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철수·구창모 전성기 ‘투톱’ 의기투합…1980년대 히트곡 줄줄이
밴드 송골매의 배철수, 구창모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한pLay 스퀘어에서 열린 송골매의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고 우리도 언젠가는 늙어가겠지 흐르는 세월은 잡을 수 없네…."
히트곡 '모여라' 가사 그대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두 가수는 어느덧 일흔을 넘보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들이 다시금 무대에서 의기투합하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바로 198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록 밴드 송골매 이야기다.
송골매는 1979년 록 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3년 뒤인 1982년 홍익대 록 밴드 블랙테트라의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하며 밴드의 전성기를 맞았다.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 '빗물', '모여라', '모두 다 사랑하리'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인기를 누렸다.
1982년 발표된 2집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당시 KBS '가요톱텐'에서 5주간 1위를 차지하는 등 히트를 했다.
송골매는 그러나 1990년 9집을 마지막으로 긴 휴식에 들어갔다. 리더 배철수는 같은 해 진행을 맡은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며 국민 DJ로 사랑받았다.
그러던 송골매가 9집 기준 32년, 팀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배철수·구창모 '투톱 체제' 이래 38년 만에 K팝 공연의 성지로 꼽히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로 11일(한국시간) 다시금 날아올랐다.
송골매를 상징하는 커다란 날개 모양 무대에 등장한 배철수와 구창모는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여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배철수는 검은 가죽 재킷, 구창모는 흰 재킷 차림으로 무대 좌우편에서 각각 등장해 하이 파이브로 팀의 부활을 알렸다. 두 사람 모두 1980년대 청춘의 상징인 청바지를 입어 눈에 띄었다.
객석은 20·30대부터 백발 노년까지 1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들로 꽉 찼고, 50·60대 여성 팬들은 '송골매'라고 쓰인 야광 응원봉을 흔들며 명절 후유증도 잊고 소녀 팬으로 돌아갔다.
구창모는 특유의 미성과 세월에도 생채기 나지 않은 맑은 보컬을 과시하며 고음을 죽죽 뽑아냈다. 시종일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발로 박자를 타다가도 고음을 내지를 때는 눈을 질끈 감고 목에 핏대도 세웠다. 배철수는 허스키하면서도 장난기 섞인 목소리를 들려주며 관객을 1980년대 추억 속으로 안내했다.
이들은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세상만사', '처음부터 사랑했네', '빗물' 등 1980년대를 수놓은 히트곡을 줄줄이 쏟아냈다.
구창모는 38년 만에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감동 탓인지 꾸밈없는 행복한 미소를 공연 내내 숨기지 못했다.
그는 "저는 지금 살이 떨릴 정도로 흥분된 상태"라며 "흥분하다 보니 박자도 조금 놓쳤다. 오늘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이 저희를 환영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도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배철수는 30년 넘게 장수 라디오 DJ로 활약하는 만큼, 이날 공연에서 입담을 마음껏 과시했다.
배철수는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며 "확실한 것은 무대에서 오늘 헤어 스타일도 바꾸고 기타도 메고 있으니 20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그때는(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장발이 유행했었다"며 "여기 있는 분 중에서도 장발을 길러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머리를 기르지 않았으면 대한민국 남자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날 국내 방송 역사상 최악의 사고 가운데 하나로 전해지는 1983년 KBS '젊음의 행진' 감전 사고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꺼냈다.
"노래하려고 마이크를 잡으려는데 그때 누가 마이크를 비뚤게 놨어요. 그냥 노래하면 되는 것을 제가 성격이 반듯하다 보니 똑바로 놓으려고 잡았다가 감전이 된 거죠. 그때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그때 갔으면(사망했으면) 오늘 공연도 안 됐을 것 아닙니까." (배철수)
그는 그러면서 39년 전 사고 당시 부르려던 노래인 '그대는 나는'을 부르기에 앞서 "저에겐 정말 인연이 깊은 곡"이라고 소개했고, "그(감전) 영상을 10년 이상 보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이날 공연에서는 배철수의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구창모의 '방황'·'희나리' 등 두 사람의 솔로 히트곡도 들을 수 있었다. 송골매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가창한 '외로운 들꽃' 무대도 선보여 특별함을 더했다.
송골매는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부산, 대구, 광주, 인천에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송골매의 프런트 맨 이자 '지주'인 배철수가 이번 투어를 마지막으로 음악을 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에, 이번 콘서트는 사실상 밴드의 마지막 '비상'인 셈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건(59)씨는 "내가 20대 때 송골매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멋있는 사람들이었다"며 "TV에 오랜만에 배철수와 구창모가 함께 나와서 가슴이 뭉클했는데 공연까지 한다고 해 예매했다. 송골매를 보고 죽기 전에 악기 하나를 배워서 다루는 게 꿈이 됐다"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대한민국 록 콘서트 가운데 오늘이 관객 연령이 제일 높을 것 같은데요? 하하." (배철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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