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경주·울산 최대 447.5mm 폭우…사망·실종자 잇따라
▶ 전국 이재민 3명·임시 대피 4천533명…항공·철도 정상화, 여객선은 통제 중
(포항=연합뉴스)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역대 세 번째 위력을 기록하고 6일(이하 한국시간)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전국에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경북 동해안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날 오후 11시 현재 3명 사망·3명 의식 불명·3명 실종 상태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제주와 남해안에서도 강풍에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냉장고가 날아갔고, 전국적으로 8만9천180호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연합뉴스) 태풍 ‘힌남노’의 강풍과 폭우 탓에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풀빌라가 물에 떠내려가 있다.
◇ 경주·포항 등 최대 447.5mm 폭우…태풍 오늘 밤 일본서 소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전 4시 50분께 경남 거제시 부근에서 국내에 상륙해 오전 7시 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오후 9시 기준 일본 삿포로 서북서쪽 약 400km 해상에서 시속 94km로 북북동진 중으로, 현재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해 곧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힌남노는 국내 상륙했던 태풍 가운데 중심기압으로는 역대 3번째, 풍속으로는 8번째로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산간 1천59mm, 경북 경주 447.5mm, 경북 포항 418.2mm, 울산 385.5mm 등이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한라산 백록담의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3.7m를 기록했다.
현재 포항, 경주, 삼척, 강릉, 속초, 양양 등 동해안 일부에만 태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내륙의 강풍 특보는 모두 해제됐으며 동해 전 해상과 제주 남쪽 바깥 먼바다, 남해 동부 바깥 먼바다에 풍랑특보가 유지 중이다.
기상청은 오는 7일 오전 중에 태풍 특보가 모두 해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 "지하주차장 차 빼려다가" 물바다 된 경북서 3명 사망·3명 의식 불명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후 11시 기준 경북 포항에서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경주에서도 1명이 사망했으며 울산에서는 1명이 실종됐다.
이날 오전 7시 57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70세 여성이 일가족과 대피 도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날 오전 포항 남구 오천읍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옮기러 갔다가 실종된 66세 여성도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주에서는 87세 여성이 집안으로 밀려든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포항 남구 인덕동에서는 침수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 7명이 실종됐다가 현재까지 5명이 구조됐다.
이 중 39세 남성과 51세 여성은 각각 실종 12시간, 13시간 만에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구조됐으며 여성 2명과 남성 1명은 의식과 심장 박동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다른 실종자들의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물이 차고 있으니 차를 옮기라"는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갔다가 인근 하천 범람으로 주차장에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에서 주택이 침수돼 대피 도중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남성 1명도 자력으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에서도 이날 새벽 20대 남성이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 밖에 경기 시흥에서는 간판이 떨어져 1명이 부상했다.
이날 새벽 포항 구룡포에 시간당 110.5㎜의 폭우가 내리면서 도심 곳곳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포항 남구 오천읍의 천변에 자리 잡은 한 풀빌라 건물이 통째로 물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형산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하천·저수지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공장에서 불이 나 회사 등이 태풍과 화재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경주에서도 폭우와 함께 송선저수지 붕괴가 우려돼 저지대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울산 태화강 태화교 지점에도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으며 태화강 국가정원과 둔치가 모두 물에 잠겼다.
◇ "냉장고 날아가" 제주·부산·전남 등 남해안도 강풍 피해
남해안에는 돌덩이와 냉장고가 바람에 날아가는 등 강풍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에서는 전날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육상에 세워둔 보트가 날아가 안전 조치를 했다.
이날 오전에는 서귀포시 서귀포항에서 식당 냉장고가 새연교 인근으로 날아간 채 발견됐다.
새연교 주차장을 비롯한 해안 곳곳에는 치솟은 파도와 함께 날아온 돌덩이들이 잔뜩 쌓여 비바람이 잦아든 뒤 정리 작업이 진행됐다.
