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할 것 없이 사회개발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2월 초 유엔이 개최하는 유엔사회개발위원회의 2020년 주제는 ‘사회개발과 복지 부문에서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었다. 또한 2021년 5월에는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사회복지 부문에서 ICT의 역할’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했고 그 결과는 곧 영문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5월 초에는 필자를 포함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연구팀이 디지털 복지 선도국가인 핀란드와 덴마크를 방문해 이들의 경험을 실제로 살펴봤다.
덴마크는 복지 부문에 기술을 가장 먼저 접목시킨 나라로 국가 차원의 전자정부 계획을 5년 단위로 세우고 그 일환으로 디지털 복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디지털 복지는 재무부가 주관하는데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첫째는 원격진료를 포함한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이고, 둘째는 원격교육을 포함한 교육 부문의 디지털 전환이며, 셋째는 요양 보호 및 사례 관리 등 사회복지 부문에서의 디지털 전환이다. 요양보호 분야에서 덴마크 정부는 ‘덴마크 공공복지기술 기금’을 조성해 민간과 공공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그 경험을 전국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공공복지기술의 개발은 노인과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사례 관리 영역에서도 실제 사례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정보의 실시간 수집과 교환을 통해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데 혁신 분야에 중앙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하는 동시에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보건과 사회 서비스는 복지보건부 소관으로서 두 분야의 정책이 통합적으로 수립되고 집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복지보건부는 4년 단위로 이 분야의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디지털 전환 정책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2007년 디지털 의료 정보의 수집 및 활용을 위한 칸타 서비스(Kanta Service) 법안을 통과시켰고 2017년부터 전 국민이 이용하고 있다.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결합한 아포티(Apotti) 사업은 2018년 수도권 중심의 시범사업을 거쳐 2021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덴마크와 핀란드의 ‘디지털 복지’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의 실시를 통해 보건과 의료 부문에서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는 원격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부정적 시각으로 이 분야의 발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의료계와 함께 ‘디지털 의료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합적인 청사진을 만들어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와 합의만 된다면 한국의 높은 정보기술(IT) 수준을 감안할 때 디지털 의료(e-Health) 프로젝트는 빠른 속도로 진행돼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디지털 복지 서비스 분야는 노인과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한 기술 개발과 사례 관리 정보의 디지털 데이터화 두 분야로 구분해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공공기금의 조성이 필요하고 기금 운용은 이 분야에서 경쟁을 유발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사회복지 시설의 대다수가 공공인 핀란드와는 달리 한국은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민간 시설에서 사례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도 관련 자료를 입력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스마트복지센터’의 설립·운영을 적극 건의한다. 스마트복지센터는 디지털 복지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공공기금의 운용을 통해 관련 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시키며 담당 인력의 교육 및 훈련을 전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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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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