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0.27 법난 와중에 태어나 약 30년간 북가주 한인불교 중심지였다가 최근 10여년간 졸지에 ‘주지 찾아 삼만리 만행’이 더 시급한 처지가 돼버린 듯한 SF여래사. 천만다행 혹은 만시지탄, 여래사의 그 만행이 곧 끝날 것 같다. 사실상 끝났다 해도 된다. 창건주 설조 스님과 여래사 신도들의 거듭된 부탁에 막내상좌 승원 스님이 마음을 굳혔다, 한국에서 해온 여러 활동과 계획을 일단 미뤄놓고 여래사의 급한 불(주지공백)부터 끄기로. 내년쯤 비자수속이 마무리되면 정식 부임해 여래사에 상주할 참이다. 지난 몇년간 자주 그랬듯 안거철 한국행, 해제철 북가주행을 반복해온 승원 스님은 올해 여름안거 뒤 다시 여래사에 와 있다.
-한미왕복 바쁘신데도 안거를 거의 거르지 않으시니...
“하늘이 매우 아끼고 주지 않는 것이 청복이라 합니다. 복이 없으면 우리들이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려 하거나 좌선하려 하는데 이곳 저곳에서 일이 생겨 편안한 휴식과 수행을 할 복이 없는 것입니다. 저는 무탈히 18안거를 성만할 수 있었습니다. 요번 하안거는 법주사에 방부드렸다 초파일을 보내고 나가 입제 3일전 입방이 어려워 편의를 봐주신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에서 한 철을 보냈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선원수좌회 대표스님, 수좌회 의장스님, 선억 월암스님 등 훌륭하신 고참, 후배스님들과 많이 배우고 절차탁마하며 나름 성과있는 한 철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여래사에 오셨는데, 다시 겨울안거에 맞춰 귀국하실 건가요?
”저희 노스님 (금자 오자) 다례재가 (음) 9월17일 추석 다다음날입니다. 은사스님께서 동참하셨으면 하셔서 해제후 급한 일과 종단 연수교육을 마치고 (9월) 2일 들어왔습니다. 은사스님은 법주사내 응주헌에 주석하고 계십니다. 노송에 둘러 쌓여 선원과 인접한 고적한 토굴입니다. 그리고 11월 귀국은 맞는데, 이번에는 겨울안거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계종 자비선사 초기불교대학원에서 초기불전을 공부하다 다시 내년 봄께 여래사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여래사를 어떻게 가꿔야겠다는 청사진이랄까…
“안거 땐 책,전화기 등 수행에 방해되는 것은 멀리하고 있습니다. 알음알이가 생기므로 오직 화두에 몰입하게 가르치고 따르고 있습니다. 여래사의 청사진을 그려본 게 없습니다. 나름 요번이 5번째입니다. 회주스님이 이끌어 오셨으니 그 방침에 신도분들 의견과 대중화합하면서 안정이 우선인 듯합니다.”
이쯤에서 혹 ‘계획 없는 스님’이라는 한 생각이 일었다면 스님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거다. “출가할 때 소임은 절대 안보고 수행정진하려 출가를 했습니다. 출가 동기를 주신 법은사스님은(기자 성자) 뵐 때마다 공부하다 도를 깨치면 도인으로 살고 못 깨치면 수좌로 마무리하라는 말씀을 하십니다”라고 근 40년 전 출가 때 새겨들은 가르침을 아직 시퍼렇게 기억하는 ‘늘 푸른 중’ 승원 스님은 1984년 조계종 포교사로 활동하던 대학생 시절, 재가청년회를 창립하고 불교의 새앞날을 꿈꾸며 법연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지금껏 이어왔다. 중생의 아픔에 공명하려는 낮은 자세 또한 울림이 사뭇 길다.
“우리가 추구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남 얘기를 옮기는 것보다는 내 가슴 훑어내리는 승화적 공유를 하자고요. 아프지 않았던 중생들이 있을까요. 제일 훌륭한 불교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중생들의 아픔에 공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픈 중생들의 맺힌 것들을 같이 어울려 노력하고 정진하고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제가 수행하고 체득했던 쓰린 경험, 유익한 경험들을 같이 공명하는 겁니다. 충고나 질책보다는 또한 제가 비전을 제시할 만한 도력도 없으니 특단의 해결책은 우는 이들과 같이 울고 웃는 이들과 같이 웃는 겁니다.”
승원 스님은 다시금 ‘설득보다 공감에 방점이 찍인 불교수행체’를 강조하며 “고민을 들어주며 명고수가 되고 추임새를 잘 쓰면서 심판자가 아닌 중재자로서 같이 지내는 것”이라고 되뇌었다. 한편 수원 스님에 대해서는 “무탈히 안거를 성만하고 계십니다. 제가 있으면 한번 오신다고 하셨고 불자님들께 대신 안부를 전하라 하셨습니다”라고 귀띔한 뒤 북가주 불자님들 가정에 불보살님의 가피가 넘쳐나길 기원하며 e-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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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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