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가 음식을 비위생적으로 다루었다가 3만 피트 상공의 비행기에서 승객 수 백 명이 동시에 아프다면 그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위생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위생 관리를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직속 상사인 매니저 밥(Bob)은 수시로 위생에 대해 강조했다. 항공기 운항 고도인 3만 피트(약 만 미터) 상공에서 승객 수 백 명이 동시에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한 때 근무했던 항공기 기내식 공급 회사는 항공기 탑승객이 먹을 음식을 항공사에 공급하는 회사였다. 비행기 안에서 식사 시간이 되면 승무원이 밀고 다니는 철제 박스를 보았을 것이다. 그 박스 안에 들어가는 음식을 다루는 회사이기 때문에 위생에 대단한 관심을 기울였다.
회사 내 위생의 출발점은 손 씻기였다. 관리자들이 끊임없이 강조했다. 음식을 만들거나 손질하는 작업장으로 가는 통로의 벽에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손을 씻는 수돗가가 설치되어 있었다. 내부의 작업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수돗가를 지나게 되어있었다. 출근할 때에도, 점심 먹고 작업장으로 복귀할 때에도, 화장실 갔다가 작업장으로 돌아갈 때에도 매번 거기에서 손을 씻어야 했다.
무릎을 앞으로 밀어서 누르는 장치로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게 하거나 멈추게 함으로써 손을 씻고 난 후 수도꼭지를 만졌다가 일어날 수 있는 감염을 막았다. 손을 씻은 후 사용할 페이퍼 타월도 손으로 뭔가를 만져서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계 앞에 손을 스치면 페이퍼 타월이 나오는 터치리스(touchless)형을 사용했다.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작업자는 머리에 그물망을 썼다. 수염을 기르는 사람은 수염을 덮을 수 있는 그물망을 사용했다.
한 구역에서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문은 쌍여닫이 자유문으로 되어있었다. 그 두 개의 문짝은 양 방향 중 그 어느 쪽에서 밀어도 열렸다. 문짝에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서 문 건너편에서 누가 오는지 알 수 있게 되어있지만 안전을 위해 이 문짝의 사용법이 정해져 있었다. 두 개의 문짝 중에서 항상 오른쪽 문짝을 밀고 진행했다. 문 저쪽에서 오는 사람도 자신의 오른쪽 문(이쪽에서 보면 왼쪽 문짝)을 밀고 이쪽으로 건너왔다. 즉 어느 쪽에서 다가오든지 각자의 오른쪽 문을 밀고 이동한다는 그 원칙을 지키면 충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그 회사 건물의 복도에는 90도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구간이 있었다. 그러한 구간에는 복도 구석진 상단에 볼록거울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 거울을 쳐다보면 저쪽에서 누가 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볼록거울을 사용하면 충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근무처인 스토어룸(storeroom 창고/저장고)에서 재고조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현장에서 필요한 식자재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음 납품일까지 재고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적정 재고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재고 소진이 일찍 되는 물품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완전히 소진되기 훨씬 이전에 재고 없음을 알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 비행기에 실을 음식을 아침에 만들다가 식재료가 없음을 알게 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음식을 비행기에 싣지 못하면 계약 위반으로 막대한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재료 재고가 바닥나는 위기 상황을 미리 알아야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것이 옐로 닷(Yellow Dot)과 레드 닷(Red Dot)이었다. 재고가 1주일치 남았다면 노란색 둥근 스티커를, 재고가 3일치 남으면 빨간색 둥근 스티커를 물품 박스에 붙인 후 관리자에게 보고했다. 이것은 현장과 사무실 사이의 의사소통이며 사무실에서 대비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 회사 다닐 때 회사가 요구하는 행동은 다 잘 따랐다. 상당한 이유가 있어 따를 것을 요구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리의 스톱 사인 앞에서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일단 완전히 멈춘 후에 출발한다. 뉴욕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해 딸아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제가 운전하면 O시간 OO분 걸리고요, 아빠가 운전하시면 X시간 XX분 걸려요.”
다소 유연하게 운전하는 사람과 고지식하게 운전하는 사람의 비교인 셈이다.
20여 년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미국은 ‘주어진 규정과 규칙을 지키기만 하면 더 이상 간섭 없이 자유를 누리는 나라’이다. 규정 위반을 한 사람에게 경찰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규정과 규칙을 잘 지킨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는 공무원일 뿐이다. 규정과 규칙을 잘 지키면 미국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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