제주시 아라동, 이도동 등 도로에서 중앙분리대가 쓰러져 철거됐으며 강정항 내 도로 20m가 월파로 인해 파손됐다.
부산에서도 해안가 월파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새벽 부산 대부분 지역에서 초속 30m 내외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바다와 가까운 부산 서구 한 도로에는 600m 구간에 걸쳐 월파 피해가 발생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에도 파도가 가져온 돌덩어리가 상가 안쪽까지 덮치면서 2016년 태풍 '차바' 때보다 적지만 해안가 상가 10여 곳이 초토화됐다.
인근에서 유튜버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월파 속으로 들어가며 촬영을 시도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수변공원도 도로 난간과 건물 유리창 등이 크게 파손됐다.
(부산=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6일 오전 파도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를 덮치고 있다.
강풍이 불던 이날 오전 6시께 부산 기장군에 있는 신고리 1호기(가압경수로형·100만kW급) 터빈 발전기 가동이 멈췄다.
신고리 1호기는 태풍 영향에 대비해 출력을 79% 수준으로 감소해 운전 중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강풍으로 인한 전력설비 이상을 원인으로 추정했고 터빈 발전기 정지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경남 밀양에서도 강풍에 전신주 5주가 쓰러지고 남해에서는 한국전력 남해변전소가 침수돼 소방당국이 안전 조치를 했다.
남해에서는 경남도의 보호수로 지정됐고 바닷가 근처 숲에서 방풍목 역할을 해온 37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강풍에 부러지기도 했다.
광주·전남에도 200mm 넘는 비와 남해안·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0m 넘는 강풍이 잇따랐다.
신안군 흑산면 선착장, 여수 돌산읍과 완도 보길면 방파제 등 어항시설 3곳이 파손됐고 여수에서 부잔교 9개가 부서졌다.
강원 지역에서도 강풍에 주택 담장이 무너지거나 도로와 집 마당이 침수됐다.
전날 밤 춘천시 교동 한 주택 담장이 무너져 60대 남성이 대피했고, 이날 새벽 삼척의 한 민박집 마당과 춘천의 숙박업소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 소방대원들이 배수 작업을 했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강한 비가 내리면서 한강의 홍수조절 최후 보루인 소양강댐도 수문을 개방할 예정이다.
전북·충청·경기 지역에도 전신주나 나무가 쓰러져 도로를 덮치는 등 강풍 신고가 잇따랐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는 간판이 떨어져 행인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항에서는 부잔교 덮개 시설(캐노피)이 강풍에 떨어져 파손됐다.
◇ 강풍으로 8만9천호 정전도…이재민 3명·임시 대피
힌남노가 북상 중 작은 태풍을 흡수해 위력이 더 커지면서 강풍으로 인한 정전도 전국에서 속출했다.
한국전력은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3시까지 부산·울산, 대구, 제주, 광주·전남, 경남 등에서 총 8만9천180호(199건)가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현재까지 88.5%인 7만8천890가구가 복구됐으며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추석 연휴 전인 8일까지 복구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주택 파손으로 인한 이재민은 서울에서 3명(2세대) 발생했다.
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일시 대피한 인원은 전국적으로 3천383세대 4천533명으로 늘었다.
경남 2천380명, 경북 864명, 전남 720명, 부산 425명 등이며, 이 중 754세대 1천250명이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숙박시설, 마을회관 등 임시주거시설이나 친척 집에 머무르고 있다.
농작물 피해는 침수 2천466㏊, 도복(쓰러짐) 679.4㏊, 낙과 669.3㏊ 등 총 3천815.2㏊로 집계됐으며 추가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북 2천308㏊, 경남 477㏊, 전남 411㏊, 제주 280㏊, 전북 253㏊ 등이다.
여객선은 연안여객선과 국제여객선을 포함해 122개 항로 183척의 운항이 통제 중이며 항공기와 열차는 모두 운행을 재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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