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權, 선수별 의원 간담회·의총 소집해 비대위 체제 전환 결론
▶ ‘직무대행 사퇴’ 권성동, 원내대표직은 유지…사실상 ‘재신임’ 해석
비대위 전환 필수 절차 ‘전국위 개최’ 키 쥔 서병수 “유권 해석 떨어지면 소집해야”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8.1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1일(이하 한국시간)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를 선언한 권성동 원내대표 주재로 의원총회를 열고 이준석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당 대표 '사고' 상황과 최고위원 줄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조속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당헌당규상 근거 미흡 등을 이유로 반대와 우려 의견이 나오자, 의원들의 결의와 정치적 결단으로 돌파하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다만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일부 최고위원 등 당내 일각에서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과 오후 초선, 재선, 3선 이상 중진을 대상으로 하는 선수별 릴레이 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오후 3시부터 약 50분간 의총을 열고 '조속한 비대위 전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이라고 하는 의견에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했다"면서 "추후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를 해석하고 비대위원장 선출을 추인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 등을 위해 비대위를 둘 수 있게 돼 있다. 이날 의총에는 소속 의원 89명이 참석했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김웅 의원 1명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30% 선이 무너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추가로 공개돼 여권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휴가 기간인 이번 주 안에 비대위 체제 전환을 끝마쳐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였다.
권 대행은 2일 원내대책회의를 열지 않고 '비대위 전환' 관련 논의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날 의총을 거치며 권 대행은 당대표 직무대행은 사퇴하지만, 원내대표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준석계 김용태 최고위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일각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으나, 이날 선수별 간담회와 의총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가 전혀 나오지 않는 등 사실상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모습이다.
이와 관련, 주말 사이에 대통령실과 교감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비대위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취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이날 의총에서 비대위 체제가 사실상 추인된 만큼, 권 대행은 전국위 개최를 위한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전망이다.
애초 비대위 전환과 비대위원장 임명의 필수 절차인 전국위원회 소집 권한을 가진 5선 중진의 전국위원회 의장 서병수 의원이 마뜩잖은 입장이란 점이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이날 선수별 간담회 및 의총 이후 분위기가 변한 상황이다.
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고위가 요청하면 상임전국위원회에서 현재 상황이 비상 상황인지에 대해 해석을 하게 되고 만약 유권 해석이 떨어지면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규정을 고쳐야 할 것"이라며 "당헌 당규상 그렇게 소집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전날에도 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준석계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헌상 근거 미비로 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하다고 주장하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거부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는 점은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로 가기 어렵다"면서 "법원에서 보면 비대위로 가는 게 꼼수로 보일 수 있다. 비대위는 당원권 6개월 정지가 아닌 제명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대표가 법적 대응을 하면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주는 상황이 된다"고 '절차상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정치적 명분도 찾지 못했고 원칙적으로 당헌당규상 명분도 찾지 못했다"며 "비대위가 들어서게 하려고 지금 '비상 상황'을 만들려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의총 직후 페이스북 글에서도 "금일 의총 결과와 상관없이 비대위 전환 반대 뜻은 여전히 확고하다. 제 개인 의사와 관계없이 '비상'이란 수사로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정당성을 박탈하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실망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법을 찾아야지, 간판이 달라진다고 한들 국민들이 책임을 묻고 질책을 하는 문제가 해소가 안 된다"며 "종합적으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지, 여기서 왜 비대위를 몰아붙이냐"며 사실상 비대위를 반대했다.
이 대표 측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 시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나와 "가처분을 판사가 받아들일 확률이 되게 높다"며 "이준석 대표가 다시 당 대표로 돌아올 수 있는, 황당하고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일각에서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도 건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쎄요…"라며 "그렇게 너무 극단으로 가는 결정은 안 할 거라 본다. 정치적인 것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신속한 비대위 체제 전환에 당이 의견을 모으면서 큰 고비는 넘어섰지만, 비대위를 실제 출범시키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비대위 성격을 놓고 '관리형'과 '혁신형'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대위 활동기간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9월 임시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2개월짜리 단기형 비대위'가 적합하다는 의견,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가 2년 임기를 갖도록 내년 초 전대를 열자는 의견을 바탕으로 한 '5∼6개월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의견 등이 있다. 비대위 활동 기간은 차기 당 대표의 임기 및 내후년 총선 공천권과 연관되는 민감한 문제다.
다만 친윤그룹에서는 집권여당의 정권 초 비대위 체제가 부담인 만큼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9월 안에 전대를 마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을 놓고는 전국위 의결 사안이라 단기간에 결정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비대위 운영을 위해 당내 최다선(5선) 중진이나 전직 비대위원장·당 대표 출신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당헌상 '대표 또는 권한대행'에게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다만 친윤계에서는 전국위를 개최할 때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대표 직무대행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한꺼번에 당헌당규를 개정하면 된다는 구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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