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국내에서 일곱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그러나 5년 생존율은 37.7%에 그쳐 전체 암 생존율(70.7%)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간암은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40, 50대에서 암 사망률 1위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간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간세포암’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간암으로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 8만853명 가운데 간세포암 환자는 6만4,525명(79.8%)이었다. 특히 남성 환자는 77%(4만9,777명ㆍ77%)으로 여성 환자(1만4,848명)보다 월등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만3,710명(36.7%)이었으며, 70대가 26.3%(1만6,976명), 50대가 19.9%(1만2,861명) 순으로 나타났다.
◇B형 간염ㆍC형 간염·알코올성 간 질환이 주원인
간은 ‘침묵의 장기’다. 바이러스ㆍ술ㆍ지방ㆍ약물 등으로 인해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간암은 간세포암(79.8%)이 가장 흔하고 이어 간내 담관암(12.9%), 상세 불명 간암(6.5%), 기타 간암(0.4%), 간모세포종암(0.3%), 간혈관육종암(0.1%), 기타 간육종암( 0.1%) 등이 있다.
간암 원인은 B형 간염 바이러스(72%), C형 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성 간 질환(9%)이다. 이 밖에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이다(2018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간암 발생 주원인인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100배,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0배 증가한다. 간염에 걸린 기간이 오래될수록 간암 위험이 높아진다. 간경변증도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으면 간암이 1,000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초기 증상 없어… ‘간이식’이 확실한 치료법
간암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때가 대부분이다.
간암 크기가 커지면서 피로감과 쇠약감이 생기거나, 담도를 막아 황달이 나타나고, 간피막을 뚫고 나와 신경을 침범해 통증을 느끼고, 간이 파열하면서 출혈과 동시에 통증, 특히 우측 갈빗대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간암 치료는 간암 병기나 간경변 유무에 따라 정해진다. 초기 간암일 때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간절제술, 고주파 열 치료, 간이식 등이다. 이들 3가지 치료는 암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치료로, 간 기능이나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치료를 결정한다.
간암이 많이 진행돼 간 절제, 간이식, 고주파 열 치료 등을 적용할 수 없을 땐 간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약물을 넣어 혈관을 막는 경동맥 화학색전술(TACEㆍ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윤영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대한간암학회 홍보이사)는 “최근 면역 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 가운데 치료 효과가 좋으면 간절제술, 고주파 열 치료, 간이식으로 완치하기도 하기에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간암은 간 절제나 고주파 열 치료를 해도 남은 경화된 간에서 암이 자주 재발한다. 따라서 간암의 가장 완벽한 치료는 경화된 간을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대체하는 간이식이다. 간이식은 다른 치료보다 5년 생존율은 물론 10년, 20년 생존율도 압도적으로 높다.
◇간염있다면 6개월마다 정기검사해야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경변증 원인이 되는 BㆍC형 간염 예방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C형 간염은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 등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여럿이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 C형 간염은 짧은 기간에 완치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ㆍDirect-acting Antiviral Agents)가 개발돼 건강보험 적용까지 받을 수 있다. 8~12주 치료하면 모든 C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1~6형)을 치료할 수 있는 약도 나왔다.
심재준 철원병원 부원장(대한간학회 전 홍보이사)은 “C형 간염 치료제 발달로 거의 완치될 수 있게 됐지만, 진단 후 치료 비율은 60%도 안 된다”고 했다.
또 알코올성 간경변증을 예방하려면 과음하지 말고, 알코올성 간 질환이 생겼다면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40세 이상 간암 발생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암 발생 고위험군은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환자다.
문제는 자신이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걸렸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의 감염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고위험군이라면 무료 검진을 받거나 10%만 부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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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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