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개입 막는 ‘지역거부’ 훈련…펠로시 대만행에 고강도 반격
▶ 해협 동부에 장거리포 정밀타격 훈련도…4차 대만해협 위기 갈림길
중국 인민해방군의 4일 탄도 미사일 발사 모습[로이터=사진제공]
중국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사상 처음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며 대만 해협에 긴장의 파고를 높였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6개 구역을 설정해 진행하는 '중요 군사 훈련 및 실탄사격' 첫날인 4일 대만의 동서남북 사방에 장거리포와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미국과 대만군의 대응 여하에 따라 대만해협에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고, 미·중 관계와 중국-대만 관계는 안개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유사시 美개입 저지 연습 위한 둥펑미사일 11발…홍콩매체 "중국 미사일 처음으로 대만 상공 날아"
이날 중국 군사행동의 하이라이트는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발사였다.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와 대만 국방부 발표를 종합하면 이날 중국군은 대만 주변 해역에 1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4일 오후 동부전구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외해(外海) 예정한 해역의 여러 지역에 여러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집중 타격했고, 미사일은 전부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도 중국군이 오후 1시56분(한국시간 오후 2시56분)부터 오후 4시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이번 미사일 발사의 목적에 대해 "정밀 타격과 지역 거부 능력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거부 능력이란 적의 접근 또는 육해공 지역 점령을 차단하는 의미로, 대만 유사시 미국의 항공모함 등 증원 전력 개입을 견제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을 겨냥해 고강도 경고로 해석되는 군사행동을 한 것이다.
중국군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가로질렀는지 여부에 대한 중국과 대만 양 당사자의 발표는 나오지 않은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미사일들이 대만 상공을 비행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썼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도 출연한 전문가의 해설을 통해 중국의 미사일이 대만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어내며 역대 처음으로 대만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SCMP는 또 CCTV의 영상을 토대로 중국의 둥펑 미사일들이 중국 본토 미상의 장소에서 대만의 지룽항, 화롄, 타이중 근해의 목표물을 향해 발사됐다고 전했다.
또 이날 중국이 발사한 11발의 탄도 미사일 중 5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돼 일본 정부가 중국 측에 항의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SCMP는 캐나다에 본부를 둔 '칸와 아시안 디펜스'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을 인용해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 중 하나가 사정거리 700k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DF-15B라고 소개했다.
DF-15의 최신형인 DF-15B는 전자전 대응 능력과 소형 추진시스템을 갖췄기에 교란 전파를 뚫고 종말 궤적 및 자세 수정 등을 통해 정밀한 타격을 할 수 있어 개전 초기에 적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받는다.
◇대만 겨냥해선 해협 동부에 장거리포 정밀 타격 훈련
이에 앞서 중국군은 대만을 겨냥해 장거리포 카드를 빼들었다.
동부전구는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2시)께 대만해협 동부 특정 구역에 대해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진행했으며, 정밀 타격으로 소기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동부전부가 SNS를 통해 공개한 이미지에 따르면 대만해협 중간선 주변 해역에 걸쳐 20곳 가까이 탄착점이 형성됐다.
'대만해협 동부 특정 구역'이라는 발표 내용으로 미뤄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를 겨냥한 사격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포탄이 중간선을 넘었는지에 대한 양측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일단 중국의 의도는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중간선을 무력화하고,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주장을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SCMP는 사정거리 350∼500km인 PCL-191 다연장 로켓이 대만 건너편의 푸젠성 핑탄에서 발사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날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J-20을 포함한 전투기, 폭격기, 공중 급유기 등 동부전구 공군 및 해군 군용기 100여대가 대만 북부, 서부, 동부 공역에서 주야간 정찰, 공중 돌격, 엄호 지원 등 임무를 수행했다고 CCTV가 전했다.
중국 전투기 중 22대가 이날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가 돌아갔다고 대만 국방부는 전했다.
◇중국 "미-대만 결탁 겨냥한 엄정한 공포 조치"…대만 "지역 평화 파괴 비이성적 행동 규탄"
이날 훈련은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지난 2∼3일 대만 방문에 맞서 예고한 군사 행동의 일환이다.
