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변화에 감춰진 중년난민 ‘빈곤·고립의 싱글공포’
▶ 취업난·주택문제로 만혼·비혼화… 50세까지 싱글 생애미혼율, 남 16.8%·여 7.6%로 폭증세, 저출산·고령화 속 복지 사각 놓여
1990년대 일본 폐쇄은둔족, 20~30년 동안 방치된 채 중년화…80대 부모가 50대 무직 자녀 부양, 생활고·자살 등 사회문제↑
인구변화는 저출산·고령화로 치환된다. ‘출산↓vs. 고령↑’의 트렌드가 빚어낸 셈법이다. 실제 관련통계는 ‘고령인구/전체인구’로 계산된다. 분모가 많고 분자가 적은 진분수가 안정적이라 기본모델로 ‘인구 피라미드(△)’란 비유가 붙는다. ‘진분수→가분수’로의 전환이 가파른 만큼 한국사회의 경계감·충격파도 비례한다. 다만 저출산·고령화는 수면 위의 확인실체다. 빙산 밑은 보여주지 못한다. 대표적인 게 중년이슈다. 인구변화는 연령연결로 완성되는데, 저출산·고령화만 부각되면 한가운데의 중년그룹은 제외·소외된다. 양육과 봉양을 떠받칠 현역인구로 일원화돼 정책대상이 아닌 사회지지의 활동주체로 이해된다. 역할에서 비켜서면 투명인간처럼 취급된다. 더는 곤란하다. 청년의 생채기는 중년의 중증화와 노년의 불치병에 닿는다. X세대가 중년이 됐듯 MZ세대도 그 뒤를 따른다. 이제는 인구변화에 가려진또 다른 사회이슈인 중년문제에 답할 때다.
높아진 결혼 허들은 심각한 출산감소와 인과성을 갖는다. 결혼해야 출산하는 사회란 뜻이다. 낮은 혼외출산율(2.3%)은 ‘결혼→출산’의 강한 전후관계를 뜻한다. 법적혼이 느슨한 스웨덴(55%)·영국(48%)과 비교된다(2018년). 문제는 결혼장벽의 자력등반이 쉽잖다는 점이다. 취업도 어렵거니와 전세 혹은 자가를 불문하고 집은 MZ세대의 가시권에서 벗어났다. 근로소득·주거확보의 딜레마가 초저출산(2021년 0.81명 출산율)을 심화시켰다. 서울만 봐도 작년 아파트값 최정점(중윗값 10억8,000만 원)과 출산율 최저점(0.63명)은 정확히 역비례한다. 따라서 만혼은 자연스럽다.
결혼적령기라도 준비부족으로 훗날을 기약하는 연기카드가 많다. 또 미뤄지면 자의반 타의반 홀로 사는 비혼현실에 봉착한다. ‘교육→취업→결혼→출산’의 선배모델을 의심·거부하기 시작한 X세대의 출현 이래MZ세대는 아예 결혼·출산을 양자택일의 선택지로 받아들인다. 인구위기선인 1.3명(2002년~) 밑에서 태어난 MZ세대가 20대가 되자 결혼포기·출산파업은 더 거세진다. 이들이 따르는 X세대는 4050대 중년에 들어섰다. 역시 달라진 트렌드의 신풍경을 연출한다. 결혼·출산 이력 없는 아줌마·아저씨의 등장이다. 가족결성 없는 중년인구의 출현이다.
전에 없던 현상은 아니다. 드물지만 평생독신도 있었다. 다만 냉랭한 시선은 불가피했다. 극소수였기에 관심이 적었고 개인 탓으로 돌리는 인식도 많았다. 앞으로는 아니다. 웃자란 중년의 퇴행으로 평하기엔 복잡다난한 시대압박이 더 큰 영향을 끼쳐서다. 특히 자발적인 사적선호일 수 있어 편견은 금물이다. ‘만혼→비혼’ 중 50세까지 혼자인 생애미혼율(45~54세 평균미혼율)은 남녀 각각 16.8%, 7.6%까지 늘었다. 2000년(1.6%, 1.3%)보다 폭증했다. 2025년엔21%, 1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만혼·비혼화가 낯설잖은 청년그룹의 중년화가 본격화하면 생애미혼율은 지금보다 더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20년 남녀 각각 25.7%,16.4%에 달한다. 총각아저씨·처녀아줌마가 더는 이례적이지 않다. 실제 ‘결혼→출산→해로’의 평범한 인생경로에 올라탄 1980년대생은 58%로 81%인 1950년대생보다 적다(경제산업성). 일본은 그나마 한국보다 사정이 낫다. 2021년 출산율도 1.32명이다. 이로써 일본은 평균인생조차 버거워진 후속 세대를 걱정하며 생애미혼을 사회문제로 흡수한다. 싱글중년은 곧 고립노년을 뜻해 사회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싱글중년의 대거 등장이 문제만은 아니다. 신트렌드란 점에서 욕구부응형 시장기회도 동반한다.
