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너무 빠르다. 마라톤처럼 천천히 달리지 않고 100미터 경주처럼 급속도로 달려간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시간의 속도는 자기 나이에 마일을 붙이면 된다고 한다. 가령 60세면 60마일로 달린다. 80세면 80마일로 달린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세월에 대하여 후회나 아쉬움을 갖는다. 어쩐지 시간을 많이 소비하였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시간은 예금하거나 저축할 수도 없다. 초침을 보라, 계속 쉬지않고 똑닥거리며 전진하고 있다. 내 사정과는 관계없이 달려간다. 그러기에 나의 행동과 나의 마음 가짐은 매 순간마다 심판을 받고 있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의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
하루가 24시간인데 그대가 지금 몇 시쯤에 와있을까? 40세는 오후 4시 8분, 50세는 오후 6시 25분, 60세는 오후 8시 42분, 70세는 이미 오후 11시, 아이고, 지난 시간의 후회보다 남은 시간이 짧아도 그나마 열심히 살아야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당신에게 8만 6,400 달러를 주겠으니 오늘 하루 안에 마음대로 써 보시오”하고 말한다면 어디에 그 많은 돈을 쓰겠는가? 실상 이 일은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하루 24시간은 8만6,400초이다. 매우 짧고 귀중한 시간. 정말 잘 쓰고 아껴 써야 하고 만족하고 잠자리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나는 새벽에 눈을 뜨면 오늘이 내 인생의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님이 주신 이 귀중한 날을 후회 없이 잘 쓰자고 결심한다. 시계는 고장 나면 고쳐서 제 시간으로 돌려놓을 수 있지만 인생이란 시계는 돌려놓을 수가 없다. 하루씩 하루씩 소중하게 써야 한다.
나는 평생에 사선(死線)을 네 번 넘었다. 나의 고향은 황해도 해주, 곧 38도선 바로 위인 북한이다. 국군과 미군이 북한으로 진격하여 나는 안심하고 아버지를 만나려 북한으로 갔는데 내 나이 18세였다.
고향에 가서 일주일도 못되어 국군과 미군이 갑자기 후퇴하여 밤중에 소식을 듣고 민주인사 몇 명을 따라 남으로 피난하다가 인민군에게 채포되었다. 이미 인민군 빨치산(유격대)이 시가지를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홉 명이 한 줄로 손을 들고 끌려가는데 앞네 다른 피난민들이 나타나자 인민군은 발포를 시작하였으며 그 소동 중에 우리는 결사적으로 도망쳐 요행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총알 한 방도 맞지 않고 도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때 사선은 피난지 전라남도 구예에서였다. 첫 번째 사선을 넘어 피난선으로 군산까지 내려와 나의 친척이 사는 구례에 갔다. 거기에서 나는 전투경찰이 만든 공비 선무공작대에 들어갔다.
지리산(地異山)에 공비가 많아 자주 거리를 습격하여 곡식을 약탈한다. 경찰이 산기슭까지 가서 스피커로 자수하라고 선전하는 방송역을 내가 맡았던 것이다. 어느날 밤 “공비의 습격이다!”라는 고함소리에 놀라 나는 잠결에 제재소에 들어가 톱밥이 떨어지는 구덩이에 숨었다.
잠시 후 구둣발 소리와 함께 굵은 목소리의 명령이 들렸다. “방송하는 최가놈이 이 집에 산다고 들었다. 뒤져라!” 요행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나는 발각되지 않고 사선을 간신히 넘은 것이다.
세번째 사선이 또 있었다. 나는 폐결핵에 늑막염을 겸하여 적십자 병원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소견서를 써주며 “당신의 마지막 기회는 마산 요양원이니 그리로 가보시오”하는 것이었다.
마산이 아니라 연세대학 부속병원(세브란스 병원) 흉곽내과가 국제연합의 도움으로 무료 치료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결핵을 극복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마침 기적의 치료제라 불리는 파스 나이드라지드와 주사약 스트렙트 마이신이 나온 것도 나에게 정말 요행이었다.
나는 또 한 번 사선을 넘는다. 호주의 한인교회 네 곳이 연합하여 나를 강사로 부흥회 초대를 하여 나는 밤늦게까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아프기 시작한다. 급히 병원 응급실에 갔다. 심장 속의 동맥이 막혀 곧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뉴저지에 오직 한 명 하친스 박사뿐이다.
그 당시만 해도 수술의 성공률은 겨우 20%라는 어려운 수술이 성공한 것이다. 또 한 번 하나님은 나를 살려 주셨다. 그러기에 나는 살아있는 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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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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