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한인 8명이 배낭 메고 걸은 세계 10대 트레킹 코스 이야기
아이슬란드는 화산과 용암, 그리고 빙하와 폭포의 나라다. 지하 단층에서는 시뻘건 용암이 아직도 꿈틀거리고, 산 위에는 수만 년의 빙하가 구름 위로 버티고 있다. 용암의 분출로 주변은 검붉은 산이 되었고 빙하는 얼음이 되어 계곡을 덮고 있다. 검은색, 백색과 녹색이 아이슬란드이다. 워싱턴에서 5시간 50분, 멀지않은 거리라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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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빙하, 검붉은 능선, 녹색의 이끼 평원,
그리고 폭포들이 쏟아내는 하얀 포말들…
외계에 온 듯한 기분에 피곤함 눈 녹듯 사라져
# 30파운드 배낭 꾸려 출발
아이슬란드의 ‘라우가베구르’ 트레킹 코스는 세계 10대 베스트 코스 중의 하나다. 거기에서 스코가 폭포까지 이어지는 팜뫼르두할스 코스까지 걸을 경우, 총 85km, 5-6일을 예상해야 한다.
버지니아에서 출발하는 우리 8명은 텐트, 침낭, 그리고 5일치 행동식 등 35파운드 이상을 배낭에 넣고 걸어야 한다. 대부분 장거리 백패킹은 처음이지만 4박 5일의 그 빙하 코스에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7월 23일 아침 6시 30분,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로 수도 레이카비크를 거쳐 하이커 셔틀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하이커버스로 출발 지점인 랜드마나라우가르까지는 2시간 이상 비포장 길을 달려야한다. 덜컹거리며 강과 언덕을 넘어 도착하니 벌써 4시, 이미 하이커들의 텐트가 빼곡하다. 인근에 노천 온천이 있어 가 보니 용암 속에서 솟아 나온 온천물과 빙하의 개울물에 유황냄새가 합쳐져 천연의 노천 냉온탕 온천이다. 몸을 담그니 피로가 싹 풀린다.
밤 10시가 지나도 대낮같이 훤한 백야 현상이다. 눈가리개는 필수다. 7월 말인데 생각보다 춥고 바람도 거세다.
# 유황냄새와 간헐천 풍경
7월 24일 새벽 4시. 텐트 밖이 훤하다. 잠을 설쳤다. Alftavatan 산장까지는 24km로 10km은 오르막이고 그 다음부터 내리막이다. 녹색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 뜯는 양떼들이 평화롭다. 저만치 하얗게 솟아오르는 크고 작은 간헐천 수증기는 한국의 대중탕에 들어선 듯하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산행길이 점차 화산재와 용암석으로 거칠고 삭막해진다. 등산 스틱은 필수다.
10km 이상 오르니 빙하의 언덕에 이르니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Alftavatan까지 15km는 언덕과 내리막으로 빙하와 용암으로 덮인 화산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멀리 Alftavatan 호수가 구름 아래로 보이고 아련하게 캠핑장이 보인다. 보기에는 지척인데 왜 이리 먼지. 개울이 비에 불어서 맨발로 건너고 나니 ‘아고고” 신음이 터져 나온다. 9시간 만에 도착한 산장에는 다행히 빈 자리가 있어 우중 캠핑을 면했다. 피곤하니 백야가 무의미하다.
# 검은 사막 속의 어린 왕자가 되다
7월25일. Alftavatan 호수에서 Emstrur 산장까지 15km다. 누룽지에 건조 육개장이 뱃속을 흐뭇하게 한다. 날씨는 흐리지만 온화하고 바람도 잠잠하다.
폭포와 몇 개의 얕은 강을 건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청정수이고 바닥은 검은 모래이다. 그냥 마셔도 된단다.
개울가 옆에 텐트를 치고 보니 알록달록 텐트가 화산사막에서는 꽃이 된다. 건조 비빔밥에 북어국이 저녁이다. 빙하 위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사막의 콧노래가 되고 검은 계곡의 물소리는 요정의 조잘거림으로 텐트 안으로 파고든다. 나는 사막의 어린 왕자가 되어 밤새 소행성으로 날아다녔다.
# 빙하의 강을 건너니 자작나무 숲이
7월 26일 Emstrur에서 또스목까지는 15km. 오트밀 아침에 빙하수로 만든 기막힌 맛의 커피를 마셨다.
빙하의 이동으로 움푹 파여진 계곡은 이끼로 뒤덮여 있다. 이 아이슬란드 섬 전체를 덮고 있는 것은 하얀 빙하, 검은 화산지대, 그리고 녹색의 이끼다. 카펫처럼 푹신한 이 이끼 식물은 1년에 겨우 1cm 정도 자라며 아주 연약하고 섬세해서 만지거나 밟는 것을 엄히 금한다. 산장에 가까워지니 모처럼의 숲지대가 우리를 반겨준다. 나트막한 자작나무 숲이 유일하게 또스목 산장 지역에서 자라고 있다. 산장의 벙크 베드가 겨우 매트리스 한장 사이즈인데 75불이다. 남녀 혼숙.
