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개국 유엔본부 모여 한달간 ‘핵전쟁 억제’ 논의
▶ 우크라전 속 강대국간 험악한 분위기… ‘핵 무한경쟁’ 봉인 뜯길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전쟁 위험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50여년 전 맺은 핵억제 결의와 실천 의지를 확인하는 회의가 열린다.
유엔은 1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91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진행한다.
1969년 체결된 NPT는 그동안 핵무기가 확산하지 않도록 억제해 글로벌 핵 안보를 떠받쳐 온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가회의는 그 결의를 다지고 이행 상황을 점검해 개선책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5년마다 열린다. 애초 2020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올해 8월로 연기됐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느 때보다 핵 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리는 NPT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검토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를 두고 회의적인 관측이 적지 않다.
원래 NPT 자체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던 데다가 우크라이나전 때문에 강대국간 이견과 반목도 커졌기 때문이다.
NPT는 핵무기 공식 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축소하고 나머지 국가의 보유는 금지하는 게 골자다.
평화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핵기술의 사용 이익은 모두 나눠 가지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 체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런 체제의 공정성과 실효성에 이견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이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데다가 북한이 핵전력을 완성해가고 있으며 이란도 핵탄두 개발에 눈독을 들이는 게 현실이다.
공식 핵보유국들도 냉전이 끝난 뒤 축소해온 핵무기를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다시 확장하는 낌새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에는 120여개국이 전체 국가의 핵무기 보유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마련해 핵보유국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듯 애초 불만이 누적된 NPT를 둘러싸고 열리는 이번 평가회의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까지 추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개입을 막기 위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노골적인 핵 위협에 나섰다.
서방의 주요 우크라이나 지원이 있을 때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같은 신무기를 시험하기도 했다.
냉전이 끝난 뒤 목격된 러시아의 이같이 전례 없는 호전적 태도에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쟁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험악해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양국의 핵무기 억제 협의는 답보하고 있다.
양국의 핵무기 실전배치 규모를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은 2026년 2월 만료된다.
그러나 연장 협상은 양국의 관계 경색, 중국이 빠지면 무용지물이라는 실효성 논란 속에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러시아가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협정된 규모 이하로 유지해 뉴스타트가 준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그간 일방적 행보와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추세를 고려하면 이런 균형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뉴스타트가 글로벌 핵확산 억제 체계를 유지할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로즈 고테묄러 미국 뉴스타트 협상단 대표는 "뉴스타트가 무너지면 새로운 무기경쟁, 군비증강 시대에 완연히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우려처럼 미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가 이미 핵전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신쟁전의 한 축인 중국은 신무기 개발과 함께 보유 핵탄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실어나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 데 이어 추가 핵탄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합의한 2015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는 미국의 탈퇴로 깨졌고, 최근 합의 복귀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이란은 주저하고 있다. 오히려 핵탄두 제조에 속도를 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프랑스도 핵 억제력을 높이려고 핵무기 탑재 잠수함을 1척에서 3척으로 증강 배치했고 영국도 핵병기를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코노미스트는 NPT 회의에 대한 회의론 속에서도 "이번 검토회의가 핵무기 무한경쟁을 막을 최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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