중년은 주력집단·사회허리지만, 청년·노년 이슈에 밀리고 가려져섬처럼 존재한다. 샌드위치처럼 앞뒤를 챙기는 책임과 부양만 강조된다. 물밑에 잠겨곪아가는 중년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박탈감과 소외감을 덜도록 불행해소를 위한 관심과 정책이 요구된다. 생애미혼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나,출현배경 중 일부는 시대변화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비자발적인 생애미혼이면 사회문제로 비화될 여지가 충분하다. ‘8050문제’로 칭하는 일본중년의 폐쇄은둔(국립국어원 순화어)화가 대표적이다. ‘히키코모리의 중년화’다. 무직빈곤·자택고립의 중년자녀(±50세)와 연금소득·유병생활의 노년부모(±80세)라는 조합을 나이대로 엮어 8050문제라 부른다. 80대 유병부모가 50대 은둔자녀를 먹여 살리는 기현상이자 불상사를 뜻한다. 생활고 후 동반자살과 두 세대 동시 고독사는 물론 부모사망 뒤 중년자녀가 굶어 죽거나 부모연금을 받고자 사망마저 숨기는 부정수급도 해당한다. 서로를 지탱하다 비극스토리로 막 내린 경우다. 2015~20년 일본의 고독사 사례를 보면 52%가 65세 미만의 중년인구다. 상당수가 중년의 폐쇄은둔족이란 의미다.
8050문제의 초점은 중년자녀에 맞춰진다. 평범한 인생경로에서 벗어난 빈곤·고립의 중년그룹의 폐쇄은둔화가 부모 사망 후 불거진 결과다. 시간이 경과하며 나타난 연속불행으로 근원불씨는 중년자녀의 청년시절을 향한다. 청년기 은둔경험으로 가족분화·사회데뷔 없이 20~30년을 보낸 게 중년의 폐쇄은둔족을 양산한다. 2030대 무직화된 니트족이 나이를 먹고 중년화된 셈이다. 2019년 실태조사에서 폐쇄은둔족은 115만 명으로 추산됐는데, 그중 40~64세가 61만 명이다. 청년·노년합계보다 많다. ‘폐쇄은둔족=중년인구’의 등식이 성립한다. 그나마 부모생전은 연금돈줄로 버티나, 안전망이 끊기면 빈곤·고립·질병의 트릴레마에 빠진다. 저출산·고령화에 가려진 중년의 폐쇄은둔족이 늘자 관련정책은 발 빠르다. 복지대상으로 품기 시작했고, 고립원인·개별특성을 고려한 맞춤접근에 나섰다. 성과를 위해 인식변화도 동반된다. 무책임적인 편견과 차별을 넘어 사회화를 위한 갈등과 화해에 주목한다.
한국도 금방이다. 장기화된 저출산은 곧 청년문제를 넘어 중년이슈로 확대된다. 낯선 사회현상을 이끌던 청년트렌드가 중년화되며 여진은 넓고 강도는 세진다. 표준경로를 벗어난 평생비혼·은둔고립의 중년은 생각보다 많다. 또 중년의 폐쇄은둔족은 개인불행을 넘어 사회갈등으로 비화된다. 일본의 전철을 밟아선 곤란하다. 만성화되면 내성은 커지고 약발은 별로다. ‘자녀지원〉노후대비’인 한국사회는 더더욱 갈등 증폭이 우려된다. 부모의 말년까지 중년자녀의 뒷바라지로 살얼음판인 노후풍경도 적잖다.
집값 급등 이후 부모의 최대숙제는 자녀의 내집마련이란 웃픈 말까지 들리니 오죽할까 싶다. 그렇다면 중년자녀는 노년부모의 신복병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자녀독립이 미완성·불충분해지는 시대변화를 볼 때 끝없는 부모지원은 핫이슈일 공산이 크다. 독립된 은퇴생활은 상상에 그친다. 불가역적인 자녀독립이 아닌 한 금전마련·신체건강은 무의미하다. 추세가 된 만혼·비혼화와 연장선상에서의 싱글중년은 결코 가벼운 현상일 수 없다.
물론 싱글중년은 자연스럽다. 결혼거부가 비난·지탄받지 않듯 나홀로의 생활스타일은 존중·응원받을 선택이다. 다만 불행연장의 장기화된 폐쇄은둔족은 줄이는 게 좋다. 표준경로를 걸어온 중년조차 실업위기·고립함정이 위협적이라 특히 폐쇄은둔화는 경계대상이다. 임
금피크제마저 위헌으로 판결 나 잠재적 정년연장의 중년고용을 유지할 기업은 별로 없다. ±50세면 퇴장하는 중년실업은 되레 확대될 확률이 높다. 재취업·창업마저 만만찮은 중년실업은 이들을 집 안에 함몰시킬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실업직면→좌절반복→폐쇄은둔’의 염려다. 짐은 가족에게 전가되며 그대로 난민화된다. 일본은 이를 ‘가족난민’으로 부른다. 가족지원이 끊기면 난민처럼 살아간다는 얘기다. 고령부모는 양육졸업은커녕 티도 못내는 평생보호의 얄궂은 운명에 좌절한다. 결국 온전한 자녀독립을 위한 선제노력·사회관심이 중년의 폐쇄은둔족을 줄이는 묘책이다. 인구변화·가족변용에 따른 제도수정도 필수다. 물론 인구변화에 가려지고 선배모델에서 벗어난 신중년의 집단출현이 불행위기만 뜻하진 않는다. 외롭되 당당한 싱글인생은 새로운 욕구발현과 사업기회도 제공한다. 다만 부정적인 은둔폐쇄족이 선구적인 혁신 싱글족의 뒷덜미를 잡아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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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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