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율 급등·인플레 우려·집값 하락 전망’ 탓에 컨틴전시 근거 취소도 많아져
고금리, 물가 상승으로 주택 구매 계약 취소율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신규 주택 구매 계약 취소가 늘자 분양 업체들이 인센티브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최근 주택 구매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자율 급등에 주택 구입 비용이 큰 폭으로 올라 바이어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구매 계약 시 바이어 보호 조항인 컨틴전시를 유지하는 바이어가 늘면서 이를 근거로 한 계약 취소도 늘고 있다.
물가가 예상 밖의 높은 수준으로 다시 오르면서 금리 1% 포인트 인상을 의미하는 ‘울트라 스텝’ 가능성도 커졌다. 이처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주택 구매 계약 취소 사태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계약 취소율 팬데믹 이후 최고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자 주택 구매 계약 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은 6월 중 재판매 주택 구매 계약 취소율이 약 15%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각종 경제 활동 중단 명령에 따라 기존에 체결된 구매 계약의 취소율이 일시적으로 치솟은 시기다. 그런데 최근 주택 구매 계약 취소율이 당시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계약 취소 도미노 현상은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따른 주택 구입 비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초 3%대에서 시작한 모기지 이자율(30년 고정)은 6월 중순 6%를 돌파한 뒤 최근 약 5.75%대로 다소 진정됐지만 작년 대비 주택 구입 비용 부담은 여전히 매우 높다. 이 밖에도 인플레이션에 의한 기타 생활비 급증,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 등도 바이어를 변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 고금리에 의한 구입 포기•취소 많아
큰 폭으로 오른 모기지 이자율로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바이어가 늘고 있다. 모기지 대출 승인 조건 중 하나로 28%에 해당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은행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모기지 관련 비용이 가구 소득의 28%를 넘으면 대출 승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집값과 모기지 이자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올해 2분기 주택 구입 비용이 평균 가구 소득의 3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주택 중위 가격 기준). 1년 전보다 무려 24%나 급등한 주택 구입 비용이 모기지 대출 기준을 초과하면서 주택 구입이 힘들어진 바이어가 늘고 있다.
◇ 컨틴전시 근거한 취소 늘어
집값과 이자율이 너무 올라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급변한 주택 시장 상황에 마음을 돌린 바이어도 많다. 바이어들은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구입 경쟁에 뛰어들 필요성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고 있다.
테일러 마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 둔화로 바이어 협상력이 높아졌고 구매 계약 취소가 늘고 있는 이유다”라며 “홈 인스펙션, 주택 감정가 컨틴전시를 유지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어 이를 근거로 구매 계약 취소를 결정하는 바이어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 신규 주택 시장도 취소 잇따라
재판매 주택 시장에서만 구매 계약 취소가 잇따르는 것은 아니다. 신규 분양 주택 시장 역시 갑작스러운 계약 취소 사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존 번스 부동산 컨설팅이 주택 건설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기 전인 5월 신규 주택 구매 계약 취소율은 이미 9.3%로 전년 동월(6.6%)보다 높아졌다.
조디 칸 수석 부대표는 “신규 주택 구매 계약서에 서명하자마자 후회하는 바이어도 많고 이에 따른 취소가 늘고 있다”라며 “경기 침체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급등한 페이먼트에 대한 높은 부담감에 취소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존 번스 측은 6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신규 주택 구매 계약 취소율은 전달에 이어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전국 최대 주택 건설업체 ‘레나’(Lennar)는 최근 분기 수익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구매 계약 취소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해 11.8%를 기록했지만 장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계약 취소 사태를 겪고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스튜어트 밀러 회장은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한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한 주택 구매 계약 취소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며 “주택 시장 상황이 이미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를 살리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레나는 이미 신규 주택 수요를 잡아 두기 위해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혜택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 치솟는 임대료 인플레이션에 악영향
주택 구매를 포기했거나 구매 계약을 취소한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두 가지다. 주택 임대를 지속하거나 부모 집에 들어가 얹혀사는 것이다.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바이어들이 이미 주택 임대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렌트비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지표 중 하나가 소비자 물가지수다. 소비지 물가지수 중 약 3분의 1이 주택 임대 비용이 차지하는데 최근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원인이 될 것이란 경고다. 아파트 정보 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6월 신규 체결된 임대료는 전년 동월 대비 14%나 폭등했다.
1년 전 상승 폭인 17.5%에 다소 진정된 수준이지만 팬데믹 이전 연평균 2%~3%씩 오르던 것 비교하면 일반 세입자가 감당하기 힘든 상승 폭이다. 지난해부터 신규 계약과 재계약에 적용되는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미 크게 오른 임대료가 인플레이션 통계에 잡히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 니콜 바쇼 이코노미스트는 “임대 재계약에 나서면서 작년보다 수백 달러씩 오른 임대료에 한숨짓는 세입자가 많다”라며 “당분간 임대료 상승세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 내 집 마련 포기하고 다시 부모 집으로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부모 집에 얹혀사는 비율이 다시 늘고 있다. 부모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사례는 젊은 세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고물가과 고 주거비에 치인 40대, 50대 가구도 부모와 한 지붕 아래 거처를 마련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한 주택에 부모, 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다세대 가구 비율은 1971년과 2021년 기간 두 배로 늘어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세대 대부분은 모기지 페이먼트와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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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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