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박5일 마드리드 일정 마치고 귀국길…사흘간 16건 외교일정 소화
▶ 한일 관계개선 물꼬…’가치 연대’ 나토 밀착 속 對중국 외교 딜레마도
한미일서 對北공조 공감대…’경제안보’ 세일즈 외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두번째),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오른쪽 두번째)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자격으로 초청됐다[로이터=사진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유럽 중심의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가 처음으로 초청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으로서 3박5일의 다자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첫 해외방문이자 외교 데뷔전인 셈이다.
이른바 '가치외교'의 개념에서 서방진영과 밀착하는 동시에 '경제안보'의 차원에서 유럽 주요국과 동시다발적으로 접촉하며 세일즈 외교에 속도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4년9개월만에 열린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공조를 강화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수차례 접촉하며 한일 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채운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본적으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나토 회원국들과 경제·인권·기술 등 다방면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넓히는 '포괄 안보'에 주력했다. 가치규범 연대와 신흥안보 협력, 글로벌 네트워크 등 3가지 목표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국을 '도전'으로 새롭게 규정한 나토의 신전략개념(Strategic Concept) 채택과 맞물려 우리의 대중국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쉽지않은 외교적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다자무대의 특성상, 특정 현안에 대한 세부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숨가쁜 외교일정…양자 10건·다자 3건
지난 27일 밤 마드리드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28~30일 사흘간 모두 16개 외교 일정을 진행했다.
30여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다자무대라는 점에서 풀어사이드(약식회담)까지 10차례 양자 접촉을 소화했다.
한-호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네덜란드·프랑스·폴란드·덴마크·캐나다·체코·영국 정상, 유럽연합(EU) 샤를 미셸 상임의장과 마주 앉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는 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예정에 없던 약식회담을 가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나가다가 윤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잠시 앉아 회담 비슷한 미팅이 이뤄졌다"며 "양국 협력에 대한 간단한 환담"이라고 전했다. 현장의 일정조율 과정에서 핀란드·루마니아 정상과의 만남은 취소됐다.
이와 함께 나토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4개국 회담 등 3건의 다자회의가 진행됐다.
그밖에 스페인 국왕 및 나토 사무총장 면담, 스페인 기업인 오찬간담회까지 전체 외교일정은 총 16건에 달한다.
스웨덴·핀란드의 가입 협상과 맞물려 나토 사무총장 면담이 한차례 미뤄지면서 회담장에서 대기하던 윤 대통령이 발길을 돌리거나, 한-핀란드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 한미일, 대북 공조 강화…'中 견제' 인·태 전략도 의제로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외교일정은 3건의 다자회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서방진영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29일 4년9개월만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이 하이라이트격이다.
회담장 중앙 '호스트석'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마주 앉았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임박 등 한반도 주변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역내 안보 협력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이어진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연단에 올랐다. 바로 앞 순번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뒤 순번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3~4분 분량의 연설에서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4개국 정상회동에서는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이 테이블에 올랐다.
유럽 안보체제인 나토와 인·태 지역의 전략적 연계를 본격화하겠다는 예고편으로 해석된다.
◇ '중국 대안 시장은 유럽' 방산·원전 앞세운 세일즈 외교…부산엑스포 지지요청도
연쇄적인 양자 회담에서는 국가별 맞춤형 세일즈 외교(경제외교)가 부각됐다
호주와는 그린수소 및 북핵 공조, 네덜란드와는 반도체 공급망, 프랑스와는 원전기술 및 우주산업, 폴란드와는 인프라(신공항) 및 원자력·방위산업, 덴마크와는 기후변화·재생에너지 이슈가 중심이 됐다.
방위산업과 원자력발전이 1차 타깃으로 꼽힌다.
당장 방산 부문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양국 간 방산 협력이 심도 있게 논의됐는데, 조만간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정상 세일즈외교의 첫 번째 성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FA-50 전투기, K-2 전차, K-9 자주포 등 우리나라 무기들의 폴란드 수출이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전과 관련해선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체코와 폴란드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영국, 네덜란드 등도 원전 수출 후보국으로 꼽힌다.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 한국 원전을 홍보하는 책자를 폴란드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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