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CU ‘광야’, 이수만 ‘미래 문화’ 고민서 출발… “다양한 세계 구현하는 곳” 조언
▶ “블랙맘바 이후로도 이야기 전개될 것”…웹툰·영화·게임 등으로 확장 구상
걸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관을 만들어놔도 구성원들 생각은 각자 다르다 보니 오해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설정집 같은 자료를 만들어 교육도 하죠. 잘못된 방향으로 콘텐츠를 한 번 만들어버리면 되돌리기 쉽지 않거든요." (모나리 책임)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걸그룹으로 꼽히는 에스파에는 자기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아바타를 콘셉트로 삼아 2020년 데뷔 때부터 쌓아온 치밀한 스토리다.
현실의 에스파와 네 멤버의 아바타 '아이'(ae), 이들의 연결(SYNK)을 방해하는 악의 세력 '블랙맘바'(Black Mamba), 에스파를 돕는 조력자 '나이비스'(nævis),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인 '광야'(KWANGYA).
SM엔터테인먼트는 노래 가사, 뮤직비디오, 세계관 영상 등을 통해 이 같은 생소한 설정을 SMCU(SM Culture Universe)라는 거대한 세계로 치밀하게 직조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SM만의 가상 세계는 전 세계 K팝 팬들의 '덕심'을 저격하며 에스파를 단숨에 정상급 걸그룹으로 올려놨다.
최근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박준영 이사, 모나리·김현우 책임 등 SMCU 제작진을 인터뷰했다.
모나리 책임은 "이 건물 어딘가에는 (세계관) 설정집이 비밀리에 있다"며 "스토리가 나오지 않으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음반 작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데드라인을 잡아두고 언제까지 이야기 작업을 해내야 하는 '나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장난스레 소개했다.
모 책임이 언급했듯 노래와 춤이 주(主)를 이루고 세계관이 뒤따라오는 다른 아이돌과 달리 에스파는 스토리 정립을 최우선에 뒀다. SM은 과거에도 엑소나 NCT 등이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하고는 있었지만, 본격적인 SMCU 스토리 라인을 계획한 것은 에스파 데뷔 이전이라고 했다.
박준영 이사는 "이런 스토리가 나오려면 오래전부터 준비가 돼야 한다"며 "미리 준비된 기획 아래 데뷔하게 된 에스파라는 신인 팀에 아바타라는 콘셉트를 부여해서 SMCU를 자연스럽게 알리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스파의 아바타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4명 각자의 캐릭터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에스파는 두 번째 미니음반 '걸스'(Girls) 발표를 앞두고 두 번째 세계관 영상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20분에 가까운 길이의 영상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못지않은 수준을 보여줬다.
박 이사는 "에스파 멤버들이 블랙맘바의 '환각 퀘스트'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최적화된 그림체와 작화를 고민했다"며 "2D 부분은 일종의 시(詩)처럼 간소화된 유럽풍 그림체"라고 소개했다.
모 책임은 "블랙맘바는 인간과 아바타의 연결을 단절하려고 하는, 관념적·실체적 성격을 다 갖춘 존재"라며 "교수님 형상의 홀로그램이나 검은 뱀으로 표현됐다. 에스파에 집중하다 보니 왜 블랙맘바가 그런 짓을 하는지에 대해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걸스' 이후에도 에스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며 "앞으로도 블랙맘바와 비슷한 존재일지는 모르겠지만, 에스파 세계관 스토리에 없어서는 안 될 조연 격의 빌런(악당)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SM이 메타버스(가상세계) 혹은 아바타 같은 '저 너머의 세상'에 관심을 가진 것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
2000년 보아는 데뷔곡 '아이디 피스비'(ID; PeaceB)를 통해 '나만의 네트워크 세상'을 주지시켰고, 이보다 2년 전인 1998년 S.E.S.의 2집 타이틀곡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뮤직비디오에는 외계 가상 세계가 등장했다.
'메타버스 걸그룹' 에스파가 지난해 12월 '드림스 컴 트루'를 리메이크해 발표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박 이사는 "S.E.S. '드림스 컴 트루' 때부터 우리는 아바타, 또 다른 나의 자아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게 외계인이든 무엇이든 우리 말고 또 다른 유니버스(세계)가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이처럼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을 20여 년간 다듬어온 것"이라며 "에스파라는 아티스트가 나온 것을 계기로 이야기를 정립하고 체계화한 것이다. 소속 아티스트끼리 유니버스(세계)를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하고 정리하며 콘텐츠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노래 안에 메시지를 담으려 해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세상이 왔을 때 문화는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늘 고민했지요. '미래의 문화'를 고민하면서 음악 등의 콘텐츠를 통해 메시지를 대중에게 어떻게 던질지 생각한 거죠." (김현우 책임)
에스파의 세계관, 그리고 이를 넘어 SMCU의 핵심 공간은 '광야'다. 에스파가 아바타와 합일(合一)을 이루고 블랙맘바를 무찌르게 되는 곳이다.
박 이사는 이 '광야'를 두고 "신(Scene·장면)마다 고정된 것이 아닌 무정형·무규칙의 공간"이라며 "디지털의 파편들이 재조합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계가 '광야'로 구현됐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했다.
세계의 '틀'이 고정돼 있다면 재미가 없기에 상상의 폭을 넓혀보고자 제한이 없는 '열린 세계'를 도입했다는 의미다.
상상에는 규격이 없지만,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제작진으로서도 큰 고민이었다. S.E.S. 시절보다야 영상 기술이 놀랍도록 발전했지만, 여전히 아이디어를 다 구현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른단다.
박 이사는 "솔직히 아직 많이 기술이 모자라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며 "기술적 제약이 없다면 평면적이 아닌 사실적 입체 영상으로 더 리얼하게 구현해보고 싶고, 시각과 청각 이외에 '또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4D 기술을 구현해 내가 정말로 '광야'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내보고도 싶다"고 말했다.
SM은 노래·뮤직비디오와 유튜브 영상뿐만이 아니라 스토리를 거대 지식재산권(IP)으로써 웹툰·게임·영화·드라마 등으로 확장할 구상도 가지고 있다.
박 이사는 "당연히 게임화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어설프게 하기보다는 '단단하게' 하려고 하기에 조급하게 추진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완성도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서 대중이 공감하게 하느냐, 즉 감정 이입 여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왜 우리라고 해서 예를 들면 'SMCU 드라마 시리즈' 같은 것을 원하지 않겠어요? 에스파 이야기를 시작으로 차츰 나아가서 베이스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저희는 텍스트로 써놓은 앞으로의 이야기가 '이만큼' 있답니다. 여기에서 자세히 풀어줄 수는 없지만요. 하하." (박준영 이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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