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나 보통 화씨 85도, 아니면 90도를 웃도는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되면 단순한 더위라고 하기 보다 ‘폭염’(heat wave)이라고 한다. 요즘 남가주 날씨라면 매일매일이 폭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폭염도 전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차는 있겠으나 요즘은 실제 기온이 예상 기온을 웃돌 때가 많다. 이전 기록을 기준으로 내놓은 예상 기온에 최근의 지구 온난화라는 변수가 미처 반영되지 않은 탓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폭염의 정도는 전 같지 않은데, 폭염 대비는 전처럼 하고 있다면 자칫 위기 상황을 부를 수 있다.
폭염은 날씨와 관련된 사망 원인 중에서는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미국의 폭염 사망자는 각각 토네이도, 홍수, 한파 등으로 인한 사망자 보다 많다고 한다. 연방 질병통제예방 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4~2018년 미국서는 연 700명이상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6%가 늘어났다고 한다.
폭염은 청소년들의 야외 활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름에는 다양한 캠프가 열리는 등 스포츠 활동이 활발하다. 청소년 스포츠에는 온열 질환 방지를 위한 메뉴얼이 구비돼 있으나 예컨대 풋볼만 해도 지난 25년간 고교 선수가 열사병으로 숨진 케이스가 50건이 넘는다. 여학생들의 크로스 컨트리 등은 대표적인 폭염 취약 종목으로 꼽힌다. 정도가 달라지고 있는 폭염에 대비해 더 강화된 트레이닝 규범이 마련돼야 한다고 청소년 스포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프로 풋볼 선수의 생명도 앗아가는 것이 열사병이다. 운동 선수의 단일 사망 원인으로는 1위로 꼽힌다. 얼마전 서울을 방문했던 프로축구 토트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공개 트레이닝을 하면서 헉헉대며 드러눕는 장면이 중계 화면으로 전해진 적이 있다. 전력 질주도 아니고, 운동장 왕복 달리기를 하면서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시간은 섭씨 30도를 넘는 땡볕 더위였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아마추어는 말할 것도 없다. 마라톤, 등산, 사이클링 등 장시간 햇볕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야외 운동을 하고 있다면 전과는 다른 폭염 대비가 필요하다. 폭염을 피해 가는 것은 지혜로운 것이지, 약함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일사병과 열사병은 서로 다른 온열 질환인데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증상에 따라 응급 처치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일사병(heat exhaustion)은 더운 날씨에 수분과 염분을 과도하게 유출하는 바람에 생기게 된다. 우선 목이 마르다. 땀이 많이 나서 피부가 젖었지만 체온은 높지 않다. 서늘한 곳을 찾아 잃어버린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급선무다. 찬 게토레이드 한 병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열사병(heat stroke)은 이와는 다르다. 과도한 열에 노출되는 바람에 체온조절 중추가 망가진 상태다. 구토, 어지럼증 등 증상 일부는 일사병과 같으나 심한 두통과 함께 정신이 혼미해지고 의식을 잃기도 한다. 땀을 배출하는 기능이 망가졌기 때문에 더 이상 땀이 나지 않는다. 피부는 건조해지고 붉은 색을 띠게 된다. 체온이 높아져 섭씨 40도이상 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체내 장기들이 과열로 기능을 잃게 된다.
응급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방법으로 체온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가능한 상황이라면 빨리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이 상태에서는 함부로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엊그제 전해진 유럽의 폭염 소식을 보면 더위 때문에 포르투갈에서 600명, 스페인에서는 3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설마, 유럽인데…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유럽 절반이 겪고 있다는 가뭄에다 곳곳의 산불 사태, 일부 지역에 내려진 폭염 경보 조처 등을 보면 이해가 간다.
이번 주 베를린에서 40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연례 기후회의에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를 말하며 “이제 공동 대응이냐, 집단 자살이냐를 택해야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과격한 표현으로 들리지만 바뀌고 있는 기후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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