# 숙소의 Hut Tub도 온천물
7월 27일. 매우 흐리다. 여기 또스목(Po’rsmo’’rk) 산장에서 스코가 폭포까지는 설산과 빙하지대를 넘어가는 30km, 11시간 코스다. 기상관계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제대로 된 숙소에서 요리한 음식을 먹으니 이제사 사람 사는 모습이 되었다. 숙소의 Hut Tub이 온천물이다. 지친 피로가 온천물에 녹아 사라져간다.
# 양고기와 빙하수 맥주로 백야 즐겨
7월 28일. 쉬기로 하고 관광길에 나섰다. 아이슬란드에는 Golden Circle과 Diamond Circle이라는 두 개의 유명 관광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남쪽의 Golden Circle 중에서 제일 유명한Gullfoss 폭포와 간헐천 Geyser, 그리고 화산호수 Kerid Crater를 둘러보았다. 굴포스는 정말 웅장하고 엄청났다. 오는 길에 수퍼에 들렀다. 초원에서 자란 Lamb과 빙하수로 빚은 바이킹맥주로 북해의 백야를 밤늦게까지 즐겼다.
# 스위스 초원을 걷는 듯 스코가 폭포로
7월 29일. 날씨 양호. 다시 하이커 버스를 탔다. 간식과 비옷만 챙겨 걸음을 가볍게 하기로 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30분, 30km를 10시간 내에 마치려면 갈 길이 바쁘다. Basar 산장을 지나 Eyjafjallajokull과 Myrdalsjokul 빙하 지대를 바라보며 오르기 시작한다. 얼마를 오르면 ‘반지의 제왕’의 골짜기를 지나가는 듯하고, 다시 고개를 넘으면 영화 ‘에델바이스’의 스위스 초원을 걸어가는 듯하다.
몇 번 쉬기를 거듭하며 정상을 다가서니 황량한 용암지대와 분화구가 시야에 나타난다. 2010년 3월 아이슬란드 엄청난 화산폭발이 있었는데, 이 화산재가 유럽 하늘을 덮어 일체의 항공운항이 정지되는 항공대란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34개 폭포로 이어지는 Fimmvorauhals 계곡이 시작한다. 검붉은 화산능선과 순백의 빙하언덕 그리고 그 아래 녹색의 이끼 평원과 하얀 포말의 폭포들로 어우러지는 계곡, 나는 지금 아이슬란드 자연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있다. 외계에 온 느낌이라 할까? 이 환상적인 광경에 우리들은 그저 ‘와’ 하며 탄성만 지를 뿐이다.
발걸음을 재촉하기를 몇 시간. 마침내 이번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 스코가 폭포에 이른다. 그 모습이 장대하다. 산위 빙하에 내려 앉아 수만 년 바다를 연모한 순결의 백설은 만년의 시간이 지나서 빙하 아래로 녹아내렸다. 녹색의 계곡을 타고 스코가 폭포를 넘어서 마침내 푸른 북해 바다 속으로 돌아간다. 도착하니 밤 10시이다. 백야 덕에 훤한 야간 산행을 할 수 있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공원 싱벨리어
7월 30일. 싱벨리어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공원이며. 세계 최초로 의회가 열린 곳이기도 한 이곳은 사형 집행지이기도 했다. 유라시아 지각판과 아메리카 지각판이 갈라지는 곳으로 주변의 주상절리와 폭포가 아름답다. 호수가 얼마나 맑은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투어팀도 여럿 보인다. 차로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주변의 산의 짧은 하이킹코스로 몸을 풀기도 했다. 저녁은 로컬식당에서 바이킹 맥주와 북해의 대구, 양고기 스테이크로 마지막 밤을 보냈다.
# 레이카비크와 핫도그
7월31일. 마지막으로 수도 레이카비크를 향한다. 북위 64도에 위치한 세계 최고 북단에 위치한 수도이다. 언덕 위에 당당하게 서있는 할기름스키르캬 교회는 수도의 상징물로 멀리서도 보인다. 그 교회를 중심으로 라우가베귀를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서 여유롭게 샤핑과 문화산책을 즐겼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번화한 거리이다.
그 거리 끝에 한국TV에서 소개된 그 유명 핫도그 가게가 있었다. 20분 이상 기다려 시식한 핫도그는 역시 맛있고 가격도 쌌다. 화산과 빙하, 폭포와 녹색평원을 뒤로 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다시 걷고 싶은 라우가 베구르 트레일, 다시보고 싶은 아이슬란드 초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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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슬란드 트레킹 팁
라우가베구르 트레일 코스는 7월, 8월 두 달이 최적기이다. 트레킹은 출발점 란드만날아우에서 남쪽으로 스코가 폭포를 갈 수도 있고, 스코가 폭포에서 북쪽으로 오를 수도 있다. 총85km라고 하는데 우리의 GPS로는 110km가 넘었다. 관광을 겸할 경우, 관광 후 하이킹을 권하고 싶다. 산장예약은 6개월 전에 하고 비옷과 등산스틱은 필수다.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겨울시즌을 택해야한다. 일반적인 물가와 렌트카는 미국보다 비싼 편이지만 렌트카와 Airbnb로 숙박과 식사를 하면 많이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우리 팀의 이번 여행 경비는 8박9일 동안 항공료 포함해 1인당 2천 2백불 정도였다.
아이슬란드 백패킹·여행·셰넌도어 주말 등산 문의 Kongspark@gmail.com
<박공석: 박공석척추신경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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