퇴하고 가발 세일즈맨이 됐다. 어려운 경제 형편 때문에 당장 먹고 살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팔기도 했다. 가발회사와 여행사에서 탑 세일즈맨으로 인정받았지만 생각보다 돈이 벌리지 않았다. 1978년 연말 저녁. 쓴 소주 한잔을 삼키며 허탈한 마음을 달래던 정 대표의 시야에 LA다운타운의 고층빌딩이 눈에 들어 왔다.
“바로 이거다 싶어 서둘러 부동산 에이전트 라이선스를 따고 미국 부동산회사에 들어가 1년만에 실적 1위를 기록했죠.” 그것이 지난 1981년 지금의 아주부동산을 창업한 바탕이 됐다.
브라이언 황 사장은 흑인 밀집 거주지역인 볼티모어에서 대학을 다녔다. 1980년 LA로 이주해 ‘한국프로퍼티’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흑인들과 학교를 같이 다니다 보니 제 영어가 완전 흑인이 구사하는 영어였어요. 덕분에 사우스 LA에서 프로퍼티 매니저로 일할 때 ‘너는 우리의 진정한 브라더’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부동산 라이선스를 취득한 황 대표는 대형 상업용 부동산회사에 들어가 하루 100통의 전화를 돌리고, 50곳의 문을 두드리며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한군석 회장이 창업한 럭키부동산에 합류했고, LA 폭동이 일어났던 1992년 회사를 인수해 사장이 됐다.
1세대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로 각자 회사를 운영하며 한 때는 경쟁관계였던 황씨가 정씨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기쁘면서도 걱정이 많았어요. 사석에선 누구보다 친한 사이지만 윤삼이 아우가 잘 키워 놓은 회사에 누를 끼치면 안될텐데 하는 중압감이 만만치 않았죠.”
샘 정 대표는 한인 은행권에서 경험이 많지만 지금은 은퇴한 데보라 곽(한국명 곽태후)씨에게는 회사 살림을 책임지는 재무책임자(controller)로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 CPA와 변호사를 겸업하다 은퇴한 조나단 성씨에게 고문의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가주외환은행에서 론오피서로 근무했던 데보라 누님은 제가 아주부동산을 막 창업하고 나서 운영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저를 믿고 융자를 해 주셨던 고마운 분입니다. 누님한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일해 결국 다섯 차례의 융자금을 다 갚았죠. 조나단 아우는 아주부동산 초기부터 회계 서비스와 법적 자문을 누구보다 잘해준 은인이고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입니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신용을 가장 중요시한다. 부동산을 관리하다 보면 소유주나 벤더들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한번도 예정일을 넘겨 돈을 지불한 적이 없다. 덕분에 소유주나 벤더들과 수십년째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96년 65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 6가와 킹슬리 코너 아주부동산 사옥을 비롯해 주택, 자동차 등의 융자금 잔액이 제로다. 심지어 뱅크오브호프에서 열어준 라인 오브 크레딧도 꺼내 쓴 만큼 즉시즉시 갚아 한 푼의 빚도 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정 대표와 황 사장에게는 이제 사명감이 생겼다.
“LA 한인타운은 맨 손으로 이민 와 투잡, 쓰리잡을 불사하며 열심히 일한 한인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곳입니다. 이런 한인타운의 소중한 자산이 최근들어 유대인이나 타인종 손에 속속 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쳤듯이 한인 부동산 회사들이 뭉쳐 규모를 키운다면 오히려 한인들이 주류 부동산 시장을 공략해 한인타운의 자산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정 대표와 황 사장은 “한인타운의 자랑스러운 전통과 경제력이 후세들에게 계승될 때까지 우리들의 동행은 계속될 것”이라며 굳게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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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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