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정만(소아외과)ㆍ오석희(소아청소년전문과)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센터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센터 남궁정만(왼쪽) 소아외과 교수와 오석희 소아청소년전문과 교수는“어린이 간이식은 쉽지 않은 수술이지만 생존율이 99%에 이를 정도로 수술 기법이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태어나면서 생기는 선천성 담도폐쇄증과 선천성 대사장애, 약물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간부전 등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특히 간경변으로 진행됐으면 간이식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하지만 어린이 간이식은 환자의 체격이 작아 성인보다 수술이 까다롭고, 혈관이 아주 작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게 문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센터 남궁정만(소아외과)ㆍ오석희(소아청소년전문과) 교수를 만났다. 이들은“차별화되고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어린이 환자의 간이식 수술부터 전후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4년 국내 처음으로 어린이 생체 간이식을 시작해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 및 2대 1 생체 간이식 등 국내외 간이식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어린이 환자만 전문 치료하는 간이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간이식을 시행하는 이유는.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팀이 1994~2021년 시행한 15세 이하 생체 간이식 287건을 분석한 결과, 원인 질환으로는 담도폐쇄증(52%)ㆍ급성 간부전(26%)ㆍ기타 간 질환(11%) 등이었다. 담도폐쇄증은 담관이 선천적으로 형성되지 않아 담즙이 분비되지 못하는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생아 시기의 바이러스 감염, 유전, 자가 면역 등이 관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급성 간부전은 간이 빠르게 손상되면서 간세포가 괴사해 혈액응고장애와 함께 간성 뇌증이 발생하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들 두 질환의 대표적인 치료법이 간이식이다.
-어린이 환자 부모의 걱정이 클 것 같은데.
간이식을 해야 할 정도라면 보호자들은 많은 걱정에 의료진만큼 전문가가 된다. 웬만한 의학 지식과 수술 정보를 습득한 뒤 우리에게는 ‘수술이 가능한지’와 ‘살 수 있는지’를 물어보신다. 예후를 많이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에서 최근 10년간 시행한 93건의 소아 생체 간이식에서 악성 간세포암 재발에 의한 사망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생존하면서 99%의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다. 걱정이 큰 것은 당연하지만 수술 성적과 치료 결과가 꾸준히 향상돼 결과가 매우 좋으므로 과도한 걱정보다는 의료진의 설명과 지도를 잘 듣고 따라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또한 간이식 가능성이 있는 질환을 진단받은 환아의 부모들은 본인이 간이식 공여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방간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건강 관리하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지방간 비율이 높다면 공여 가능 수준으로 준비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 환자의 질환이 악화되면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에 닥쳤을 때 수술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면 안정적으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에 더해 장기 이식 법률시행령 개정으로 뇌사자 공여도 더 많아져 어린이 환자가 뇌사자 간이식 혜택을 더 누릴 수 있게 됐기에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센터의 장점은.
소아외과와 소아청소년전문과 전문의가 긴밀하게 협진하는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1994년 이승규 전 의료원장(간이식ㆍ간담도외과 교수)과 김경모 소아청소년전문과 교수 협업을 시작으로 30년간 발전했다. 소아간이식센터의 협진 시스템은 소아 간이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성적을 내는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 영국 킹스칼리지병원 등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우리 병원이 유일하다. 우리 두 교수는 2013년부터 10년간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소아외과에서는 환아 개개인에게 적합한 최적의 수술법을 적용하고, 400여 건의 수술을 시행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합병증 발생을 최대한 줄이면서 수술한다. 어린이 환자의 복강 및 혈관 조건에 맞는 공여자를 결정하고, 이식된 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수술한다.
소아소화기영양과에서는 수술 전후로 어린이 환자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수술 전 어린이 환자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단순히 ‘잘 먹이면 되겠지’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간 기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 센터에서는 수술 1, 2달 전부터 입원해 정맥영양 주사 등 어린이 환자가 최적의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 또한 간이식 예후를 높이기 위해 어린이 환자의 체중을 합병증이 적게 발생하는 8㎏ 이상 성장하도록 관리한다. 어린이 환자가 겪어야 할 수술 부담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을 얻도록 함으로써 더 나은 치료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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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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