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가 한국 여가수 최초로 잠실주경기장에 입성, 자신의 노래처럼 환상적인 감동을 8만 5천 명의 유애나에게 선사했다.

아이유는 18일(한국시간 기준)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를 개최했다. 아이유는 2019년 이후로 3년 만의 오프라인 콘서트를 17일과 18일 양일 열고 총 8만 5천 명의 유애나(팬클럽)를 만났다. 이날은 아이유의 데뷔 14주년 기념일이어서 더 큰 의미를 가졌다.

아이유의 콘서트는 개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잠실주경기장은 최대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공연장으로, 앞서 조용필, 방탄소년단(BTS), H.O.T., 싸이 등 톱스타들만이 공연을 개최한 꿈의 무대였다. 아이유는 한국 여자 가수 중 처음으로 주경기장에서 공연해 국내에서의 위상을 입증한 것. 아이유는 팬들을 위해 좌석 시야에 따라 티켓 가격에 차이를 두는 차등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티켓 부정거래 방지를 위한 암행어사 제도, 티켓 부정거래자 팬클럽 영구 제명 등을 실천해 공연계의 모범이라 박수 받았다.

이날 아이유는 방탄소년단 슈가와 함께한 곡 '에잇'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고, '셀러브리티'(Celebrity)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아이유는 "3년 만에 공연으로, 여러분에게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린다"라며 "3년 동안 신곡이 많이 나왔는데 당시에 못했던 곡들을 한풀이처럼 해봤다"면서 이날 펼쳐질 수많은 명곡 무대를 예고했다. 아이유는 '라일락', '너랑 나', '금요일에 만나요', '무릎', '나만 몰랐던 이야기', '이 지금' 등 여러 히트곡을 불렀고, 남녀 객석이 모두 익숙한 멜로디에 함께 흥얼거렸다.

한편 아이유는 '팔레트'와 '좋은 날'의 졸업식을 알리기도. 그는 지드래곤과 함께한 '팔레트'에 대해 "오늘은 사랑하는 곡의 졸업식이다. 제가 스물다섯 살 때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정말 소중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불렀던 곡"이라며 "이 노래는 이제 스물다섯살의 지은이에게 남겨두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서른이 돼서 그때만큼 좋은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굳이 이 곡을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공연이 끝나고는 이 곡을 정식 세트 리스트에서 빼려고 한다"라고 했다.

또 아이유는 '좋은날' 역시 "새로운 30대가 됐는데, 이게 내가 열여덟 살에 불렀던 노래다. 가사 중에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이 있는데, 이제 30대가 되지 않았냐. 내가 18세에 불렀던 곡이라 이제 오빠가 많이 없어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관성적으로만 노래하는 게 아니라, 나이대에 맞는 변화를 노래로 보여주겠다는 아이유만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이유는 댄서 100명, 25인조 오케스트라로 웅장한 대규모의 공연 클래스를 자랑했는데, 특히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 '내 손을 잡아'를 부르면서는 하늘에서 열기구를 타고 나타나는 퍼포먼스를 보여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또한 2, 3층의 유애나와 더 가까이 만나겠다는 아이유의 배려였다. 아이유는 인형 같은 드레스, 뮤지컬 같은 연출, 불꽃 등으로 이번 공연의 분위기를 놀이공원에 온 듯 환상적으로 만들었다.

이 가운데 박재범이 아이유 콘서트 둘째 날의 게스트로 등장했다. 박재범은 아이유에 대해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정말 존경하는 아티스트다. 14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고, 톱을 유지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티스트 같다"며 "나도 같은 가수라서 이게 얼마큼의 노력과 희생을 해야 하는지 안다. 그래서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여러분들은 아이유의 팬으로서 행복할 것 같다. 그냥 '국힙원탑'이 아닌 '원탑'"이라고 극찬했다. 박재범은 아이유와 함께한 '가나다라'를 선보였다.

아이유는 '내 손을 잡아', '블루밍'(Blueming), '어젯밤 이야기', '좋은 날', '라일락', '무릎', '겨울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 '시간의 바깥', '너와 나' 등 마지막까지 풍성한 세트 리스트를 들려줬다.

끝으로 아이유는 "여러분은 물론 3단 고음을 더 좋아하시지만, 저는 '무릎'이 제 정체성을 담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잠'은 '무릎'을 생각하며 쓴 곡이라 두 곡이 한 세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 바람이 부는데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라며 콘서트를 마쳤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