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회 행태 용인하면 ‘위장 탈당’이 ‘만능키’ 될 것”
▶ 국회 “헌법에 ‘檢수사권’ 근거 없어…권한 남용 막으려는 입법”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측 소송 대리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2.9.27 [공동취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는지를 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회가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에서 정면충돌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지난 4∼5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법률이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는지와 개정 행위가 '위헌적 절차'에 의한 것이었는지로 요약된다. 공개 변론이 5시간가량 이어지는 동안 양측은 모든 쟁점에서 팽팽히 부딪쳤다.
◇ 법무부 "민주당, 정치인 수사 막으려 국민 생각 안 해"
한 장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국회 상대 권한쟁의심판 공개 변론에 출석해 "이 법률(검수완박법)은 헌법상 검사의 수사·소추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렵게 제한해 국민을 위한 기본권 보호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담당해온 다양한 국민 보호 기능에 어떤 구멍이 생길지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이라며 "이미 디지털성범죄·스토킹 수사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구멍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일부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만 다급하게 생각한 것이지, 아마 처음부터 국민에게 피해를 주려는 고의적인 의도로 이런 입법을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단지 국민 피해와 사법 시스템 부작용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데, 국민 입장에선 어쩌면 그게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민주당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잃었다고도 강조했다.
한 장관은 "헌재가 이번 심판을 통해 '이 정도는 해도 된다'고 허용한다면 앞으로 총선에서 승리하는 다수당은 어느 당이든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본회의 원안과 직접 관련 없는 수정안 끼워넣기 같은 '백전백승의 만능키'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입법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무부 측 대리인을 맡은 강일원 변호사(전 헌재 재판관) 역시 "입법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곳은 헌재밖에 없다"며 "국회는 '형식적으로 절차를 거쳤다'는 답변만 하지만, 대선 이후 신임 대통령이 취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무리한 입법 절차가 이뤄진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 국회 "수사권 설정은 입법부 몫…檢, 권한 침해 주장 불가"
국회 측 대리인인 장주영·노희범 변호사는 헌법에 '검사의 수사권'이 보장돼 있지 않고 '검수완박' 입법 목적 역시 합당하다고 맞섰다.
국회 측은 "헌법은 수사·기소 권한의 행사 주체와 방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수사권은 본질적으로 행정권의 일부이고 입법자(국회)는 입법 당시의 시대 상황과 국민 법의식 등을 고려해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법무부가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들을 근거로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조항들은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 헌정사를 반성해 무분별한 영장 남발을 막으려는 '국민의 권리장전'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은 아울러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때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논의가 있었으나 당시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유보됐다"며 "권한 집중으로 인한 남용을 방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권한 침해 여부와 범위를 다투는 이번 사건에서 국회의원과 달리 입법 절차상 심의·표결권이 없는 법무부 장관과 검사가 입법 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자신들의 수사권과 소추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라고도 했다.
◇ 질문 쏟아낸 재판관들…'검수원복' 시행령 놓고도 논쟁
법률 제·개정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 기관과 국회가 부딪친 사상 초유의 권한쟁의 사건을 받아든 헌재 재판관들은 양측에 질문을 쏟아냈다.
김기영 재판관은 법무부 측에 "검사의 소추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나 '수사 주재자'의 지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법률로 제한되면 안 된다는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강일원 변호사는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서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영장 신청권은 주어져 있다. 영장을 신청하려면 사건의 내용을 파악해야 하므로 어느 정도의 수사권은 불가피하다"며 "(검수완박은) 영장 신청권을 형해화했다"고 답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검수완박' 입법으로 형사사법 체계에 공백이 발생했는지를 물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무고·마약·조폭·보이스피싱 처벌이 감소한 그래프를 제시했다. 그는 "도둑을 못 잡으면 도둑이 없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법무부가 '검수완박법'에 대응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도로 확대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측은 "위법한 시행령"이라고 비판했지만 법무부 측은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하거나 지휘를 하면서 수사 방향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부패·경제범죄 범위를 넓혔지만 여전히 수사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는 한 장관과 함께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에 이름을 올린 김선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과 김석우 법무부 헌법쟁점연구TF 팀장 등 검사들이 당사자로 출석했다. 국회 측에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김남국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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