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뛰어나 ‘천리안’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까마득하게 먼 사물을 마치 망원경으로 보는 듯 정확하게 식별해내는 능력이 있다. ‘번개안’(?)으로 불릴만한 사람들도 있다.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글을 엄청 빨리 읽는 사람들이다. 보통사람은 1,400여 글자인 이 칼럼을 읽는데 대략 5~6분 걸리겠지만 번개안들은 초단위로 독파한다. 가히 컴퓨터 스캔 속도인데 신기하게도 글 내용을 100% 파악한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분에 2,000자를 읽는다. 이 칼럼 길이를 읽는데 45초도 안 걸린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아마 1분 남짓 걸렸을 터이다. 분당 1,200자를 읽었다고 했다. 그는 연방 상원의원 시절 존스 홉킨스대학 야간부에서 한 학기 동안 속독(speed reading)학을 배웠다. 매주 화요일 동생 로버트와 함께 보스턴 집에서 볼티모어 학교까지 자동차로 1시간 이상 달려 2시간씩 연마했다.
이들 전직 대통령의 속독은 초보수준이다. 필리핀 여성 마리아 테레사 칼데론은 15세 때 분당 8,000 단어를 읽는 능력이 공인돼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속독자로 등재됐다. 하지만 그녀의 기록은 20여년 후인 1990년 미국인 하워드 스티븐 버그에 의해 깨졌다. 버그는 분당 무려 2만5,000 단어를 읽는 불가사의한 능력이 공인돼 기네스북에 새로 올랐다. 그는 단어를 분당 100개 이상 쓰는 기술도 발휘했다.
이런 초능력자들이 요즘 새삼 부럽다. 나는 책 읽는 속도가 달팽이처럼 느리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집콕’하면서 성경통독에 다시 나섰지만 아직 손을 털지 못했다. 넉달 전 녹음방초 계절에 시작했는데 이번 등화가친 계절에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간에 다른 단행본 두 권을 읽기는 했다. 은퇴 후 여가시간이 많아진 건 확실한데 독서에 오래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인들도, 미국인들도 팬데믹 기간에 ‘읽기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선 10대 이상 국민 10명 중 7명의 인터넷 매체 읽기 시간이 64%가량 늘어났다. 대개 전염병·건강관리·의료정보 등에 관한 내용이다. 종이책 읽기도 증가(22%)했다는 사람이 감소(12%)했다는 사람보다 많았다. 지난해 도서관 개관일수가 절반가량 줄었지만 1일 평균 도서대출 수는 오히려 2019년보다 38% 이상 늘어났다.
미국인들의 경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하루 평균 17분이었던 책 읽기 시간이 2020년 후반에는 20분으로 21% 늘어났다. 특히 흑인들의 독서시간(14분)은 140%나 늘어났다. 아시아인(11분)도 19% 늘어났지만 백인(22분)과 라틴계(6분)는 2019년과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2021년 초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책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사람도 전체 응답자의 23%나 됐다.
자고로 지구촌에서 국민들의 독서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인도다. 매주 평균 10시간을 읽기에 할애한다. 그 뒤를 태국(9시간)과 중국(8시간)이 바짝 쫓는다. 필리핀과 이집트도 각각 7.5시간으로 세계 5대 독서국가에 낀다. 한국 성인의 독서시간은 하루 평균 31.8분(2019년 기준)으로 이들 5개국에 까마득하게 뒤진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은 마음의 양식’ 등 독서를 독려하는 경구가 숱하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보물 제569호)도 있다. 그는 처형 직전 “읽던 책을 마저 읽게 5분만 허락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미확인 일화도 있다. 연간 책을 50권씩 읽는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 하버드대 아닌 동네 도서관이었다”라고 술회했다.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해소된다”(미네소타대학)거나 매일 30분 독서하면 수명이 2년 연장된다(세계경제 포럼)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책을 두 권 읽은 사람이 한 권 읽은 사람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공자는 “책을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고루해지고 생각만 하고 책을 읽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했다. 요즘 한국엔 책과 담을 쌓은 국회의원이 많아 보인다. 지배당하고 위태로워지기를 자청하는 듯하다. 만사 제쳐놓고 ‘등화가친 법’부터 만들어 모든 국회의원들이 하루 한 시간씩이라도 책을 읽으라고 권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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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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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 한장 안넘긴 신랑 무식해서 행복… 모든것에 배째라 하니 싸우지도못하고
책 마이아이 읽는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책은 어떻게하면 무고한사람 궁여의 관심법에 해당하는 삼자 뇌물죄로 엮어 사기탄핵하기와 할렘한인폭행사건이 일어난지 5일정도에 나타나 무조건 인권문제로 엮어가기와 주권없는 독도.동해 운동으로 국민 피 세금이나 먹고 광내기에대한 연구책들 마이 마이 읽고 사용하여 그 기술들을 후배에게 전달하며 영원무궁토록 빨때꼽는가에 대한 연구 서적들 마이 마이 읽으며 퍽치기식 한탕치기 연구책도 마이마이 접하고있는것 같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