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중정책 전환’ 부인했지만 한국 나토行 두고 미중 날선 대립
▶ 전문가 “미중 제로섬 게임속 균형공간 줄어…中 은밀한 보복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한국의 서방 밀착 외교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향후 어떤 외교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9∼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27일 출국한다.
한국 대통령이 서방의 대표적인 군사 동맹 중 하나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가치와 규범을 토대로 한 국제 질서 유지에 방점을 둔 것이지 중국 등 특정국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2일(한국시간) 대통령실이 "포괄적인 안보 차원에서 회원국 및 파트너국과의 네트워크 확대·심화를 위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나토 회의 참석을 반중·반러 정책으로 대전환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 채택을 통해 중국 영향력 확장에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중국과 같은 아태 지역 주요 나토 파트너국을 이번 회의에 초청한 것도 나토가 이들과 함께 중국 대응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고위당국자는 22일 나토 정상회의 사전 전화브리핑에서 아태국의 나토회의 참석에 대해 "이 모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를 둘러싼 파트너십을 어떻게 활성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어떻게 우리가 중국에 눈을 떼지 못 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다음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북대서양의 지리적 범주가 아니다"라며 "아태 지역 국가와 국민은 군사 집단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정부의 설명과 달리 미측은 인도태평양 국가의 나토 참석이 대중 견제 의도가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고, 중국 측도 이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이번 회의 참석을 계기로 진행되는 주나토 한국대표부 신설과 나토 회의 기간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등도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미 동맹국 네트워크 강화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지난달 우리 정부는 아시아 최초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 정회원으로 가입한 데 이어 조만간 주나토 한국대표부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는 나토와 한층 더 밀착해 미국, 캐나다, 유럽 국가와 포괄적 안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4년 9개월만에 재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 위협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글로벌 이슈가 논의될 여지도 크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북아 내 전통적 우방인 한일과 공조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데 가장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토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의 만남 불발로 한일 관계 개선 모멘텀을 마련하기 어려워졌지만 미중 대립 구도가 강화될수록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측의 압박은 더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일단 나토 참석이 경제·기후변화·신흥기술 등 분야의 포괄 안보 차원 협력이란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나토에 초청받은 아태지역 파트너 4개국인 한·일·호·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도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한국이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함으로 볼 여지가 크다.
한국의 나토 참석에 중국이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상황에서 대중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보는 최대한 피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신정부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 강화'를 천명한 만큼 국제 진영대결 전선에서 미국과 발을 맞춘 한국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외교의 축이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여기에 대응해 중국이 내놓을 대책을 민감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쪽이 '제로섬 게임'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사드 문제 등과 같은 안보 관련 문제들은 한국에게 중국이 걸어놨던' 레드라인'인데 이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밀착 행보에 다양한 언사를 내놓을 수 있지만, 노골적 경제 보복은 힘들 것이고 요소수 사태처럼 은밀한 경제보복은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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