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크루즈 여행을 했다. 내가 탄 그 배에는 60여 나라에서 온 950명의 승무원들이 일을 한다고 했다. 나는 호기심으로 승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묻곤 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의 방을 청소하는 등의 근접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식당에서 서브하는 사람들은 인도에서, 그밖에 필리핀, 페루,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짐바브웨 등 다양했다.
그런데 내가 질문을 하니 그들도 내가 어디서 왔느냐 되묻고 하였다. 내가 본래는 한국이다 했더니 아주 반가워하는가 하면 존경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음악, 댄스 그리고 드라마의 팬이라고 하면서 나도 처음 듣는 드라마 제목들을 나열하는가 하면 장동건이니 누구니 하며 배우 이름도 꽤나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뉴스를 보니 미국 드라마 최고의 상인 에미상 수상소식을 전하고 있었는데 모두 아는 것처럼 ‘오징어 게임’의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종목의 수상 소식이었다. 참으로 이제 한국은 드라마 세계의 리더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뉴스를 접하면서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하며 좀 쓴맛이 들었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한 목사님이 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그 영화에 대해서 했었던 한 마디가 생각났다.
당시 그 목사님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등장하는 스님들은 모두 좋은 이미지인데 어째서 기독교 목사들은 모두 거짓과 배반의 이중인격자로 등장하는가 하며 개탄의 평이었다.
그러나 나는 당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이러한 자본주의의 타락을 고발하는 영화가 한국에서 만들어야 하는가 하며 씁쓸하였다.
그리면서 감독상을 받았던 황동혁 감독의 수상 소감이 떠올랐다. 오징어 게임의 제 2탄의 영화를 만들어 다시 상을 받겠다는 그의 소감 말이다. 그러면 제 2탄의 소재도 한국의 무엇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또 그 무엇을 고발하겠다는 말인가? 나는 이 소재가 무엇이 될까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먼저 나의 아침 일상생활을 되돌아보았다.
먼저 우리 동네 뉴스 채널 5 Fox를 본다. 언제나 날씨 교통 뉴스에 이어 몇 개의 총기 사건으로 몇 명 죽었다는 것이 단골 메뉴이다. 다음 채널 7을 본다. 역시 총기 사건이다. 그리고 별 뉴스거리가 없으니 영국 여왕 장례,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기밀서류, 바이든 경제 인플레이션 정도를 며칠씩 우려먹는 것 정도다.
이어서 한국판 신문을 읽는다. 로컬 판을 먼저 본다. 참 한인사회가 바쁘다고 할까, 부지런하다고 할까, 활달하다 할까, 꽤 뉴스거리가 많다. 특히 한국 정국과 연계하는 기사가 아주 많다. 이어서 한국판이다. 아니 한국판이라고 부르기보다 한국 정치판이라고 해야 할 만큼 온통 정치 그리고 정치판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부정부패 비리로 가득 차 있다. 미안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흥미 거리이다. 이어서 유튜브를 보면 참으로 새로운 범죄의 창출이 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이 휘황찬란(?)하다.
그러니 미국 영화는 100년 전부터 기병대가 말 타고 나팔 불며 총으로 인디안 죽이는 것으로 시작하여 터미네이터를 거쳐 이제는 우주에서 전자빔 총으로 서로 죽이고 죽는 스타워즈나 만들어 오고 있다.
그러는 동안 한국은 기생충이니 오징어 게임이니 하며 한국의 온갖 부조리와 범죄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가 나온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영화 세계도 결국 콩 심는데 콩 나고 팥 심는데 팥 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무섭다. 황동혁 감독이 제 2탄의 영화 소재가 소녀 동상이 등장하고 정신대 할머니가 등장하고 뒤에서 돈 챙기는 정대협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의 드라마이거나, 가난한 판자촌이 철거되고 값 비싼 아파트가 등장하고 웃으면서 돈 세고 있는 호화판 사무실 창 너머 가난한 서민들이 울부짖는 장면으로 대장동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영화가 나오거나, 아니면 거창하게 UN 총회에서 뚱뚱한 독재자를 치켜세우며 원자폭탄은 없다 하는 명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뚱뚱이가 TV를 보며 낄낄거리는 성층권 권력 영화 등등 정말 무궁무진한 소재의 영화로 한국이 판을 칠까 두렵다.
아니, 아니 아예 할리우드라는 곳이 없어지고 대신 서울 충무로 영화거리라는 명소가 탄생할까 두렵다. 그때에 나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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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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