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추진에 신뢰 ‘와르르’…돈줄 막히고 건설업계 휘청
▶ 정치권 ‘네 탓 공방’ 속 최문순 “발길질하다 헛발질” 김진태 직격
레고랜드 사태 해법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 데 이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업체들까지 거리로 나서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경제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최문순 전 지사 시절에도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사업방식을 두고 여러 차례 경고음이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GJC 회생 추진에 따라 공사 대금이 제때 지급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지역건설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우려하며 강원도에 대금 지급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총체적 난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 변방의 회생 신청이 채권시장에 일으킨 나비효과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약 한 달 전인 9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지사는 이날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했던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천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중도개발공사에 대해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판단은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높은 신용도를 부여해왔던 시장의 신뢰를 단번에 흔들어놨다.
지자체의 신용보장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해 투자심리가 한껏 위축됐고, 기업들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돈맥경화'로 이어졌다.
신용으로 돌아가는 채권시장에서 '믿을 곳이 없다'는 불신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하자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에 나서는 등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됐다.
김 지사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중앙정부까지 대책 마련에 나서자 채무보증 지급금 2천50억원을 예산에 편성해 내년 1월 29일까지 갚겠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당분간 사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최선인 줄 알았던 '치명적 오판'…최문순 "발길질하다 헛발질"
강원도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데에는 지휘부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취임 이후 전임 도정에서 추진한 레고랜드와 알펜시아 사업과 관련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에 도는 검토 끝에 '회생 신청'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채권시장 자금 경색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도는 자금 경색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억울한 부분도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회생 신청을 발표할 때부터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며 "보증채무 회피 의사 표시를 안 했기 때문에 채권시장 자금 경색 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강원도의회의 도정 질문에서 윤인재 당시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은 "회생 신청을 발표하기 전까지 상당 시간 검토했고, (회생 신청이) 가장 최선이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최문순 전 지사는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확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지 않고 그냥 정치적 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주먹 휘두르고 발길질하다가 헛발질하고 넘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전 지사는 "그 회사(강원중도개발공사)를 그냥 뒀으면 차차 연장해가면서 빚을 갚아 나갔을 것"이라며 "작게 막을 수 있는 일을 무려 50조원을 투자하는 단계까지 오게 했다"고 비판했다.
◇ '공사 대금 떼일라'…업체들 "강원도가 대금 지급하라" 촉구
GJC의 회생 신청 추진에 따라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 조성과 관련된 공사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처지가 된 업체들은 급기야 GJC와 강원도를 상대로 준공 대금을 달라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강원중도개발공사 공사대금 조기집행 대책위원회'는 이날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부건설이 발주자인 GJC로부터 준공 대가를 받지 못하면 동부건설과 계약한 6개 하도급 업체도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하도급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들 대부분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 도내 서민경제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기반시설공사는 GJC가 발주했으나 강원도와 GJC의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준공 대가 지급의 책임은 강원도에 있다"며 "강원도는 동부건설을 비롯한 하도급업체의 경영난을 고려해 준공 대가 적기 지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GJC는 기존의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한 후 2020년 12월 동부건설과 춘천 의암호 중도 내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시설 공사 계약을 맺었고, 동부건설은 최근 준공 검사를 마쳤다.
그러나 동부건설은 지난달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준공대금 135억8천128만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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