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하늘 위로 기러기 다시 줄지어 날아가는 계절이 왔다. 지나가는 철새들을 비롯, 허밍버드, 마킹버드, 참새, 제비, 딱다구리, 메추리, 블루제이, 로빈, 비둘기, 까마귀, 부엉이, 터키, 공작 ,매와 독수리...이름 모르는 새들까지, 수많은 새들이 영화사엔 살고 있다. 그들과 물, 공기, 하늘, 땅, 많은 걸 공유하며 살고 있지만, 새들은 자유로운 존재들이라 곁을 잘 안준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지극정성은 통한다. 한번은 새끼 매를 보살펴 준 적이 있다. 어쩌다 상처입고 연못에 빠진 놈을 건져 치료한 뒤, 먹을 걸 갖다 줬더니, 기운을 차린 뒤, 연못가 나무가 집인양 오래 머물렀다. 이 중이 나타나면, 인사하고, 낯선 이가 오면 와닝을 하고, 머리 위를 선회하며 따라 다녔다. 장성해서 제 살 길로 갈 때까지, 오래 그랬다. 그러던 어느날, 떠났던 그 매가 느닷없이 앞뜰 가제보 안에 날아들었다. 한 손엔 피흘리는 비둘기를 들고 테이블 위에 내려 앉아서는, 반가워 다가가다 놀란 나를 아주 천천히 돌아보곤, 그 자세로 오래 응시하였다. 경고다 ! 그순간 밑도 끝도 없이 떠오른 말이다. 그 날은 큰 공사를 위해 계약을 하려던 날이었다. 예산도 넉넉치 않고, 여러모로 공사한다는 이가 석연친 않았지만, 일단 떠밀려 만나기로 하였는데, 바로 그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절대 근접 않던 중의 영역 안까지 매가 날아든 것이다. 하지 말란 거구나, 시공자를 돌려 보내었다. 나중에 그 이는 그런 일을 해본적도 없는, 할 수도 없는 사람이었음이 밝혀졌다. 매가 생길 뻔한 큰 손실을 미리 막아준 것이다. 그야말로 오비이락 같은 일일 수도 있지만, 영화사엔 이런 류의 신비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아니, 사람들이 안 믿어그렇지, 신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같은 일이다. 새도, 벌레도,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지극정성의 힘은 안다. 지극정성은 힘이 세다. 증명하라고 하면 못할 거라고, 대다수가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 지극정성의 대표격인 기도를 보자. 기도는 그 어느 종교에나 있는 형식이다. 만약 기도가 힘이 없었다면, 인연법상 기도란 말이 생기지도, 현재까지 지속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과학의 본질은 보이는것을 가지고 밝히는 학문이라, 기도의 힘 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밝혀내진 못한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한다고 보는 게 맞겠다. 하지만 저 양자역학처럼,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인 것을 이해하는 현대엔, 기도의 힘은 차라리 과학이다. 과학은 기도를 안 믿을 수는 있으나, 물질은 파동이고 파동은 에너지이므로, 에너지가 힘이 된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기도는 지극정성의 파동이며 에너지이다. 물론, 이 중은 기도의 힘을 믿는다. 아무것도 없던 빈 가지에서 꽃이 나오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과와, 자연의 질서를 움직이는 힘을 믿는다. 그 힘은 입자들의 파동이고 모든 파동은 에너지를 만든다. 입자와 파동이, 즉, 인과 연이, 물질이 어떻게 회합하고 흩어지는가,는 중학교 정도의 과학 지식만 있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인연집산의 흐름 안에 세상이 나아가는 힘이 있다. 그 힘을 원자, 파동, 물질, 뭐라 부르든 이름은 중요치 않다. 애초에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므로. 요즘 이 중은 다른 때보다 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 15년 사이, 영화사 화주시주자들이 15년치 만큼 늙어버려, 모두 고장나고 있기 때문이다. 늙음의 병은 기도 해도 낫지 않는다. 애초에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흐름이다. 다만 그 아픈 마음자리는 기도로 나을 수 있다. 화초를 지극정성 보살피면 더 잘 자라는 거처럼, 지극정성의 에너지가 그들에게 가 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와 같은 맹금류에 조차도 지극정성이 통하는데, 사람에게 통하지 않을 리가 없다. 에너지는 영향력이 있음을 다 알 것이다. 파동이 강할 수록 주변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고 강하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이 많이 필요한 이유고, 그 중 하나가 기도의 힘이다. 요즘은 자연재해에 인플레이션에, 전쟁에, 안팎으로 너도나도 힘든 때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이웃을 위해, 정성으로 기도해주길 바란다. 인연법이 치유해줄 것이라 믿는다.
<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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