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러시아 전문가인 피오나 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구와 러시아의 대립은 우리를 3차 세계대전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과장이다. 지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참혹하기 그지없었던 이유는 그 시대를 주름잡던 강대국들이 직접적이고도 장기적인 무력충돌을 벌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종류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다. 현 시점에서 핵무기를 지닌 강대국들 사이에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만으로도 치가 떨린다.
하지만 피오나의 주장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 서구는 러시아를 상대로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글로벌 차원의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로 인한 결과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시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새로운 냉전은 1989년 이래 국제 시스템을 틀지었던 세계화 시대의 끝자락에 찍힌 마침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강대국 사이의 살벌한 경쟁과 경제적 민족주의, 첨단기술 시스템 해체 등으로 어수선하다. 핵무기가 동원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에게 새로운 경제 전쟁의 리스크는 높기만 하다.
러시아 제재의 규모와 강도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여기에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를 동결하고, 외환 거래 은행들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기반시설에 해당하는 외국환 거래 데이터 통신망 ‘스위프트’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비상조치가 포함됐다. 러시아 은행들의 스위프트 사용을 불허해 모스크바와 교역하는 국가들이 거래대금을 제대로 결제 받을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화된 공급체인 시스템 안에서 거래대금 결제를 달러화에 의존해야하는 국가들의 공통된 취약점을 겨냥해 제재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크리스 밀러는 이로 인해 “자동차, 트럭, 기관차와 광섬유 케이블의 생산량이 각각 절반 이상 떨어지는 등 극심한 타격을 입었고 러시아의 수입량 또한 급감했다”고 전한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지적하듯, 러시아의 거시 경제지표들은 예상보다 양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당초 올해 러시아 경제가 8.5% 수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후 3.4%로 수정했다. 인플레 역시 초반의 급등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탄력성을 설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실제로 러시아 경제는 세계화가 미진한 상태인데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런 두가지 요인이 러시아 인민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막아주는 방충막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가 오일, 가스, 주석, 알루미늄을 비롯한 상품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자원 경제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체로 제재대상에서 벗어나있다. 서방세계의 러시아 자원 의존도가 워낙 높아 이들의 수출을 막을 경우 생산자들만큼 소비자들 역시 심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제제는 빈틈없이 계획되었고, 에너지라는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면 매끄럽게 집행됐다. 만약 제재 목적이 모스크바의 원유 수입을 축소하는 것이라면 ? 지금 당장 러시아의 원유 공급을 끊지 못한다는 가정 아래 서방국들의 러시아산 오일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나올 때까지 ? 석유가 아무런 제한 없이 시장에 나오도록 허용하는 것이 지각있는 최상의 전략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원유 공급량은 풍부하게 유지되고 가격은 낮아진다. 그러나 서방국들은 반대로 러시아산 원유에 금수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는 이런 잘못을 교정하고 금수조치의 효과를 본질적으로 무력화하려는 노력이다. 실패로 끝났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와 다른 페르시아 만 원유국들에게 증산을 요청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우디는 증산거부 결정으로 워싱턴과의 관계가 얼마나 틀어질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일관성이 결여된 서구의 에너지 전략이다. 서방국들은 미래의 에너지가 곧바로 상용화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에 바탕해 현재의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
그러나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달러의 독특한 지위를 무기삼아 글로벌 경제 전쟁을 거의 홀로 이끌어간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의 국가들이 진정한 글로벌 통화인 달러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달러화 접근 제한 위협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모든 재화와 용역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대한 제재망의 구축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달러화 가치는 지난달 20년래 최고점을 찍었다. 이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들과 중국은 물론 인도, 터키와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주요 국가들은 미국 통화의 굴레에서 벗어나 워싱턴의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필자가 전에 제안했듯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달러화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나라 안팎의 우려와 비난을 달래기 위해 대국민 연설을 할 필요가 있다. 이 연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룰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도전장을 던진 러시아의 유례없는 행동 때문에 비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앞으로 정상적인 상황에서 편협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달러화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확실한 다짐을 주어야한다.
바이든은 가능한 한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해 러시아에 대항할 광대한 연맹체를 결성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사 미국이 러시아와의 다툼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미래의 역사가들은 현재를 세계의 여러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한 원년이자 세계의 준비통화를 쥐고 있는 ‘엄청난 특권’을 잃기 시작한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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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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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는 절대로 못 사는 요즘 돌아가는 지구촌 서로 서로 믿음이 협력이 자유로운 왕래가 너도 나도 우리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가장 좋은 옳고른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