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북가주 사모회에서 계획한 여행인데 남 북가주 사모님들을 주축으로 목사님들도 여러분 동행하여 뜻깊은 여행이 되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포르투갈과 더불어 15-6세기에 세계를 지배했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던 나라이며 한때는 세계 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부를 누렸던 나라이다. 무적함대를 자랑하기도 했으며 일찍이 바다 항로를 개척하고 미주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지원했던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세계 제일의 문명국이었다. 스페인의 가는 곳곳마다 정교한 조각품들, 성당의 화려한 장식들, 미술품 등 그 문화 수준과 역사적 건물들이 그 나라의 융성했던 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역사학도였기 때문에 스페인의 역사에 약간의 지식은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그 진면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도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의 옛 수도 톨레도의 대성당, 그리고 세계 문화유산의 하나인 알함브라 궁전을 보면서 왜 스페인이 한때 세계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전성기는 15세기부터였다. 스페인은 그 당시 여러 국가로 분열되어 있었는데 1469년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1세와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가 결혼함으로 스페인 연합왕국을 이루었고 비로소 스페인의 전성시대를 연 것이다. 근대의 시작인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으나 세계의 제국으로 나아간 것은 스페인이었다. 아직 프랑스도 네덜란드도 독일도 더구나 그때까지도 가난에 허덕이던 영국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시작한 것이다. 세계 해상 항로를 먼저 연 것은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은 일찍이 해상 왕자라고 일컬어지는 엔리케 공작(1394-1460)의 후원으로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신항로 탐험을 시작하였다. 마침내 그 탐험은 인도 항로를 개척하는데 이르렀다. 조금 늦게 신항로 개척에 나선 스페인은 전혀 다른 모험을 시작하였다. 지구가 둥글다는 코페르니쿠스적 사고를 하였던 콜럼버스에게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은 기회를 준 것이었다. 아라곤의 페르난도와 결혼하여 스페인 연합왕국을 이룬 이 세계적 안목을 가진 이사벨 여왕이 콜럼버스를 지원하여 드디어 1492년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 지금의 엘살바도르에 이르게 된 것이다.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도 이 서인도 제도가 인도라 생각했다 한다.) 브라질을 제외한 북 남미 거의 모든 지역이 스페인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 후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경쟁하며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여 막대한 부를 쌓게 되었고 세계사에서 이 지리상의 대 발견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 함께 중세 시대에서 근세로 넘어오는 상징적인 특징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관심 있게 보게 된 것은 이 스페인 연합왕국이 콜럼버스를 보낸 같은 해인 1492년에 “레콘키스타”를 완성했다는 것이었다. “레콘키스타”는 재정복, 국토 회복 운동을 뜻하며 이베리아 반도에서 완전히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7세기 초부터 이슬람 세력은 확장하기 시작하여 8세기에 이르면 아프리카 북부에 이르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711년에 우마이야 왕조의 이슬람군은 이베리아 반도 대부분을 정복한다. “레콘키스타”는 이슬람 세력이 지배한 처음부터 시작되었다. 700여 년을 저항하며 싸운 끝에 기독교(당시는 기독교가 캐톨릭)는 마침내 이베리아 반도 전역에서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낸 것이다.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몇 년 전 터키 이스탄불에 갔을 때 “파노라마 1453역사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것은 이슬람의 오스만제국 술탄 메흐 메트 군대가 동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하늘 전체를 덮는 돔 내부 그림을 파노라미 형태로 보여준 것이었다. 마치 전쟁 한 복판에 있는 듯 한 이 장관의 모습은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1000년의 비잔틴 제국 동로마가 이렇게 멸망했구나! 그런데 서남 유럽 제일 끝 스페인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 것이었다. “레콘키스타”! 정 반대로 기독교가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낸 사건. 나는 이 유럽 대륙 양끝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두 사건이 겹쳐지며 세계사를 출렁이게 했던 격동의 15세기를 다시 조명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다.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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