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청 “전국이 영향권…한 번도 예상 못한 피해 발생할 수도”
▶ 상륙 전부터 많은 비…2~4일 제주 100~250㎜, 4일 수도권 20~70㎜
’제주 서쪽 통과’ 예상도…태풍 강도 등이 진로 결정할 변수
태풍 ‘힌남노’ 피해 항구에 정박한 어선들 (서귀포=연합뉴스)
역대급 세기로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경남 남해안으로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기상청이 2일 전망했다.
힌남노가 발생한 뒤 기상청이 국내 상륙을 전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태풍은 과거 국내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했던 '사라'와 '매미'보다도 더 강한 상태에서 상륙할 가능성이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2일 오후 1시 천리안위성 2A호가 포착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붉은 원).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상륙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매미'보다 강한 상태서 상륙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 예보와 11시 브리핑에서 힌남노가 6일 새벽이나 아침 경남 남해안으로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한해협을 지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조정한 것이다.
기상청 측은 "상륙을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예상으론 힌남노는 국내에 상륙할 때 강도가 '강'인 상태겠다.
태풍 강도는 '중-강-매우 강-초강력' 4단계로 나뉜다.
상륙 시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950hPa(헥토파스칼)과 43㎧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태풍이 강한 것인데 지금 예상대로면 힌남노는 국내에 상륙했던 태풍 중 가장 강했던 1959년 '사라'와 두 번째로 강했던 2003년 '매미'보다 강한 상태에서 상륙하겠다. 국내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사라와 매미 중심기압 최저치는 각각 951.5hPa(부산)과 954hPa(통영)이다.
힌남노는 6일 밤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나 내륙에 상륙한 태풍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워낙 많으므로 얼마나 국내에 머물지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
오전 9시 현재 힌남노는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420㎞ 해상에서 강도가 '매우 강'인 상태로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시속 2㎞로 북북서진 중이다.
힌남노는 북진하면서 재차 힘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예상으론 4일 오전 9시 타이베이 동북동쪽 280㎞ 해상을 지날 땐 다시 초강력 태풍이 됐다가 5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500㎞ 해상에 이르면 매우 강한 태풍이 돼 있겠다.
우리나라 기상청 '72시간 전 태풍진로 예보'와 실제 경로 간 평균 오차거리는 최근 5년(2017~2021년) 이동평균이 201㎞다. 작년에는 185㎞로 미국(240㎞)이나 일본(222㎞)보다 예보 정확도가 높았다.
오차범위 등을 고려하면 힌남노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5일 오전 9시와 6일 오전 9시 힌남노 위치 70% 확률 반경은 아직 각각 230㎞와 280㎞에 달한다. 태풍 위치 70% 확률반경은 '태풍의 중심이 위치할 확률이 70% 이상인 범위의 반경'을 말한다.
◇ 전국이 영향권…"한 번도 예상 못 한 피해 발생할 수도"
힌남노는 사실상 전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진규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 대비를 당부했다.
5일 오전 9시와 6일 오전 9시 힌남노 폭풍반경(바람이 25㎧ 이상으로 부는 구역)은 각각 180㎞와 160㎞로 예상된다. 강풍반경(바람이 15㎧ 이상으로 부는 구역)은 420㎞와 400㎞로 중부지방 북부지역을 제외하곤 전국이 포함된다.
제주·남해안·경상동해안을 중심으로는 순간최대풍속이 50㎧(시속 180㎞) 이상인 매우 강한 바람이 불 수 있겠다.
힌남노는 전국에 많은 비도 뿌리겠다.
힌남노는 우리나라에 근접하기 전에도 고온의 수증기를 불어넣어 제주와 남해안에 많은 비를 내리겠다.
2일부터 4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제주 100~250㎜(많은 곳은 350㎜ 이상), 전남남해안과 경남해안 50~150㎜, 경북남부·경남내륙·전남(3일부터·남해안 제외)·수도권·서해5도(4일부터) 20~70㎜, 강원영동·경북북부와 충청·전북·울릉도·독도(3일부터)·강원영서(4일) 10~50㎜다.
힌남노에 의한 강수 '절정'은 5~6일이겠다.
경기남부·충청·남부지방·제주가 비의 중심이 될 전망이며 경기남부 외 수도권과 강원도도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대 영향권에 들겠다.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해수면이 높아지는 시점과 맞물려 해일처럼 높은 물결이 해안가로 들이닥칠 수도 있다.
◇ 일본·중국·홍콩·대만도 국내상륙 전망…경로 변수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중국·홍콩·대만 기상당국도 힌남노가 한국에 상륙할 것으로 본다. 주요국 가운데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만이 부산을 스쳐 지나리라 예상한다.
다만 한국·일본·중국·홍콩·대만 기상당국 예상경로를 보면 중국 저장성 원저우(溫州) 앞바다까지는 대동소이하나 이후 차이가 나타난다.
예컨대 중국과 홍콩 기상당국은 힌남노가 제주 서쪽을 통과할 것으로 본다. 이러면 제주가 태풍의 위험반원에 들게 된다. 위험반원은 태풍과 주위 풍향이 일치해 풍속이 합쳐지는 구역으로 북반구에선 진행방향 오른쪽이다.
힌남노가 북진을 시작한 뒤 경로에 대해 수치예보모델들 '컨센서스'도 다소 깨진 상황이다. 1일 오후 9시 기준 가장 특이한 예상경로를 제시한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의 경우 힌남노가 대만을 스친 뒤 중국 남동부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오전 9시 위치에 대해선 유럽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이 다른 모델보다 서쪽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 이 예상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
힌남노 진로의 변수는 크게 '힌남노의 강도'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 등으로 나뉘어볼 수 있다.
힌남노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면 현재 예상경로보다 서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일본 쪽에 자리한 북태평양고기압 내부 건조공기 영역이 서쪽으로 확장하면서 힌남노를 밀거나 중국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공기가 세져 힌남노 북상을 저지하면 경로가 예상보다 서쪽이 될 수 있다.
힌남노가 예상보다 서쪽으로 이동하면 동북쪽으로 방향을 튼 뒤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 더 북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지금 예상으론 강풍반경에서 빠진 경기남부 등도 강풍반경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힌남노는 라오스 캄무안주에 있는 국립보호구역 이름으로 현지어로 '돌가시나무 새싹'이란 뜻이다.
태풍 이름은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낸 것을 돌려가며 쓴다.
태풍이 큰 피해를 일으키면 해당 태풍 이름은 퇴출당하기도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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