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에 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연구를 한 사람은 영국의 맬더스다. 그는 1798년 ‘인구론’이란 책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이로 인해 기아과 궁핍, 전쟁은 필연이란 전망을 내놨다.
왜 인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18세기 말 영국에서 나왔는지를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영국은 근대 이후 인구 폭발을 선도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1100년 이후 600년간 200만에서 400만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영국 인구는 18세기 중반 500만대에서 18세기말에는 800만대로 급증했다.
이 때는 증기 기관으로 상징되는 산업 혁명 시대로 농기구와 비료 등 농업 기술의 향상과 운송 수단의 혁신, 의학의 발달 등으로 유아 사망률이 급속히 낮아졌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이 때 갑자기 아이를 많이 낳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전까지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던 아이들이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이런 현상은 미국과 유럽 각국으로 퍼지면서 인구 폭발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1700년 6억 수준이던 세계 인구는 1800년 10억을 돌파했고 1920년대는 20억, 1960년대는 30억을 넘더니 이제는 76억에 이르렀다. 인구 폭발이 세계적 현상이 된 1968년 스탠포드대 교수이던 폴 얼릭이 ‘인구 폭탄’이란 책을 펴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또한 맬더스처럼 “모든 인류에게 밥을 먹이려던 싸움은 끝났다. 70년대에는 수억명의 사람들이 아사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그의 예측도 맬더스처럼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위 ‘녹색 혁명’으로 불리는 농업 기술의 혁신으로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릴만큼의 충분한 식량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맬더스와 얼릭이 우려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출산율의 지속적인 감소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피임을 통해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출산율은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여자 한 명당 2.1명 수준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유럽에서 시작된 이 트렌드는 이제 미국과 일본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현재 인구 1위인 중국도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중동 정도가 아직 예외지만 이곳도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워싱턴 의대에 따르면 2100년까지 세계 195개국 중 183국이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에 미달할 것이며 일본과 태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34개국은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2005년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일본은 30년 안에 900개에 달하는 지자체가 소멸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이보다 더 빨리 인구가 반토막 날 나라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미주 한인들의 고향 한국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여자 한 명당 0.8 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율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일본이 1.3이니까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불과 50년 뒤 3,000만 명대로 쪼그라든다.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이 코로나 여파로 올해는 0.7, 내년에는 0.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고 보면 3,000만이 아니라 2,000만대로 줄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 인구는 이미 2년 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기도 힘들고 해 봐야 월급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유치원 때부터 쏟아부어야 하는 교육비는 감당할 수 없는데다 그렇게 아이를 길러 봐야 나중에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다. 한 마디로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인 셈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50년 후 15~64세까지의 생산 인구는 현 72%에서 46%로 급감하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현 15%에서 46%로 늘어난다. 일할 사람은 없는데 고령자 부양에 필요한 사회 복지 비용은 어마어마 하게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체제가 유지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역대 한국 정부는 수백조 원을 쏟아부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 힘을 썼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백약이 무효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은 젊은 외국 이민을 늘리는 것이다. 유럽 경제 강국 독일은 이미 50년대부터 ‘게스트 워커’라는 이름으로 외국 노동자들을 받아들여 지금은 전체 인구의 9%가 외국 출신이며 세계 최강국 미국은 애초부터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다. 외국을 향해 열린 미국의 개방성이 미국을 강하게 만들고 이것이 다시 재능있는 외국인들을 미국으로 오게 하는 선순환을 가능케 하고 있다. 더 늦기 전 한국도 이민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검토할 때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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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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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Netflix 영화 처럼 세계가 하나가 되서 오만 인종이 섞여 살며 우주를 들락날락? 없다고 못 살겠다고 징징 대면서 애를 왜 낳아.
박 정희 대통령의 화교정책을 잘 살펴봐야 한다. 미국이야 최선진국이니 동화되려 하겠지만 한국은 다르다. 중국계가 많아지면 국가 존망도 문제될수 있다. 이민보다는 통일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