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곳이 버지니아(Virginia, 약칭은 VA)주 페어팩스(Fairfax)이다. 한때 ‘미국 8학군’으로 불렸던 곳이고, 화제의 TV 연속극 ‘스카이 캐슬’에서 언급되기도 한 그 지역이다.
페어팩스 공립학교 당국의 2022년 가을부터 2023년 봄까지의 표준 학사일정(2022-23 Standard School Year Calendar)이 인터넷에 게시되었다. 이 표준 학사일정은 지역 내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게 운용될 수 있기에 표준(Standard)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학사일정은 미국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당해 지역 교육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운용되기 때문이다. 이 표준 학사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이를 통해 이 지역 공립학교를 들여다볼 수 있고 또한 지역 정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22학년의 마지막 수업일은 2022년 6월 10일(금)이었다. 지금 각급 학교는 방학 중이다. 여름방학이 무려 10주 즉 두 달하고도 두 주나 된다. 대신 겨울에는 우리식의 한 달 넘는 겨울방학은 없다. 도대체 여름방학이 왜 이렇게 긴지 이민 초기 영어 배울 때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그분의 대답은 이랬다. “아마 오래전 농업이 주력 산업이던 시절의 흔적일 거야. 그때에는 농번기인 한여름에는 일손이 부족하니까 어린이들도 집안일을 도와야 했을 거고 그러자니 여름방학이 길어졌을 거야….”

미국은 가을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그래서 8월 하순 또는 9월 초순에 신학기가 시작되는데 미국은 지방자치가 발달한 나라라서 그 시기는 그 지역 교육자치단체에서 정한다. 페어팩스의 2022-23학년 시작은 2022년 8월 22일(월)에 시작한다.
9월 2일(금)부터 5일(월)까지 나흘간 휴교인데, 사실은 금요일 하루만 휴교다. 9월 5일 즉 9월 첫 월요일은 노동절(Labor Day)이기 때문이다.
9월 26일(월)과 10월 5일(수)은 유태교의 명절인 로슈 하샤나(Rosh Hashanah), 욤 키푸르(Yom Kippur)와 관련된 휴교이다. 이 지역에도 유태인의 힘은 막강하다. 고등학교 밴드부 공연에서 이스라엘 민요인 하바 나길라(Hava Nagila)가 연주되는 것을 보았다.

10월 10일(월) 즉 10월 둘째 월요일은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이라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콜럼버스 데이(Columbus Day)라고도 한다.
10월 24일(월)은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Diwali)라서 휴교이다. 힌두력의 새해 맞이 축제라고한다.
10월 28일(금)은 학년의 1/4이 끝나는 날이어서 2시간 단축수업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10월 31일(월)에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10월 마지막 날은 핼러윈이다.
11월 8일(화)은 선거일(Election Day)이라서 휴교이다. 학교가 투표장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사흘 후인 11월 11일(금)은 재향 군인의 날(Veterans Day)이라서 휴교이다.
11월 23일(수)부터 25일(금)까지도 휴교이다. 11월 네 번째 목요일인 11월 24일이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기 때문이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닷새 연휴가 된다.
12월 19일(월)부터 2023년 1월 2일(월)까지 겨울방학이다. 한국의 겨울방학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2주일의 짧은 겨울방학인데 12월 25일(일) 기독탄신일과 1월 1일(일)이 포함되어 있다. 신년 첫날이 일요일이어서 1월 2일까지가 겨울방학이 되고 1월 3일에 개학이다.

1월 16일(월) 즉 1월 두 번째 월요일은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2세 탄생일(Martin Luther King Jr.’s Birthday)이라서 휴교이다.
1월 25일(수)은 학년의 2/4분기가 끝나기 때문에 2시간 단축수업이고 그 후 26일(목), 27일(금)은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들은 목, 금, 토, 일 이렇게 나흘 연휴가 된다.
2월 20일(월) 즉 2월 세 번째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이라서 휴교이다.
3월 2일(목)은 2시간 단축수업이고 이어지는 3월 3일(금)에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금, 토, 일 이렇게 사흘 연휴인 셈이다.
4월 3일(월)부터 7일(금)까지 즉 한 주일 간은 봄방학(Spring Break)이다. 짧기도 하여라….

4월 13일(목)은 2시간 단축수업이고 그다음날인 14일(금)은 동방정교회의 성 금요일(Orthodox Good Friday)이라서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서방교회에서는 4월 9일(일)이 부활절 일요일이지만 동방정교회에서는 4월 16일(일)이 부활절 일요일이다.
4월 21일(금)은 이슬람교의 이드 알 피트르 축제일(Eid al Fitr)이라서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날은 이슬람의 종교적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났음을 축하하는 무슬림의 축제일이다.
5월 29일(월) 즉 5월 마지막 월요일은 현충일(Memorial Day)이라서 휴교다.
6월 16일(금)에 한 학년을 모두 마치며 학교별로 단축수업을 한다.

휴교일과 관련해서 궁금한 것이 생긴다. ‘우리의 설날은 왜 휴교일로 지정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다. 설날은 우리를 위시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음력 사용 문화권의 큰 명절이 아닌가 말이다. 생각해보았는데 설은 ‘종교와 무관하기 때문’인 것 같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매우 중요시하기에 기독교, 유태교, 힌두교, 동방정교회와 관련된 축일을 휴교일을 정했다. 그러나 설은 민속 행사일 뿐이고 종교와 무관하기 때문에 휴교일로 지정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