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또다시 자유 낙하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 노동 통계국의 5월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은 8.6% 치솟았고 임금(wages)과 급여(salaries)는 2022년 3월로 끝나는 12개월 동안 5.0% 인상되었다. 2020년 소비자 물가지수는 낮았다.
반대로 임금 수치는 엉망이었다. 저임금 근로자가 해고되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자율을 거의 0에 가깝게 낮추고 정부는 경제에 수조 달러를 투입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미국 경제는 놀라운 속도로 반등했다. 실업률은 2020년 4월 14.7%의 최고치에서 2022년 5월 3. 6%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강한 회복과 함께 작년 말 부터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고 경제가 용량 이상으로 거품을 일으키며 소비자 물가는 임금과 급여를 3.3% 큰 폭으로 앞지르며 중산층 생활 수준까지 잠식하고 있다. 매우 가파른 인플레이션은 소득 스펙트럼의 최하위 계층에 가장 큰 피해를 가한다. 대유행 때는 실직과 코비드 바이러스로 생 명을 잃고 폭등을 거듭하는 인플레이션은 또다시 그들의 삶을 궁지로 몰고 있다. 치명적인 이중 고통에 시달리는 이러한 현실은 1845년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표현한 대로 ‘사회적 살인’에 가깝다.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물가 상승 원인으로 대체적으로 5가지 요인을 말하고 있다. 천문학적 구조 지원금·공급 망 사슬의 붕괴·화물 운송의 병목 현상·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중국 상하이의 경제 폐쇄 등을 주요 원인으로 뽑고 있다. 과연 그럴까? 보다 솔직해 보자. 필자의 촉감으로는 인플레이션은 탐욕스럽고 음습한 곳에서 먼저 시작됐다.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 근거는 세가지다.
첫째, 팬데믹이 시작될 때부터 연준은 제로에 가까운 금리와 양적완화(QE)의 형태로 매우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펼치며 시장을 지원했다. 주식·부동산은 이러한 느슨한 통화 정책하에서 번창했다. 초저금리는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데 실패했고 자본 시장만을 부양하는 것이었다. 연준은 시장을 지지하는 데 중독되어 여러 데이터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주장하는 것처럼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몰고가며 묵시적인 방관 자세를 취했다.
둘째, 상품 판매 기업들이 고의적으로 공급 조절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급조절로 비 용이 줄고 초과 이익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생산량 추이를 예로 들면 2011년에서 2019년 사이에 평균 매년 10% 증가한 후 2020년에는 8% 감소했다.
2021년에는 생산량이 단 1%만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동안 미국 최대 기업의 이익이 3조달러에 달하고 있다. 더군다나 더 나쁜 것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파렴치한 기업들이 이윤을 훔치는 기회로 공급조절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탐욕(greed)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셋째,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이것이 자유시장의 변하지 않는 경전이 되려면 시장이 자율 경쟁상태여야 한다. 불행하게도 자유시장은 전혀 경쟁적이지 않다. 왜 그럴까? 기업합병과 독과점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CPI)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식품과 에너지 가격은 단순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식품산업에서 Tyson Food를 포함해 단 4개의 회사가 쇠고기 시장의 약 85%를 장악하고 3개의 회사가 닭고기 사업을 지배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Exxon Mobil을 포함에 상위 4 개의 정유회사가 2022년 시장의 57.63%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만연한 기업합병과 독과점은 경제의 많은 부분에서 이러한 가정을 뒤집고 지배적인 플레이어에게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CEO들은 공급을 늘리는 추가 비용보다 쉬운 가격 인상을 선택한다.
최근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과 몬데어 존스 하원의원이 발의한 ‘반경쟁합병금지법’(Prohibiting Anticompetiti ve Mergers Act) 과 같이 기업 통합을 해체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기업의 거대 합병을 막아야 한다.
미국은 이미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판단 요구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으로 경제가 꼬여 ‘일시적’(team transitory)오작동 현상이라고 진단하는 폴 크루그만과 제롬 파월, 그리고 급격한 유 가상승과 공급쇼크를 직면할 때 발생하는 ‘경기침체’(team stagflation)상태에 들어섰다고 진단하는 로렌스 서머 스와 올리비에 블랜차드 두 진영간의 논쟁이 뜨겁다. 한쪽은 물가가 치솟았지만 전체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높지 않고 경제 회복이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쪽은 1조 9000억 달러의 구제지원과 2021 회계 연도에 6조 8000억 달러를 지출하며 2조 7000억 달러의 적자를 낸 것이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연준은 머뭇거리지 말고 금리를 대폭 인상 해야 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긴축정책으로 하루빨리 돌아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 진영의 엇 갈리는 진단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사벨라 웨버 앰허스트 경제학과 조교수는 5월13일 뉴욕 타임즈 칼럼에서 ‘전략적 가격통제’(strategic price controls)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녀는 “가격을 상승시키 는 중요한 요소인 기업들의 이익 폭발을 두 진영은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도발적인 제안에 자 유시장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생산량 증가를 방해하는 조치라고 발빠르게 그녀를 비판하고 조롱했다. 특히, 폴 크루그만은 “나는 자유시장 광신도가 아니지만 그러나 이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공정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누가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연준은 월스트리트 전역에서 난리를 피우든 말든 시장이 어떤 혼돈이 닥치더라도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금융위기때는 부자들을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할 때이다. 기업은 가계의 구제지원금 포켓을 훔쳤고, 월스트리트는 연준의 양적완화를 탐했다.
그리고 기업은 공급망을 핑계로 초과 수익을 편취했고, 연준은 주식시장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인플레 이션과 함께 오는 실업률 하락에 노심초사하여 골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이다. 연준이 소외된 이들에게 독을 뿌리면 미국 경제는 벼락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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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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