앞서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지난 2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의 해·공(空)역에서 인민해방군이 4일 낮 12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7일 낮 12시까지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 기간 훈련이 진행될 해·공역에 선박과 항공기의 진입을 금지하는 공지를 발표했다.
또한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훈련 내용에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각각 실시하고, 대만 동부 해역에서 재래식 미사일(핵미사일 제외 의미) 시험 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훈련과 관련, 중국 국방부 탄커페이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과 대만의 결탁을 겨냥한 엄정한 공포 조치"라고 설명했다.
탄커페이 대변인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려는 것은 헛수고가 될 것이며, 외세를 끼고 세를 불리려는 노력은 활로가 없을 것임을 우리는 미국 측과 민진당(대만 여당) 당국에 경고한다"며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말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자국의 군사행동에 대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조치"라며 "대만 독립·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반격하는 데 필요하고도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영상 담화를 통해 중국의 이번 군사행동이 "대만해협의 현상을 파괴하고 대만의 주권을 침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도태평양에 고도의 긴장 상태를 초래한다"며 "중국이 이성을 되찾고 절제할 것을 엄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만통일 옵션 '봉쇄 작전' 리허설
실탄 사격을 포함한 이번 중국의 군사행동에 내포된 의미는 대만 무력통일에 나설 경우에 쓸 수 있는 '대만 봉쇄' 옵션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된 6개 훈련 구역은 지룽항, 가오슝항, 화롄항 등 대만의 중요 항구와 항행로를 둘러싸면서 대만 해·공역에 대한 준(準) 봉쇄 구도를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국방대학 멍샹칭 교수는 이날 중국 매체 인터뷰에서 이번 훈련 특징에 대해 "6개 훈련 지역을 하나로 묶어 보면 대만섬에 전례 없는 포위 태세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북쪽 해역의 두 훈련 구역은 지룽항을 봉쇄하는 의미가 있고, 대만 동부 해역의 훈련 구역은 대만 화롄과 타이둥의 군사기지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대만 남부 해역의 두 훈련 구역은 대만-필리핀 사이에 있는 바시 해협을 봉쇄하는 의미이며, 가오슝과 가까운 대만 서남부 해역의 훈련 구역은 '퇴로'를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대만군 예비역 중장인 솨이화민 씨는 훈련 구역 6곳이 대만 지역의 주요 항구와 주요 항로를 위협해 대만을 전면 봉쇄하려는 포석으로, 이번 훈련은 대만 무력 통일의 옵션 중 하나(해상 봉쇄)를 테스트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천연가스·원유 등 전략물자를 해상 운송에 의지하는 대만 상황을 감안할 때 해상 봉쇄는 사실상의 '고사'(枯死) 작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지역거부 능력 점검'을 내세운 중국군의 미사일 발사는 대만 봉쇄 돌파를 위한 미군의 증원 전력 개입시 그것을 저지하는 연습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훈련을 "통일 작전 리허설"로 규정하면서 "중국군이 대만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절대적 통제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썼다.
◇미중 강대강 대치냐, 출구 모색이냐…제4차 대만해협 위기 갈림길
중국의 고강도 화력 시위에 미국과 대만이 맞불 작전으로 대응하면서 대만해협 긴장지수가 더 높아질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일단 훈련을 주도한 중국군 동부전구의 대변인은 이날 탄도 미사일 발사 사실을 발표하면서 "모든 실탄사격 훈련 임무는 이미 원만히 완성됐다"며 "관련 해·공역에 대한 통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이번 훈련기간 실탄 사격 훈련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면 중국군이 인화성이 가장 큰 '화력 시위'는 짧고 굵게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화력시위 장기화로 대만의 불안감이 커지고, 미국이 맞대응에 나섬으로써 미·중 군사충돌의 우려가 커지는 것은 피하려는 것이 중국의 의중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사태가 제4차 대만해협 위기로 비화할지는 미국의 대응과 중국의 후속 훈련 양상을 하루 이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만 교통부는 이날 "중국군의 군사훈련 구역이 (6곳에서 7곳으로) 한 곳 추가되고, 기간도 하루(당초 7일까지에서 8일까지로) 연장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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