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탄불 JCC 개관…우크라이나도 선적 준비 작업 진행
▶ 항로 외 수송로 확대 필요성도…안전문제·추가 갈등 요소 산적
27일(현시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을 관리할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의 공동조정센터가 개관했다. [로이터=사진제공]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에 극적으로 합의한 데 이어 이를 이행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7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수출 과정 전반을 관리할 공동조정센터(JCC)가 문을 열면서 이르면 수일 내 곡물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식량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수출길이 다시 열리게 되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고조된 세계 식량난에도 '단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수일 내 수출 시작"…합의 이행 '급물살'
JCC는 곡물 수출 과정 전반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로 입항하는 선박에 무기가 실려있지 않은 지 검사하는 등 이번 합의를 이행할 핵심 기관이다.
튀르키예 이외에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영관에서 장성급 군인을 파견하는 만큼 구성 과정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역할과 구성에서 입장차가 첨예할 수밖에 없는 JCC가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서 합의 이행을 위한 최대 고비도 넘긴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이르면 수일 내 수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망을 낙관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도 합의에 따라 지정된 남부 3개 항만에서 선적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하는 등 곡물 수출 재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 합의 후에도 공습…우여곡절 끝 희소식
이 같은 '순풍'과는 별도로 전쟁 중인 당사국들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한 만큼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세계 3~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면서 세계 식량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일부 개도국에서는 식량 위기가 정국 불안으로까지 번졌다.
이에 따라 유엔이 식량 수출 재개를 위한 협상을 제안하고, 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튀르키예가 참여하면서 지난 13일 이스탄불에서 4자 협상이 열렸다.
협상 결과 흑해 항로의 안전 보장과 JCC 설치라는 핵심 원칙이 마련됐고, 지난 22일에는 JCC를 즉시 설치하기로 하는 등 최종 합의가 도출됐다.
그러나 이튿날 러시아는 오데사 항만을 폭격했다. 연이어 26일에도 오데사와 미콜라이우를 공습하면서 합의 파기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식량 수출 재개 필요성과 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고 결국 합의 후 5일 만인 이날 JCC가 문을 열게 됐다.
◇ 세계 식량난 숨통 기대…추가 운송로 확보 필요성도
튀르키예 국방부는 곡물 수출이 재개될 경우 연말까지 수출량은 2천5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러시아 물량까지 합칠 경우 총 5천만t 수출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처럼 대량의 곡물이 세계 시장에 풀리면 그 동안 고조됐던 식량난 해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항만 사정을 고려할 때 실제 곡물 수출량이 기대에 미칠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농업시장조사업체 우크라그로컨설트는 이번 합의에서 곡물 수출항으로 지정된 오데사 등 3곳의 최대 곡물 처리 용량 합계가 월 350만t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8월부터 연말까지 5개월간 3개 항구를 최대한 가동한다고 해도 산술적으로 1천750만t 수준이어서 2천500만t 같은 기대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기존에 흑해 항로를 대체하기 위해 선택한 주변 다뉴브강이나 육로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수출 재개돼도 제재·안전문제 등 '시한폭탄'
합의 이행을 위한 절차가 구체화하고 있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러시아는 합의 후 우크라이나 항만을 공격한 데 대해 군사적 목표물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앞으로도 유사한 공격이 계속될 것임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 폴란드 총리는 "불행하지만 그것이 러시아의 행태"라며 "러시아가 이번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완전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흑해에 설치된 기뢰도 '시한폭탄'이다. 곡물 선박은 안전 항로를 따라 항해하게 되지만, 선사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가이 플래튼 국제해운회의소 사무총장은 "기뢰 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너무나도 많은 불확실성과 변수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인한 추가 갈등도 불거질 수 있다. 이번 합의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를 수출할 수 있게 됐지만 복잡하고 광범위한 제재를 피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에 대한 장애물이 즉각 제거되지 않는다면 합의는 무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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