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흘 앞당겨진 윤리위, 李 경찰 출두 다음날…李, 제명시 가처분 맞불 예고
▶ 정진석 비대위 출항 ‘뇌관 제거’ 포석 관측 속 일각선 불씨 재확산 우려도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4일(한국시간)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9.14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휴일인 18일(이하 한국시간) 윤리위를 '기습 소집'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주말 직전 주호영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국민의힘 제기한 이의신청을 각하, '주 전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을 유지한 가운데 당과 이 전 대표간 갈등이 끝장 대결 양상을 보이며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당초 예정보다 열흘이나 앞당겨진 윤리위 개최 시점이 마침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이어서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 의 작용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등 의혹과 관련, 전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는 공식적으로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안건 상정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다만 이번 회의는 '수해 봉사현장 실언'으로 징계 절차가 개시된 김성원 의원을 비롯해 권은희 김희국 의원의 소명을 듣기 위해 오는 28일 열리는 회의와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준석 징계위'가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들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 건 외에 회의 소집 일정을 변경할 만큼 시급한 논의 대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단 당과 윤 대통령 등에 대한 원색적 비난 언사 등이 추가 징계 사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달 19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원 누구든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데 있어 당의 위신 훼손·타인 모욕 및 명예훼손·계파 갈등 조장 등 당원으로서 품위유지를 위반하고 반복하면, 예외 없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경고장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 결의문에 '당 윤리위에 접수된 이 전 대표 추가 징계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날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가 개시될 경우 남은 수순은 '제명'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징계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 위원회 재적 위원 과반수의 의결로 소명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이번 회의에서 징계 절차 개시 뿐 아니라 징계 자체까지도 속전속결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에 대한 가처분 심리를 오는 28일로 앞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제명될 경우 '사고'가 아닌 '궐위'가 되는 만큼 가처분 신청 자격을 상실하면서 가처분이 기각될 것이라는 법리적 셈법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새 원내대표 경선에 이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논의 착수 등 지도부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당장 '이준석 뇌관'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도부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관계자) 주류 사이에 공유된 인식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도리어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명 문제가 당내 갈등 재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제명 결정이 나올 경우, 그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지도부의 정교하지 못한 대응으로 법정 공방에서 '패'하며 역풍을 맞고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웅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힌 당내 일부 친문계 의원들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던 민주당 관련 기사와 자당의 이번 윤리위 소집에 대한 언론 보도 화면을 캡처해 올린 뒤 "두 당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동업자정신!"이라고 적었다.
그는 '공통점'에 대해 "둘 다 윤석열 후보 도운 사람을 내부총질했다고 날림"이라고 쓰고, '차이점'으로 "한쪽은 당대표가 조지고, 한쪽은 당대표를 조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지다는 표준어다 윤리위야'라는 해시태그를 더했다.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는 같은날 세 건의 게시물을 연달아 올리고 당내 윤핵관과 윤리위를 전방위로 겨눴다.
정 비대위원장을 향해 "법원의 결정에 많이 놀라셨나 보다"고 비꼬았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최근 선거 과정에서 청년 당원 역할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글을 두고는 "고마움을 청부징계(제명)로 갚는가"라며 "한입 두 소리"라고 저격했다.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에 이어 이번 추가 징계 논의까지 그 배경에 '윤심'이 자리잡고 있는지 여부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당무 불개입 원칙을 견지하며 이 전 대표 사안 관련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총질' 문자 파문 이후 이 전 대표 징계 문제와 윤심의 연관성에 대한 이런저런 분석이 이어져왔다.
공교롭게 이번 윤리위는 윤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3국 순방길에 오른 당일 소집됐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 "역사적으로도 지난 몇 달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어디에 가시면 꼭 그 사람들이 일을 벌였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또 순방하신다고 하는데 그사이에 뭔가를 꾸미고 있지 않을까"라며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윤리위 조기 소집 일정이 전해진 직후에도 SNS에 "와우. 대통령 출국 시점에 맞춰. 바로 직후에"라고 비꼬는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에게 미칠 정치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는 시점에 맞춰 자신에 대한 추가 징계를 속도전식으로 처리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의구심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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