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요원과 껄렁한 사업가 연기… “황정민과 함께 연기해 영광”
▶ ‘오겜’으로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 “콩팥 밑쯤에는 수상 기대도 있었죠”
배우 박해수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르물 장인' 박해수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서 국정원 요원으로 분해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연기를 펼쳤다.
20일(한국시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수는 "증폭된 사건들 속에서 인물들 간 갈등을 다루는 장르물에 재미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전작 영화 '사냥의 시간', '야차', 드라마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에서 선 굵은 역할들을 도맡아왔다.
'수리남'에서는 국가정보원 요원 최창호를 연기했다. 최창호는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한인 목사로 위장한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을 잡기 위해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하정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박해수는 "장르물을 끊임없이 해온 것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지만, 그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인데, 이런 이미지를 더 보고 싶어하신다면 충분히 쓰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인) 이희준 배우가 '장르에 적합한 얼굴'도 아무도 못 한다고 말해 준 적이 있는데 저 역시 이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며 "한두 살 나이를 더 먹다 보니 자연스럽고 섬세한 생활 연기도 하고 싶은데,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제게 남은 숙제"라고 했다.
극 중 최창호는 전요환을 속이기 위해 국제 사업가 구상만으로 변장해 현장에 투입된다.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요원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최창호와 화려한 꽃무늬 재킷을 입고 "식사는 잡쉈어?"라며 껄렁거리는 구상만의 간극은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박해수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이번 캐릭터의 매력"이라며 "두 캐릭터 사이에서 줄 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비주얼적으로 변화가 커서 과유불급이 안 되도록 연기 변화는 적게 가져갔다. 대사의 어미나 표정만 조금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창호는 정보전달 위주의 캐릭터여서 전요환의 과거 서사에 대한 정보를 깔끔하게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며 "감독님이 다른 캐릭터들이 만화같이 개성이 강하다 보니 최창호는 바닥에(개성이 드러나지 않게) 있어 주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차분하게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구상만 일 때는 괜히 바닥에 침이라도 한 번 더 뱉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연기하기는 훨씬 편했다"고 덧붙였다.
박해수는 '수리남'으로 연극 무대에서 존경해 오던 선배인 황정민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개무량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황정민이라는 굉장한 배우와 언제 눈을 마주치면서 연기하겠냐 싶었다"며 "처음에는 긴장돼 손이 떨렸는데, 그걸 누르고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연기 지적도 해주셨으면 했는데 그런 스타일은 아니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수리남' 등 넷플릭스의 주요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다 보니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처음에는 넷플릭스 아들이었다가, 큰아들, 공무원으로 변했다. 지금은 넷플릭스에 지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드라마) 송출 방식에 어떤 목적을 뒀던 것은 아니었는데, 저 자신도 넷플릭스 작품에 많이 나와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게 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며 "아직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흐름을 지혜롭게 잘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올해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은 못 했다.
그는 "기대는 많이 안 했지만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콩팥 밑쯤에(마음 한쪽에) 있었다"고 털어놓은 뒤 "어머니가 적어주신 수상 소감을 턱시도 안쪽 주머니에 갖고 있었다. 언젠가 '한국 드라마를 통해 문화예술을 빛내는 배우가 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그 소감을 전할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해수는 지난 1년간 '오징어 게임'을 홍보하는 해외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해외 진출도 논의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보니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더 생겼어요. 다양한 세계관을 접하면서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 한국 창작진에 대한 존경심을 느꼈고, 도전 의식이 생기면서 배우로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