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전과 확 바뀐 남가주 주택 시장, OC·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 매물 5채 중 1채 가격↓
▶ 내년부터는 집값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와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매물 5채 중 1채는 최근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조사됐다. [준 최 객원기자]
남가주 지역의 주택 매수 심리가 사라지기 전에 서둘어 집을 내놓는 셀러가 늘고 있다.[로이터]
전국에서 가장 ‘핫’한 남가주 주택 시장 상황이 최근 180도 바뀌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리스팅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는 셀러가 많아졌고 시장 여건도 바이어에게 유리하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로 일부 전문가는 남가주 주택 시장이 올해 말‘셀러스 마켓’에서‘바이어스 마켓’으로 전환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LA 타임즈가 확 바뀐 남가주 주택 시장을 진단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셀러
남가주 지역 셀러의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택 매기가 뚝 끊기면서 리스팅 가격을 내리는 셀러가 눈에 띄고 늘고 있다. 내놓은 집이 안 팔려 기존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이 작년보다 2배나 증가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집계에 의하면 6월 5일 기준 직전 4주 동안 LA 카운티에서 리스팅 가격을 내린 매물은 전체 매물 중 16.2%였다. 작년 같은 기간의 7.5%에 비해 두배가 넘는 비율이다. 남가주 인근 카운티의 경우 리스팅 가격을 낮추는 매물 비율이 LA 카운티보다 더 높았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올해 같은 기간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의 비율은 20%로 작년 같은 기간(7%)의 3배에 달했다.
이들 세 개 카운티에서는 매물 5채 중 1채꼴로 가격을 내렸는데 갑자기 더뎌진 주택 판매 속도에 다급해진 셀러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LA와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 비율이 2018년 이후 이처럼 높았던 시기가 없었다. 리버사이드와 샌버나디노 카운티를 포함하는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리스팅 가격 인하 매물 비율은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 바이어 ‘입질’ 뚝 끊겨
남가주 주택 냉각 현상은 일선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가장 먼저 느끼고 있다. 레드핀 LA 사무실 소속 린지 캣츠 에이전트는 “LA 지역 주택 시장 상황이 불과 한 달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라며 LA 지역 주택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캣츠 에이전트가 담당한 우드랜드 힐스의 한 리스팅은 바이어의 발길이 끊기면서 리스팅 가격을 4만 달러나 낮췄다. 인근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밴 나이스 코벨로 스트릿에 나온 다른 매물은 나온 지 3주가 지났지만 바이어의 ‘입질’이 없자 리스팅 가격을 94만 9,000달러로 5만 달러 인하했다. 뒤채가 딸린 인근 매물은 100만 달러에 처음 나왔지만 역시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리스팅 가격을 무려 14만 달러나 내린 끝에 현재 86만 달러에 홍보되고 있다.
◇ 가격대 맞추려고 통근 60마일까지 감수
경쟁적인 리스팅 가격 인하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매수 심리는 쉽게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내리는 매물의 비율이 아직 소수에 불과하고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주택 구입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바이어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하려면 올해 초보다 매달 수백 달러, 심지어 1,000달러가 모기지 페이먼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할 만큼 주택 구입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주택 구입비 상승에 장거리 통근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지역 주택을 알아보는 바이어도 늘었다. LA 센츄리 21 리얼티 매스터스의 욜란다 코테즈 에이전트는 “고객 중 여러 명은 현재 주택 구입을 중단하고 관망 모드로 돌아선 상태”라며 “주택 구입 여건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이들이 언제 주택 시장으로 돌아올지 불투명하다”라고 전했다. 코테즈 에이전트에 따르면 일부 고객은 그동안 회사와 가까운 LA 도심 인근 지역의 매물을 찾았지만 이제는 통근 거리가 60마일이 넘는 앤틸로프 밸리와 빅터 밸리 지역을 주택 구입지로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 내년부터 집값 떨어질 수도
집을 빨리 팔아야 하는 일부 셀러에 의한 가격 인하 매물이 늘고 있지만 아직 소수 비율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서는 여전히 비싸게 팔리는 매물이 많고 본격적인 집값 하락 현상은 조만간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남가주 주택 시장의 냉각 현상이 이미 시작됐고 빠르면 올해 말부터 바이어스 마켓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존 번스 부동산 컨설팅 업체는 올해 남가주 주택 가격 상승률이 5%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지난달 내놨다. 올해 5월 남가주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20%나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 폭이 상당히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존 번스는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조치가 지속될 경우 내년과 내후년 주택 가격은 각각 약 5%씩 하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발표된 인플레이션 관련 수치가 점차 악화 중인 것으로 확인돼 내년부터 그간 급등세를 보인 주택 가격이 상당폭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Fed가 기준 금리 0.75% 포인트 이상 인상을 의미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란 예상에 지난 13일 시중 모기지 이자율은 6%(30년 고정)를 넘기도 했다. 존 번스 컨설팅의 릭 팔라시오스 주니어 디렉터는 “모기지 이자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 향후 주택 가격 전망치를 하향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 오퍼 가격 깎기 시작하는 바이어
최근 달라진 주택 시장 상황을 오퍼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바이어도 늘고 있다. 최근 2년간 바이어 보호 조항인 ‘컨틴전시’ 조건을 오퍼에서 삭제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 다른 바이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공격적인 전략이지만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그런데 최근 컨틴전시를 유지한 오퍼가 늘기 시작했고 셀러 역시 컨틴전시가 포함된 오퍼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데렉 오이 브로커는 “바이어가 거래를 주도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셀러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시기는 지나갔다”라고 설명했다.
LA 리맥스 에스테이트 프라퍼티스의 칼 이즈비키 에이전트는 바이어 고객에게 전과 다른 오퍼 전략을 제시했다. 15건~20건씩 제출되는 오퍼가 최근 3건~5건으로 줄 만큼 구입 경쟁이 가라앉았다고 판단한 이즈비키 에이전트는 나온 지 한 달이 넘은 매물을 중심으로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제출해보자고 조언했고 그의 고객은 밴나이스 지역의 한 매물을 리스팅 가격보다 4만 달러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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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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