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 시험에 합격하면 그들을 대상으로 우체국에 배치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 절차에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우체국이 주체가 되어 각 우체국이 합격자 중에서 우체국이 필요로 하는 인원을 선택하는 방법이 그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합격자가 주체가 되어 합격자가 일할 우체국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미국 우체국은 합격자가 우체국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우체부 사이에서 서열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옛날 합격자의 우체국에 배치는 이렇게 했다.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 되면 그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우체국 인사 담당자가 칠판에 우체국 이름을 적고 그 옆에 숫자를 적은 후 ‘각 우체국에서 몇 명이 필요한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후 그 자리에 모인 합격자에게 어느 우체국으로 갈지 선택하게 했다. 그 선택권을 주는 순서가 시험 성적순이었다.
인사 담당자가 그 자리에 모인 사람 중에서 시험 성적이 가장 높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칠판에 적힌 우체국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러면 인사 담당자는 그 우체국 이름 옆에 적힌 숫자를 그 숫자에서 하나를 뺀 숫자로 고쳐 적었다. 그런 후 진행자가 다음으로 시험 성적이 높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칠판에 남은 우체국에서 자신이 일할 곳을 선택했다. 이렇게 시험 성적이 높은 사람부터 차례로 우체국을 선택하였다.
순서가 왔는데 자기가 원하는 우체국이 남아있지 않으면 ‘이번 기회에는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다음 성적순의 합격자에게 선택권을 넘길 수 있었다. 이렇게 포기한 경우에는 다음번 모임에서 우체국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물론 다음번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성적순에 따라 우체국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시험 성적 순서로 우체국이 결정된 그다음에는 입사일이 기준이 된다. 입사일을 기준으로 하는 이것을 시니어리티(seniority)라고 말한다. 일찍 근무를 시작한 사람일수록 시니어리티가 높다.
담당 우체부가 은퇴하거나 다른 배달구역으로 자리를 옮겨서 그 배달구역에 담당자가 없게 되면 새로운 담당자를 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때 수퍼바이저나 매니저 또는 우체국장 등 관리자가 직권으로 그 배달구역 담당자를 지정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에는 ‘인사명령’에 의해 근무 부서 배치가 되고 본사와 지점 사이의 인사이동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우체부는 그렇게 관리자의 직권으로 인사이동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징계의 경우가 아니라면 우체부 자신의 의사를 기반으로 한 인사가 이루어진다.
담당자가 없는 배달구역에 새로운 담당자를 배치하는 첫 단계는 우체국 안의 모집 공고이다. 직원들만 보는 내부 전산망에 뜨고 사무실에 종이로 인쇄된 것도 붙인다. 그것을 보고 우체부들이 지원한다. 지원이 마감되면 지원자 중에서 시니어리티가 가장 높은 사람이 담당자 없는 그 배달구역을 맡게 된다. 매우 단순하고 명쾌한 기준이다.
이 시니어리티는 우체부의 휴가 기간을 결정할 때에도 적용된다. 우체부는 한꺼번에 휴가를 갈 수 없다. 우체부가 한꺼번에 휴가를 가게 되면 배달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되므로 보통 ‘한 주일에 두 명’이 휴가를 간다. 이때 누가 언제 휴가를 갈 것인지 정할 때 시니어리티가 적용된다.
정규직(regular) 우체부가 되고 나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우체부는 보통 연간 3주간의 휴가를 갖는다. 이 3주간의 휴가를 한꺼번에 갈 수도 있지만 대개 2주와 1주로 나누어 휴가를 간다. 그 우체국에서 시니어리티가 가장 높은 우체부가 자신의 2주간의 휴가 기간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다음 순위의 시니어리티를 가진 우체부가 2주간의 휴가 기간을 정하고 그리고 시니어리티 3위인 우체부가 휴가기간을 결정한다. 이때 어떤 특정 주일을 우체부 2인이 휴가 일정으로 선택하면 그 주일은 더 이상 휴가 지정이 불가능하고 후임자는 다른 주일로 휴가 일정을 잡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우체부가 첫 번째 휴가 일정(first choice)을 잡는다.
첫 번째 휴가 일정 선택이 끝나면 두 번째 휴가일정(second choice)을 선택한다. 이 역시 우체국에서 가장 시니어리티가 높은 우체부로부터 시작해서 일정을 잡는다. 시니어리티가 낮은 사람은 선임자들의 휴가 일정 선택이 끝난 후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기간 중에서 휴가 일정을 선택하게 된다.
우체국에서 시험 성적이나 시니어리티를 적용하는 것은 그것들이 가장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기 때문인 것 같다. 즉 시험 성적이나 시니어리티라는 이 기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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