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30일, 미 연방의회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121 통과 15주년을 맞는다. 10년이라는 짧지않은 세월을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미 의회에 분주히 오가던 세월이 떠오른다.
무더운 여름을 서울에서 보내며 서초동 국립외교원 사료실 로비에 외롭게 서있는 고 레인 에번스 의원의 동상을 찾아가 꽃 한송이를 놓으며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2019년 7월 30일, 그의 흉상 제막식에 지인들이 모여 조촐하게 그의 업적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계된 이슈로 인해 한일 외교 관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고려해 외부 미디어를 일체 초대하지 않고 조용히, 조심스럽게 치루었다.
몇 년 전, 고 에번스 의원 추모 기념위원회를 구성, 워싱턴에서 그를 각별히 사랑했던 오바마 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그리고 많은 미 연방의원 동료들이 뜻을 모아 주었다. 그들의 이름들이 에번스 흉상에 새겨져 오늘도 그와 함께 하고 있다.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흐르고, 올해는 일본군 위안부 121 통과 15주년을 기념도 할 겸, 흉상 장소에서 그를 사랑했던 민간인들 주관으로 행사를 치루고자 했다. 그러나 아쉽고 실망스럽게도 변함없이 한일 관계에 예민하다는 이유로 행사준비를 접어야 했다.
미 국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의 시작은 1999년 11월, 고 레인 에번스 의원이 미국회 의사록에 최초로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역사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 기록에는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소리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사람들은 적의 말보다 친구의 침묵을 기억할 것’이라는 마틴 루터의 말도 인용했다고 한다. 에번스 의원은 정계를 은퇴하기까지 다섯 번이나 일본군 결의안을 미 의회에 내놓았다. 특별히 2006년 2월, 발의한 #759결의안은 국제 관계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쾌거를 얻은 바 있다.
이 결의안은 파킨슨 병으로 당시 곧 은퇴할 에번스 의원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사랑의 선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공화당 지도자들의 막강한 저지로이 결의안은 결국 본회의 마지막 레임 덕 투표에 부쳐지지를 못했다. 전문 분과위원회에서 통과되면 본회의에서 의장의 권한으로 간단한 음성 투표 절차를 거쳐 쉽게 통과되는 것이 상례였는데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심으면 거둘 때가 있듯이 오랜 세월의 노력끝에 2007년, 마이크 혼다 의원이 횃불을 받아서 청문회를 거치고, 미국내 풀뿌리 운동과 정계의 지원으로 역사적인 승리를 이루게 되었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이 서너 분 생존해 계신다. 이번 여름, 오랫만에 워싱턴을 떠나 한국을 방문해 도착하자마자 이용수 어머님과 며칠을 함께 보내었다.
언제나 밝고 열정적인 분, 나보다 더 원기가 왕성하셨는데 이제는 대구에서 서울에 도착 하신 날, 묵으시는 용산의 호텔 방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어머님은 침대위에 드러누워 계시며 이제는 KTX 타고 오시는 것도 힘들다고 하신다.
대구에 함께 내려가 어머님 댁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요양사가 휴무중이라서, 아차! 오늘 아침은 굶겠구나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웬걸, 어머님이 직접 쑥 인절미, 과일 주스, 커피를 만들어 주시며 나는 부엌에 얼씬도 못하게 하셨다. 역시 철저하시고, 강인한 모습을 바라보며 오래 건강하게 살으셔서 원을 푸셔야 할터인데 맘이 찡 했다. 얼마전 저녁 식사후,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내 팔짱을 끼시더니 “부기, 부기, 기타 부기…” 노래하시며 흥겨워 하셨다. 모쪼록 오랜 세월 한 목소리로 투쟁해 온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모든 할머님들의 염원대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으랴.
미 의회 일본군 결의안 15주년을 맞으며, 이제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기를, 새로운 역사의 획이 그어지기를. 부디 위안부 문제가 ‘사과하라, 배상하라’ 외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롭게 은혜롭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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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자 / 제 2대 워싱턴 정신대 대책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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