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은 췌장암과 함께‘최악의 암’으로 불릴 정도로 고약한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은 매년 2,500명 정도가 진단되며 10만 명당 6.5명이 발생할 정도로 발병률은 낮은 편이지만, 2018년 한 해 난소암으로 사망한 여성이 1,200명이 넘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으로 꼽힌다.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64.5%(2019년 기준)로 유방암 93.6%, 자궁내막암 89%, 자궁경부암 80.5%보다 크게 낮다.
난소암 발병률은 최근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보통 50~70세에 흔히 발생하는 암이지만 최근 30대 발병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난소암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여러 인자는 알려져 있다.
먼저 ‘가족력’이 꼽힌다. 부모 또는 가까운 친척이 난소암에 진단됐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본인 병력’이다. BRCA1/2나 린치증후군 같은 유전적 변이가 있거나 난소암ㆍ자궁암ㆍ대장암 등 과거 병력이 있을 때다. 자궁내막증 병력도 난소암과 관련 있을 수 있다.
이 밖에 한 번도 출산한 적이 없거나 임신이 잘 되지 않아도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식습관이나 비만도 관련 있다. 또 10년 이상 프로게스테론 없이 에스트로겐을 복용해도 난소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젊은 여성에서 비교적 난소암 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임신 또는 출산하는 여성이 줄고 있다는 점과 고지방ㆍ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ㆍ비만 등이 관련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난소암은 임신 또는 출산을 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배란해도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조현웅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초기에 진단된 환자는 대부분 정기검진에서 우연히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라며 “난소암은 상당히 진행돼도 증상이 경미해 복통ㆍ복부 팽창ㆍ질출혈ㆍ위장장애ㆍ소화장애 등이 주요 증상”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난소암은 1기에 진단되면 5년 생존율이 90% 정도이지만, 3기라면 30% 정도로 매우 낮기에 초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며 “난소암은 전통적으로 예후가 나쁘고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암이기에 암이 일단 의심되면 산부인과 부인종양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난소암의 기본적인 치료는 병기에 상관없이 개복 수술로 가능한 한 모든 종양을 제거한 뒤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다.
초기라면 항암 치료를 하지 않거나, 환자가 미혼이거나 임신이 필요하면 암이 발생한 한 쪽 난소만 제거하고 경과 관찰을 하기도 한다. 또 초기이거나 병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으면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도 시행한다.
난소암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절제해야 예후가 좋다. 하지만 난소암은 복강 내에 광범위하게 종양이 퍼지므로 종양이 위ㆍ소장ㆍ대장ㆍ횡격막ㆍ간ㆍ비장까지 침범하기도 해 완전 절제가 어려울 때가 많다.
따라서 수술 전 다학제 진료를 통해 종양을 완전 절제할 수 있는 수술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수술 후 항암치료나 재발했을 때 수술 또는 항암치 료 등 치료 계획 수립에 다학제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
조현웅 교수는 “최근 난소암에서 유전체 검사가 중요해지면서 환자의 임상 정보, 조직 검사 병리 정보, 유전체 검사 정보를 가지고 종양내과 전문의, 산부인과 부인종양 전문의, 병리과 의사 등이 모여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분자 종양 다학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다학제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서 종합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난소암 재발 시 종양의 완전히 절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수술을 시행하고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 수술 없이 항암 치료하는 것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 수술 시 재발한 종양 조직을 통해 항암제 내성, 유전자 변이 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 향후 항암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난소암이 재발됐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학제 진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최근 난소암과 관련된 새로운 표적 치료제와 치료법 등장으로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난소암 환자의 50% 정도는 DNA 복구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관찰되는 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BRCA1/2 변이로 난소암의 15~20% 정도 보고된다. 이런 변이가 있는 난소암은 표적 치료제(PARP 저해제)에 큰 효과를 보인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서 수술 및 1차 항암 치료 후 표적 치료제로 유지 치료를 했을 때 무병 생존 기간을 40개월 넘게 연장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조현웅 교수는 “아쉽게도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며 “자궁과 난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골반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CA-125)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난소암 조기 진단에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5년 이상 경구 피임약 복용, 난소 절제술 또는 자궁 적출술을 받은 경우, 출산, 모유 수유 등이 난소암 발병 위험성을 낮추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모든 여성에게 권고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난소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여성에서는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BRCA 변이가 있으면 DNA 복구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유방암ㆍ난소암 등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난소와 난관을 절제하면 암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BRCA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가족력이 있거나 본인이 난소암 또는 BRCA 변이 위험이 높은 유방암을 진단받았을 때다. 부모가 BRCA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자녀에게 변이가 유전될 확률은 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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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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