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섭단체연설 데뷔, ‘기본’ 28회 언급…저출생·탄소중립 특위 등 대안정당 부각
▶ 4년 중임제 개헌으로 정치개혁 의지 강조…한반도 평화로 민주당 정체성 계승
순방 등 비판에 與 “文 때문에 엉망” 野 “들으세요”…국민소환제 언급엔 與에서도 박수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2.9.28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이하 한국시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 무대에서 꺼내든 키워드는 '기본사회론'이었다.
최소한의 삶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하는 기본적 삶을 국가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게 기본사회론의 골자다.
기본사회론은 장기적 관점에서 결국은 정치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그간의 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연설에서 여권을 향한 공세는 최소화했고 대부분을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며 수권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할애했다.
아울러 책임정치를 위한 4년 중임제 개헌으로 정치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 기본 시리즈 집대성한 '기본사회론'…방법론은 실사구시
기본사회론을 꺼내든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총 28차례 '기본'을 언급했다.
기본사회론은 사실상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 시리즈'로 불려온 정책 비전을 집대성한 개념이라는 게 이 대표 측 설명이다.
이 같은 개념은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이 큰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서 국가 운영 구상을 마련하는 데 큰 뼈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소득, 주거, 금융, 의료, 복지, 에너지, 통신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생 문제의 해결책으로 기본사회론을 제시한 셈인데, 이는 대표 취임 전부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기조와 맞닿아 있다.
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확실한 민생 정당의 면모를 보여 재집권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납품단가연동제, 쌀값 안정, 민영화 방지법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에 탄소중립 특위와 초저출생 대책 특위 등을 두자고 한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후위기·인구감소 문제 등에 대한 해결 능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실사구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의제를 제시하거나 구호를 외치기보다는 여당과의 접점을 찾아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인 진전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온전한 손실보상제도, 기초연금 40만원, 코로나백신 피해 국가책임제 등을 대선 당시 여야 공통공약이라고 소개하며 함께 추진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여당에 제안했던 여야공통공약추진협의체 구성도 재차 제안했다.
초대기업 법인세 인하 등 기존에 언급해 온 정책 위주로 여권을 향한 비판을 최소화한 것도 공통공약 실천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 순방 논란 속 한반도 평화 부각…민주당 정권 외교·안보 계승 의지 피력
여권에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손을 내밀면서도 외교·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윤석열 정권에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영미 순방은 이 정부의 외교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라며 "조문 없는 조문외교, 굴욕적 한일정상 회동은 국격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협치가 중요해도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지적하는 야당의 역할은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진전을 이뤄온 만큼 민주당 정권의 성과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계승·발전해 '한반도 평화경제체제'를 수립하자"고 했다.
민생 문제와 마찬가지로 외교·안보의 핵심인 북핵 문제에서도 이 대표는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를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북한의 약속 위반 시 즉각 제재를 복원하는 것을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에 실행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북한의 그릇된 관행과 태도에는 단호하게 변화를 요구하겠다"라며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무력 시위를 감행한 북한을 향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역사, 영토주권, 국민의 생명·안전 문제는 단호히 대처하되 경제, 사회, 외교적 교류·협력은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개헌특위 구성 제안…국민의힘 호응 여부는 미지수
이 대표는 올해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국회 내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선투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 국회의원 소환제 등 국회 특권 내려놓기 등도 개헌의 구체적 내용으로 제시했다.
4년 중임제, 결선투표 도입 등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헌에도 포함됐던 내용이지만,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개헌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 대표는 "합의되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바꿔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특위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개헌안을 만들고 2024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며 87년 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런 제안에 국민의힘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기에 개헌을 추진한다면 여러 정치적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국정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41분간 이어진 이 대표의 연설 도중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는 장면도 포착됐다.
국민의힘 의원 쪽을 바라보며 윤 대통령의 순방과 관련한 논란을 언급하자 여당 의원 일부는 "문재인 때문에 (외교가) 엉망 됐잖아요"라고 외쳤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국민의힘 쪽에서 "그래서 (북한이) 핵 만들었잖아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좀 들으세요"라며 대응했다.
국민소환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할 때는 국민의힘 쪽에서도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각종 사법 리스크 속에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부터 '방탄 출마'라고 지적해 온 만큼,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박수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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