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창건일에 군사분야 성과 과시로 지도력·체제결속 노려…SLBM 저수지 발사
▶ 30일째 잠행하던 김정은 보름간 훈련 참관…리설주도 발사 현장 동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로이터=사진제공]
북한이 노동당 창건 77주년인 10일(이하 한국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최근 진행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 등을 상세히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 부각과 함께 체제 결속을 노린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지도했다면서 지난달 25일부터 보름간 7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전술핵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대남 핵 위협을 노골화하는 한편 그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 올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 주장대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신종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 세트와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미사일에 모두 소형 전술핵탄두를 탑재해 실전 운용하면 한미의 대북 미사일 요격체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번 훈련을 "전술핵탄두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싸일발사훈련"이라고 설명했다.
30일째 행적이 공개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보름간 이어진 '전술핵운용부대'의 훈련을 모두 참관하며 직접 전술핵부대의 실전운용태세를 점검한 것도 핵 위협 극대화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이 '전술핵운용부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월 8일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전투적 신뢰성과 작전운용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게 전술핵운용공간을 부단히 확장하고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더 높은 단계에서 실현할 것"이라는 언급은 있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군사훈련을 통해 '임의의 전술핵운용부대'에도 "전쟁억제와 전쟁주도권쟁취의 막중한 군사적임무를 부과할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확고히 가지게 됐다"면서 "이는 국가핵방어태세의 철저한 준비상태의 신뢰성을 증명한 계기로 되며 적들에게 우리의 핵대응태세,핵공격능력을 알리는 분명한 경고, 명백한 과시로 된다"고 말했다.
'임의의'는 평시에는 배치않지만, 유사시 전술핵무기를 배치 운용하도록 지정하는 전술핵운용부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술핵운용부대에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5대 핵사용 조건'을 시행할 수 있는 임무를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5대 핵사용 조건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참수작전' 임박 징후 상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북한 관영매체가 이날 공개한 훈련 사진을 보면 KN-23, KN-25,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개량형), 미니 SLBM 등이 동원됐다.
특히 평북 태천 일대로 추정되는 서북부 지역의 한 저수지에서 미니 SLBM이 발사되는 장면도 공개했다. 작년 9월 열차에서 KN-23을 첫 시험 발사한 북한이 저수지에서 SLBM을 발사한 것은 군과 정보 당국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다.
북한이 여러 저수지를 '잠수함'과 같은 SLBM 발사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앙통신은 "실전훈련을 통하여 계획된 저수지 수중발사장 건설방향이 확증되였다"고 전해 앞으로 여러 저수지에 이런 발사 장치를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다양한 핵 투발수단의 실전 운용태세를 점검한 것은 "전술핵의 운용공간 확장"을 지시한 김 위원장의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술핵 무기의 공간을 확장하겠다고 한 김 위원장 발언과 딱 맞아떨어지는 행보"라며 "김 위원장이 모든 훈련을 참관한 것은 최고지도자가 전략·전술핵무기 운용에 그만큼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훈련을 참관한 자리에서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면서 "핵전투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가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화에 나설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전술핵탄두 개발과 위력을 키우기 위한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임을 예고한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핵 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의 압박에 직접 핵무기를 운용하는 부대 훈련으로 맞서는 등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 위원장의 핵운용부대 훈련 지도는 핵 무력 강화 정책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과시한 것"이라며 "결국은 한미의 연합훈련에 대응한 것으로 최고지도자가 직접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그간 북한 매체들은 지난 5월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으나, 당 창건 77주년 기념일인 이날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2∼8면에 걸쳐 김 위원장의 훈련 참관과 미사일 발사 장면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날 노동신문 4면에는 리설주 여사가 김 위원장의 옆에서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참관하는 사진도 실렸다.
당 창건일에 자주 해왔던 무기와 병력 열병식은 이번에는 하지 않았지만, 다종의 핵투발 수단을 노동신문에 게재한 것은 '미니 열병식'이나 다름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규모 열병식 못지 은 효과를 노렸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추수철을 맞아 주민들이 가을걷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간 훈련 보도를 자제하다가 당 창건일을 맞아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핵 무력의 위용을 과시하고 김 위원장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당 창건일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SRBM을 부각해 충성심 고취와 내부결속을 노리는 한편, 한미의 압박을 빌미로 도발 수위를 높여나가 7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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