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군인, 경찰, 소방관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MIU라고 부른다. MIU는 ‘Men In Uniform’의 약자다. ‘제복을 입은 대원들’을 뜻한다. 이들은 국가의 안전과 시민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의 MIU가운데 특히 미군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트루먼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지키고 한국인들의 자유를 위해서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 발발부터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총 178만9,000여 명의 미군을 파병시켰다.
이 미군들 중에 상당수는 한국이 지구상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 상관의 명령 한 마디에 한국의 어느 산하, 어느 벌판, 어느 고지에서 싸우다가 죽어갔다. 그렇게 죽은 미군이 3만6,940명에 달했다. 부상당한 미군은 9만2,134명, 실종자는 3,737명 그리고 4,439명이 포로가 되었다. 전쟁기념관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수는 총 4만790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3년 1개월 동안 치러진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3만6,940명의 미군은 총 유엔군 전사자의 약 91%를 차지한다.
참고로 1964년 8월7일부터 시작되어 1975년 4월30일까지 약 10년 8개월 동안 치러진 베트남전쟁에서는 5만8,315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전쟁기간을 고려하여 비교해보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의 수는 월남전에서 전사한 미군 수의 2배를 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명명되어왔다. 미국인들은 물론 재미 한인들에게도 마치 그런 전쟁이 미국 역사에 없었던 것처럼 인식되어온 감이 없지 않다.
미국이 해외에서 치른 전쟁 역사상 유일한 패전으로 기록된 베트남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1982년에 워싱턴 D.C.에 베트남 참전 기념비를 세웠다. 대한민국을 잘 지켜내어 최소한 절반의 승리를 거둔 한국전 참전 기념비는 1995년에야 비로소 세워졌다. 늦게나마 세워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란 글을 새겨넣어 전쟁을 한 분명한 이유를 되새기고 있다.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세워진 이후 한국전쟁에 대한 역사적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어온 감이 없지 않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을 16개국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전투 병력을 파견한 나라들의 숫자일 뿐이다. 이외에도 의료 지원국이 7개국, 물자 지원국이 37개국 그리고 지원의사를 표명한 3개국 등 총 63개국이 대한민국을 지원했다. 그 당시 자유진영의 주요 국가 모두가 대한민국을 공산세력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물심양면의 노력을 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그들의 노력을 기리기 위해 전 세계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김해나의 노력으로 총 32개국에 524개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발굴되었다. 미국에만 205개(39%)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있다.
뉴욕의 퀸즈 리지우드에는 1955년 5월22일에 세워진 자그마한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있다. 그리고 참전비 주위는 코리안 스퀘어라고 명명되어있다. 6.25전쟁이 끝난 지 1년 10개월 만에 세워진 참전 기념비다. 아마 세계에서 최초로 세워진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아닐까 싶다.
지난 6월25일 6.25전쟁 72주년을 기념하여 이 기념비 앞에서 대뉴욕예비역장교연합회 주최로 기념식이 열렸다. 리지우드에서 참전했던 17명의 참전용사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파블로 마세드(92세) 용사에게 기념 메달도 수여했다. 참으로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미국에 산재해 있는 코리아타운들에서 한인회를 중심으로 관련 단체들이 이러한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하나씩 맡아서 6월25일과 같이 의미 있는 날에 기념식을 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하여 한국전쟁을 자유의 가치와 세계 평화를 위해 더 이상 잊히지 않는 전쟁으로 기억되도록 하는 것을 제안해본다. 이것이 한인 2세들을 위한 정체성 교육이고 미국 주류사회에 대한 공공외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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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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