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러스 마켓은 저물고 바이어스 마켓 진입 신호 속속
매물이 늘고 리스팅 가격이 떨어지는 등 바이어스 마켓 진입 신호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매물이 늘어나면서 여유롭게 매물 쇼핑을 즐기는 바이어도 늘었다. [로이터]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주택 시장 분위기는 이미 가라앉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확 줄었는데 집을 팔려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주택 시장 상황이 전환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폭발적인 수요로 조성된 이른바 ‘셀러스 마켓’이 저물어 가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최근 확 달라진 주택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 셀러스 마켓이란?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 셀러스 마켓이라고 본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셀러의 입김이 당연히 세질 수밖에 없다. 셀러스 마켓 상황에서는 주택 거래 주도권을 쥔 셀러가 집을 비싼 가격에 빨리 팔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최근 2년간 나타난 전례 없는 셀러스 마켓의 주원인은 코로나 팬데믹이 만들어 낸 신규 주택 수요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주택 시장은 매물 부족으로 인한 셀러스 마켓이 장기간 이어져 왔다. 압류 매물 정보 사이트 리얼티트랙의 대런 블롬퀴스트 수석 부대표는 “지난 10년간 신규 주택 공급량이 인구 증가에 따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셀러스 마켓 현상을 발생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약 2년 전 터진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셀러스 마켓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집을 내놓으려는 셀러가 급감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했던 매물이 더욱 줄었다. 공급망 차질로 인한 인력난, 자재난으로 인해 신규 주택 공급마저 막히자 바이어는 전례 없는 셀러스 마켓을 경험해야 했다.
◇ 바이어스 마켓이란?
바이어스 마켓은 말 그대로 주택 구매자를 의미하는 바이어 위주의 마켓을 뜻한다. 셀러 위주의 셀러스 마켓의 정반대 시장 상황이다. 셀러스 마켓과 반대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택 수요와 공급뿐만 아니라 주택 매매가, 경제 상황, 부동산 관련 정책, 모기지 이자율 등이 바이어에게 유리할 때 전형적인 바이어스 마켓에 진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주택 시장이 셀러스 마켓에서 바이어스 마켓으로 전환된 시점부터 약 6개월 기간 동안 주택 가격 둔화 현상이 먼저 나타난다. 이 기간에 주택 매물은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고 모기지 이자율 하락이 발생하면 바이어에게 유리한 바이어스 마켓으로 볼 수 있다. 이후부터는 바이어는 점점 줄어드는데 매물로 나오는 집이 늘어나 점점 더 바이어에게 유리한 시장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인 바이어스 마켓의 모습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6월 “일반 주택 구매자 또는 젊은 층 구매자라면 약간의 ‘재조정’(Reset)이 필요할 것”이라며 “주택 수요와 공급이 다시 균형을 이루고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아 모기지 이자율이 다시 하락하는 시점을 돌아갈 필요가 있다”라고 바이어스 마켓 진입이 목표인 것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 바이어스 마켓 신호 속속
바이어스 마켓이라고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주택 시장이 바이어스 마켓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 시장 곳곳에서 바이어스 마켓 진입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 쌓여가는 매물
주택 구입 능력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인해 한 매물을 놓고 여러 명의 바이어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과열 현상도 문제였다. 최근 부족했던 매물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바이어의 걱정이 다소 해소되고 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6월 중 주택 시장에 나온 매물은 전년 동월 대비 18.7% 증가한 수준으로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다른 바이어와 출혈 경쟁을 해야 할 필요가 줄고 대신 매물 선택 폭이 점점 늘고 있다. 6월 중 전국 50대 도시 중 39곳에서 매물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스틴(135%), 렐리(112%), 피닉스(107%) 등의 도시에서 매물이 큰 폭으로 늘었는데 모두 전형적인 셀러스 마켓 현상을 거쳤던 지역이다.
부동산 업계는 “불과 몇 달 전과 달리 바이어의 매물 선택 옵션이 많아졌다”라며 “가격과 이자율이 올라 주택 구입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바이어가 불리한 조건으로 구매하는 현상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라고 반겼다.
◆ 매물 쇼핑, 이제 여유롭게
매물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면 바이어스 마켓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내놓은 매물이 빨리 안 팔리면 셀러는 조급해지는 대신 바이어는 여유롭게 매물 쇼핑을 할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7월 17일 기준 직전 4주간 매물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은 19일로 집계됐다. 여전히 매우 빠른 속도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하루 늘어난 것인데 지난 2년 사이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만 해도 매물이 나오면 서둘러 오퍼 경쟁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이제 매물 쇼핑에 여유가 생겼다”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리스팅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라고 달라진 시장 모습을 전했다. 리얼터닷컴의 6월 집계에서도 전국 50대 도시 중 매물 시장 대기 기간이 1년 전보다 길어진 지역이 모두 9곳으로 올해 초에 비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 무더기 계약 취소
6월 한 달에만 6만여 건에 달하는 주택 구매 계약이 중도에 무더기로 취소됐다.(레드핀). 6월 중 체결된 전체 주택 구매 계약의 15%에 달하는 비율인데 2020년 3월과 4월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취소 비율이다. 2020년 3월과 4월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 주택 구매 계약이 무더기로 취소됐던 시기다.
주택 판매 기간이 길어지고 취소 사태까지 겹치자 집을 빨리 팔아야 하는 셀러는 리스팅 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6월 중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은 전체 중 15%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많아졌다. 집값이 크게 올랐던 오스틴, 피닉스, 라스베거스 등의 지역에서 리스팅 가격 인하 폭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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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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