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미국땅에 ‘1천만 한인을 이주시키겠습니다.’는 걸 숙원으로 펼치겠다던 고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1년반 전인 2021.3월에 떠났다.
2000년 새천년이 열렸다지만 당시의 한국사회는 IMF시절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여 직장을 잃고, 끝모를 경쟁으로 내몰려 숨막히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경쟁에서 낙오(?)한 이들이 각자도생의 심정으로 미국 등 외국으로의 행렬이 줄을 잇던 시절에 부동산업을 하고 있던 그의 다소 황당(?)했던 말이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2002년 필자가 미국에 처음 와서 들었던 많은 말중에는, ’“한국에서 아파트 팔아서 돈 좀 가져왔겠구먼…” 부동산하고는 팔자가 안맞는 필자 입장에서야 좀 억울하기도 했다. 실패자의 변명같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의 경제적 역할과 효과보다는 ‘사는 집’이라는 입장과 관점이 훨씬 강하다. 부동산투기는 망국이라는 것이 지론이다.
2019년에 부동산이 폭등한 시애틀에 15년만에 가봤는데 특별하게 변하지도 않아 보이는데 그렇게 부동산만 올랐다고 한다. 한인이 하는 테리야끼식당에 갔더니 주인 혼자서 전화받고, 주방에 들어가 음식 만들고 서빙을 하고 있었다. 종업원들이 식당일로는 시애틀에서 살 수가 없어서 모두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지금 워싱턴 지역이 그렇다. 부동산이 너무 오르면 출산율이 떨어진다. 출산율 발표때마다 한국은 ‘재앙’이다.
가장 최근인 2022.2분기 0.75명이다. 2015(1.24), 2016(1.17), 2017(1.05), 2018(0.98), 2019(0.92), 2020(0.84), 2021(0.81), 나열하기조차 무섭다. 인류역사에 없는 일이 지금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0년, 출생아수(27만) 사망자수(31만)에서 보듯이 인구 고점(5.084만)이후 전체인구도 벌써 줄고 있다. 결혼빙하시대이고 산부인과가 사라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출산 1명당 1억씩 지급하자는 의견도 과히 틀린 의견이 아니다. 그래서 부동산 하락은 매우 고무적이다.
뻐꾸기는 잘 아다시피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 남(뱁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떠나 버린다. 뱁새알보다 2일빨리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뒤늦게 부화한 뱁새새끼나 덜 부화한 뱁새알을 밖으로 밀어내 버리고 혼자서 뱁새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를 독차지한 뒤 둥지를 떠난다.
이를 탁란조(托卵鳥)라고 한다. 해외 동포들은 스스로 이민을 결정했기 때문에 현재의 처지를 천형(天刑)으로 생각하고 모든 걸 스스로 이겨나가야 한다. 뻐꾸기처럼 어미(祖國)가 몰래 던져놓지 않았을 뿐 남의 땅에 떨어진 탁란조처럼 스스로 버티며 살아남아야 한다.
가을이 되면 고단한 이민자들에게 모처럼의 고국방문은 마치 친정 나들이와 같다. 선진한국, K 열풍의 현장인 고국의 실제를 보고싶고, 친지, 친구들이 그리워 방문한다. 내리자 마자 화려하게 변한 한국의 도로, 지하철, 고층건물들에 대한 외형적인 발전상에 이구동성 매료되는 듯하다.
그것도 좀 더 자세히 보면 타국에서 방문하는 분들끼리만 왁자하다. 며칠이 지나고보면 생각했던 것과 실제 사이에 뭔가 괴리감이 적지않아 보인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대체로 만나면 ‘부동산’이야기로 시작해서 부동산 이야기만 듣다가 돌아온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깊은 침묵뿐이다. 살고 있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갈때보다도 말 수가 확 줄어서 돌아온다.
미국사회가 불안하면 한국으로 역이민이 늘어난다. 2013년까지는 거의 없던 역이민이 팬데믹상황에서 황당무계한 미국을 보고 실제로 2019년부터는 년간 6,000명 정도로 늘었다. 한국이 불안하면 해외동포들은 어떨까. 필자의 단견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좋아할 해외동포들은 거의 없다.
떠나왔으니 나몰라라가 아니다. 해외 현지에서 발만 동동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마치 친정같은 조국이다. 조국이 평화롭고 경제, 외교, 문화적으로 융성하면 어깨가 절로 올라간다.
친정이 이렇게 지속되면 방문때도, 돌아오면서도 더 안심하고 뿌듯하다. 마치 지갑에 돈이 있으면 안먹어도 배부른 것과 같다. 고국을 향한 마음은 지고지순(至高至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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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위싱턴 민주평통회장,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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