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신보수주의는 대처와 레이건이 옹호한 20세기 후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였다.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는 영국은 브렉시트로 유럽의 외톨이가 되고 있고, 미국은 레이건 혁명 이후 뉴트 깅그리치 혁명, 티파티 혁명,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공화당을 장악하며 고전적 자유주의를 집어 삼키며 미국 건국의 이상과 정신을 훼손하고 약화시켰다.
민주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New Deal’ 정책, 트루먼의 ‘Fair Deal’ 정책, 그리고 존슨이 ‘Great Society’ 정책을 펼치며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생산적이며 역동적인 국가로 만들어 놓았다. 케네디와 존슨에 걸친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위대한 사회’ 건설은 빈곤 퇴치와 불평등 철폐 및 환경개선을 주도해 나갔다. 그것은 우드로 윌슨과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진보주의 철학과 정책의 결과였다.
마가렛 대처는 “유럽 국가는 역사에 의해 만들어졌고 미국은 철학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역사도 철학도 없다. 그렇다고 도덕도 없다. 최소한의 언어 지식도 없이 거짓은 내가 더 낫다고 외친다. 현실은 구조화 되어 있고 홍보와 세뇌에 의해 내면화 되어 있다. 모든 문제는 왜곡과 함께 시작된다. 그래서 전형적인 편견을 드러낸다. 편견에서 정의와 공정이 나올 리 만무하다.
사회제도는 법과 전통에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비극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신권위주의자들’(neo-authoritarians)은 편견을 영리하게 외치는 사람들이다. 윤석열 행정부는 의족수 부족을 핑계거리로 토론을 애써 외면하며 의회주의를 부정하고 오히려 반동적으로 행정권력을 이용하여 정치를 하려 든다.
국민의힘 당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을 핑계로 용상 뒤에 발을 드리우고 수렴청정 정치, 세도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조선시대 정치가 부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요즘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당내 권력 투쟁을 보면 증오·독선·냉소로 가득하다. 정당 내에서 권력 싸움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문제는 투쟁 방법이 세련되지 못하고 모질고 거친 저열한 투견판이다. 선거 전략은 또 어떤가? 세대를 들쑤셔서 분열을 조장하고, 노스탤지어의 끝없는 고리에 갇혀 변화에 머뭇거리는 정체된 게임만을 펼치고 있다.
불행하게도 표면적으로 60세 이상의 맹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 당은 인구 통계학적으로 선거에서 계속 유리할 수 있다. 출산은 줄고 고령화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 때문이다. 이는 분명 정치 권력의 지형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이 수치는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현실은 선거 구도가 고정된 지지층을 위해 우익으로 자꾸 이동하고, 정부 지출을 축소하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선택된 곳에만 선물을 쏟아 낸다면 선거판을 바꿀 수 있는 변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 보수주의가 조용히 무너지며 몰락한 이유는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법 밖에 모르는 신권위주의자들은 정치적 무명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넘쳐흐르는 어떤 거만함, 헤아릴 수 없는 교묘한 속임수, 그리고 스스로 가면을 쓰는데 너무도 익숙하다. 아니, 스스로 양심을 새로 만들 만큼 교활하기까지 하다. 세상을 보는 이러한 방식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분명한 배후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망상, 독선, 권위, 엘리트 의식이 오랜 시간 들러붙어 지저분하고 잘 지워지지 않는 묵은 때 때문이다. 권력만을 쫓는 사냥꾼들이 윤석열을 수용한 것은 거의 패착이다. 정치와 외교는 실종되고 대통령과 행정부는 의회권력을 강탈하는데 모든 힘을 낭비하고 있다. 검찰권력으로 경찰, 사법, 의회 권한을 빼앗아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뻔하다.
그들은 여전히 대중은 닫힌 창문과 볼트로 된 문에 잠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잘못된 이름의 권위적인 영혼은 민주적 토론과 비판의 혀를 옭아매고 있다. 그것은 독단적인 법의 횡포를 통해서 다스려 진다. 법무부의 정치화가 그 시작이다. 그들은 민주주의와 헌법상의 미덕을 존중하는 척하며 타협을 경멸하고 권력 남용을 일삼는다.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한 자들이 무속에 의지한다.
이 나라는 분명히 정치적 혁명이 필요하다. 정치가 굳이 천사일 필요는 없다. 로크는 “감각에 없는 것은 마음에 없다"고 썼다. 더 이상 볼 것도, 파악할 것도 없는 곳에서는 인간이 할 일도 더 이상 없다. 비판할 가치도 없는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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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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