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본·배우·연출 ‘패키징’으로 성공 자신… ‘납품’ 체제 넘어 IP 확보”
▶ “K-드라마 세계 누빌 기반 마련돼…제작사에 낮은 금리 대출 등 지원 필요”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열풍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드라마 제작의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이 대히트를 치고도 IP(지식재산)가 넷플릭스에 있어 시즌 2 제작이나 관련 사업에 한국 제작사가 손을 댈 수 없었다면 '우영우'는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IP를 온전히 갖고 있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IP를 기반으로 해외 리메이크, 시즌 2 제작 등의 논의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를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서울 상암동 에이스토리 사옥에서 만났다.
2004년 설립된 에이스토리는 '아이리스'(2009), '신데렐라 언니'(2010), '최고다 이순신'(2013), '시그널'(2016), '킹덤'(2019), '지리산'(2021) 등 국내 드라마 30여 편을 만들어온 탄탄한 제작사다.
이 대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였던 '킹덤'의 성공 이후 IP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원래 '우영우'도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고민 끝에 '모험'을 택했다.
"'킹덤'을 만들다 보니 당초 계획보다 제작비가 늘어났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IP를 넘겨야 했어요. 그렇게 공들여 만든 작품이 성공했는데도 IP가 없다 보니 아쉬움이 컸습니다. '우영우' 역시 오래 준비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하이 퀄리티' 작품이었기에 (IP를) 잡아야 하는 작품이었지요."
'우영우'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유인식 감독과, 영화 '증인'으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문지원 작가,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 박은빈이 합세했기에 어느 정도 성공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그는 "작가-연출-배우의 조합을 '패키징'이라고 하는데, 이게 나오면 작품이 성공할지 아닐지 작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 나온다"며 "그런데 패키징이 잘 돼도 팔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백날 드라마를 열심히 만들어도 틀 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에요. 결국 TV든 OTT든 플랫폼들이 작품을 선택해줘야 합니다. 주요 플랫폼과 편성 논의를 하다 틀어지면 제작사는 마음이 급해지고, '울며 겨자 먹기'로 저렴하게 작품을 넘기기도 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제작사는 플랫폼에 IP를 요구하기가 어렵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생기기 전 지상파 3사가 드라마 편성권을 쥐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제작비는 대부분 드라마 방영 이후 지급되는 체계이기 때문에 중소제작사는 편성 불발, 자금 부족 등의 리스크를 온전히 짊어지기 힘들다. 제작비를 보전받는 대신 IP를 넘기는 '납품' 형태 계약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
"저희처럼 업력(제작 경력)이 쌓이고, 자금이 누적되면 그(납품) 단계를 넘어서고 싶어하는데, 그게 IP 확보예요. 사실 협상 과정에서 저같이 행동하면(IP를 제작사가 갖겠다고 하면) 미움받습니다. 죽기 살기로 퀄리티를 높여서 '저건 꼭 사야겠네'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지요."
이 대표는 "작품 선택권을 가진 플랫폼은 영원한 '갑'"이라면서 "여기에 제작사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작품'인데,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자본력이 따라줘야 한다. 신생이나 작은 제작사들은 자본력이 없다 보니 납품에 급급해하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작사들이 IP를 확보해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려면 나라에서 이들에게 2% 이하의 금리로 돈을 빌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플랫폼의 입맛에 휘둘려 드라마를 만들지 않고, 각자의 색깔을 가진 독립 제작사들이 나올 수 있어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며 시청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지고, 이런 수요를 파악해 히트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결국 독립 제작사들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한동안은 장르물이 우르르 나오고, 또 다음에는 법정물이 줄줄이 나오는 식으로 트렌드에 따라 작품이 쏠립니다. 획일적인 것만 해서는 절대 안 돼요. 시류를 타지 않고 숨어있는 시청자 수요를 끄집어낼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이 성공하는 겁니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제작사들이 생겨서 '어디는 좀비물을 정말 잘 만든다', '어디는 코미디에 특화됐다' 그렇게 돼야 해요."
지상파 3사 중심에서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 여기에 OTT가 신흥강자로 뛰어든 미디어 환경은 제작자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특히 OTT는 한국 드라마를 세계에서 주목받게 했다고 그는 말한다.
"넷플릭스는 중소제작사들이 세계 무대 진출로 활용하기에 좋은 플랫폼이에요. 덕분에 한국 드라마가 세계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됐지요. 넷플릭스가 있었기에 '킹덤'도 성공한 거고, '우영우'도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영우'는 이달부터 영어 더빙으로도 서비스되는데 그동안 반응이 덜 했던 유럽, 미국 쪽에 기대를 하고 있어요."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은 한국의 제작사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은 아시아였지만 이제는 영미권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면서 "일본이나 중국도 곧 치고 나올 텐데 그 전에 한국 드라마가 할리우드와 대등할 정도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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