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그래도 실제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수 많은 전문가들의 반응도 대체로 놀라움과 걱정 그 자체였다.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발표된 중국공산당의 새 지도부에 대한 평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5년 주기로 새 지도층을 뽑는 게 주목적인 의례적 행사인 당 대회가 이번 20차 대회처럼 큰 주목을 받고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중국은 물론 미중 관계와 한반도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 것도 중국공산당 101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새로운 황제가 태어났다는 말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질 정도로 시진핑의 권력이 엄청나게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시진핑의 일인독재를 막을 세력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다. 중앙 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시의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이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진핑은 황제 못지 않는 절대권력의 소유자가 되었고 그런 정치적 천하통일을 발판으로 해서 앞으로 대내외적으로 강경한 정책을 무리해서 밀어 부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비관론자들의 기우만은 아니다.
권력 구조의 정점에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원 7명 중 시진핑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하나같이 시의 최측근이자 부하들이다. 과거 시가 지방 정부에서 당 서기나 성장으로 있을 때 비서실장이나 이와 유사한 위치에서 시를 보좌했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20기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비서실장 회의 또는 보좌관 회의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이다.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도 다르지 않다. 경제 전문가가 한 두 명 뿐이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합리적 인물이나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화파 인물들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동안 미국과 대화를 주도해온 왕치산이나 양제츠나 루허 같은 온건파들이 자취를 감추고 대신 이념적 대결과 강경 투쟁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전사형 지도자들이 새 지도부의 대외정책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덩샤오핑의 정치적 유산도 이젠 말끔히 정리되었다.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3연임 금지 조항이 한쪽으로 치워졌고 집단지도제는 그 흔적도 찾아보기 조차 힘들어졌다. 특히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들의 모습은 더 이상 지도부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공청단 출신의 상징이었던 리커창과 왕양은 물론 오랫동안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후춘화 부총리가 정치국에서 탈락했다. 내년 봄에 열린 인민대표대회를 보아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정치적으로 매장된 셈이다. 공청단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시진핑의 정치적 가솔이라는 의미의 시자준(习家軍)이 아니면 앞으로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에 진입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제부터 자금성에서 오직 황제가 된 시진핑만이 있을 뿐이다.
황제는 임기가 없다. 장기집권이 아니라 종신집권이다. 그래서 시의 장기집권 여부도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제기되는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마오쩌둥은 83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당 주석으로 종신 집권했었다. 시진핑이 마오처럼 종신 집권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그는 앞으로 14년 동안 권좌에 머물 수 있다. 시의 나이가 올해 69살이니까 2030년 대 중반까지 집권 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농담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진핑이 강조하고 있는 초강대국을 향한 중국몽의 실현과정에서 2030년 대 중반은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35년이 되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강대국이 되어 ‘위대한 중화인민의 부흥’이 사실상 달성된다는 게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의 핵심이다. 공식적으로는 공산당 정권이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이 중국몽이 완성되는 해이고 2035년은 그 중간 단계적 성격을 갖지만 2035년이 되면 중국몽의 달성 여부가 사실상 판가름 난다. 그게 시가 10년 전 총서기로 취임 직후부터 줄곧 강조해온 꿈이기도 하다. 덩샤오핑보다 14년 정도 앞당겨 중국몽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시가 내세우는 장기집권의 명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역으로 그만큼 시진핑이 조급해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걱정스러운 일 중의 하나는 시진핑을 정점으로 하는 시자준이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려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금의 중국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앞으로 경제성장도 낮은 한자리 숫자를 넘기기 힘들다. 금년도에도 5퍼센트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주도해서 도시를 완전 봉쇄하고 그래서 불만의 대상이 되었던 상하이 당 서기 리창이 새 지도부의 총리가 된 것이 그런 비관론을 더 부추기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당대회 폐회사에서 말한 것처럼 시진핑은 입이 마르도록 인민을 위한 인민의 정책을 강조하지만 실제 정책에서 인민에 대한 배려는 단결과 투쟁이라는 호전적 구호에 밀려 한참이나 뒤로 쳐져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대만을 둘러쌓고 전쟁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다. 비관적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코너에 몰린 시진핑이 택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선택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대만 해방은 시진핑에게 위대한 중국의 부흥을 완성하는 마지막 카드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퍼즐이다. 대만 해방이 없는 강대국을 향한 중국몽은 미완성일 뿐이다.
대만의 내부 변화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2,400만의 대만 주민들 중에서 스스로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3명 중 한 명 꼴이다. 매년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5년 후에는 얼마가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마오쩌둥이 혁명을 성공시켜 공산국가를 건설했고 덩샤오핑이 홍콩과 마카오를 되돌려 받는 일을 해냈지만 시진핑은 대만 해방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다. 그런 시에게 대만인의 의식 변화는 대단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난 위험을 각오해야 하겠지만 시진핑이 결심을 하게 되면 대만 해방을 위한 군사작전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만 작전을 담당하는 중국 해방군의 동부전구 사령관이 새 지도부의 군사 정책 결정에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금년 중이라도 중국의 대만 군사 작전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한 해군 제독의 말을 그냥 넘길 수도 없다. 바로 그 제독이 미국의 태평양과 인도양의 군사 작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만 할 수도 없다. 시진핑 천하의 중국이 갈 길은 이번 대회에서 대체로 그 방향이 들어났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적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전쟁을 해도 모두 이길 수 있음을 강조하는 지피지기 백전승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시진핑을 코너로 몰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제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빠져 나갈 길을 열어 놓고 선택의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국제질서 속에서도 중국의 평화적 굴기가 가능하고 중국몽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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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 / 전 주중 대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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