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 지역에서 500만 달러가 넘는 부동산 매매에 추가로 양도세를 부과하고 이를 저소득층 및 홈리스 주거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내용의 발의안이 이제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11월 중간선거에서 주민 찬반투표에 부쳐진다. 일명‘맨션세’를 최고 5.5%까지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의 이 발의안은 고급 주택들은 물론 아파트와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까지도 적용 대상이어서 통과될 경우 LA의 부동산 투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돼 선거를 앞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1월8일 선거에서 LA시 유권자들의 찬반투표에 부쳐질 이 ULA 발의안은 500만~1,000만 달러 사이의 부동산을 판매할 때 4%의 양도세를 추가 부과하고, 1,000만 달러 이상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5.5%까지 양도세를 추가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급 주택은 물론 상업용 건물에도 적용되는 이 세금은 LA시의 기존 0.45% 양도세에 추가되며, 이에 따라 1,000만 달러 이상 부동산의 경우 전체 양도세율이 6% 가까이 달하게 된다.

이 발의안은 유나이티드웨이와 같은 사회단체들과 LA 카운티 민주당,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커뮤니티 하우징 웍스 등 수십개 단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지자들은 “이 법안이 지난해 시행됐더라면 9억2,300만 달러의 세수를 창출했을 것이며, 이는 저렴한 주택 공급 및 노숙자 예방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한 부동산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에 거래됐던 700여 개의 단독주택과 270여 개의 아파트, 150여개의 상업용 건물 등 LA시 전체 부동산 거래 건수의 약 4%가 새로운 양도세 부과대상이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비영리 노숙자 주택 개발업체인 LA 패밀리 하우징의 후원자 스테파니 클라스키-게이머는 최근 LA타임스에 “이 법안이 우리에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UCLA와 USC 교수로 구성된 한 연구팀은 지난달 발표한 백서에서 “ULA 발의안은 도시의 주택 구입 가능성과 노숙자 위기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이며 LA시가 겪고 있는 주택 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일반 주민들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지지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반면 고급주택 거래를 중개하는 부동산 업계 및 아파트 소유주 등 관계자들은 이 발의안이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웨스트사이드 에스테이트 에이전시의 공동 설립자인 스티븐 샤피로는 1만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에게 ‘ULA 발의안에 반대표를 던지자’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샤피로는 “셀러의 이익이나 손실에 관계없이 총 판매액을 기준으로 세액을 계산할 경우, 이미 큰 손실을 입었거나 집값이 크게 오른 소유주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피로는 이메일에서 주택을 600만 달러에 구입한 다음 500만 달러에 판매한 셸러의 예를 들며 “셀러는 클로징 비용을 제외하고 100만 달러의 손실과 함께 20만 달러의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터 LA 아파트협회의 댄 유켈슨 이사는 “이것은 중대한 위협”이라며 “필요한 돈을 부자들로부터 빼앗아 노숙자들을 돕자는 말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를 앞두고 반대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셔먼옥스에 기반을 둔 주택 소유자와 중소기업 연합인 ‘높은 재산세에 반대하는 엔젤리노’는 이 법안이 일부 주택 개발업자를 위한 낭비적인 특별 이익 증여라고 비난하는 반대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편 LA시 외에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훨씬 높은 샌타모니카에서도 2개의 유사한 발의안이 11월 투표에 상정됐다. 한 발의안은 800만 달러 이상의 부동산 거래시 5.7%의 양도세를 추가하는 것이고, 다른 발의안은 800만 달러 이상 거래에 대해 10년 기한으로 2.5%를 추가 부과하는 내용이다. 샌타모니카시는 이미 500만 달러 이상의 거래에 대해 0.6%의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양도세가 고급주택 거래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 중개인협회의 경제학자 조던 레바인은 “일부 셀러는 거래를 보류하거나 최소한 두 번 생각하게 될 것”이며 이는 주택 시장의 광범위한 성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재 LA 시장 후보 가운데 누구도 ULA 발의안을 공식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이 발의안이 찬반투표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릭 카루소 LA시장 후보는 성명에서 ”노숙자 주택건설에 필요한 수입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지지하지만 먼저 시정부가 시민들에게 효과적인 기금 사용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