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부서 복원하고 업무 제한 철폐…수사 가능한 ‘경제·부패범죄’ 적극 해석
▶ 범죄 액수 바꾸도록 대통령령 손질 가능성…법무부 “검찰 일 제대로 하자는 것”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0일(한국시간) 청주교도소를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의 '검찰 힘 빼기'로 수사 기능 위축을 겪은 검찰이 윤석열 정부 법무부의 조직 개편으로 직접수사 영역 확대를 모색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검찰 조직 개편 계획안을 담은 공문을 전국 검찰청에 보내고 의견을 요청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요범죄 단서를 발견한 일선 검찰청의 모든 형사부가 곧장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분장 사무를 고친다는 계획이다. 검찰총장의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예전처럼 사건 인지만 하면 수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수사팀 구성과 운영에 법무부 장관의 개입 여지를 남겼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조항을 삭제하고 지난 몇년 사이 '형사부'로 이름이 바뀐 과거 전문부서들의 기능과 부서명을 복원하는 등의 조치도 '문재인 정부 이전'에 가까운 방향 전환이다.
최근 3년 동안 추진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형사법령 개정은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검찰의 수사기능은 크게 인지수사(직접수사)와 송치사건수사로 구별할 수 있는데, 인지수사를 맡아온 부서와 인력을 줄이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 규모를 늘리는 형태다.
48개였던 일선 검찰청의 직접수사·전문부서 가운데 33개가 일반 형사부나 공판부로 전환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형사11부'로,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형사12부'로, 반부패수사4부는 '공판5부'로 바뀌었다. 대공·선거·노동사건을 수사했던 전국 검찰청의 공공수사부도 '형사N부'가 됐다.
바뀐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지난해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줄였고, 그마저도 일반 형사부는 검찰청별 맨 끝 부만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고서야 수사할 수 있게 제한을 뒀다. 형사부는 기본적으로 경찰의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곳이지 직접수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도 깔렸다.
법무부는 이런 '검찰개혁' 드라이브가 검찰 직접수사 총량 축소에만 치중한 나머지 민생 범죄나 긴급 현안에 검찰이 정상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조직 개편을 통해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무부의 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해 현행법을 고치지 않고도 검찰의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가 검찰과 관련한 대통령령 개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직접수사 가능 범위를 규정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손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수완박법' 통과로 오는 9월부터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는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어들게 된다. 또 지난해부터 시행된 수사개시규정에 따라 ▲ 4급 이상 공직자 ▲ 3천만원 이상 뇌물 사건 ▲ 5억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 5천만원 이상 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범죄 등 일정 규모를 넘는 범죄만 수사가 가능하다.
법무부는 조직 개편으로 이름을 되찾을 전문수사부서들이 '검수완박법' 틀 안에서도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관세나 조세, 첨단기술 이용 사기, 의약품 리베이트, 마약 수출입, 산업기술 유출 등은 모두 수사 가능한 '부패·경제범죄'에 속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수사개시규정이 부패범죄 11개, 경제범죄 17개 등으로 좁혀둔 범위에서 범죄 액수 등 제한을 손질하면 법 개정 없이도 수사 가능 영역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 중에 부패·경제범죄가 아닌 것이 별로 없다"면서 "'검수완박법' 입법 취지와는 다르겠지만 검사를 수사기관으로 둘 것이라면 수사 개시 범위를 한정할 필요는 없고, 현재 규정을 합리적으로 해석해서 열심히 수사하겠다는데 굳이 막을 이유도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이런 변화가 직접수사 확대 움직임으로 해석돼 정치권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한동훈 장관은 검찰 조직 개편안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취지를 뒤집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입법 취지는 검찰이 일을 제대로 하게 하는 것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령·법무부령 등 행정부의 규정을 만드는 것이 법무부 장관의 임무"라고 반박했다.
대검 관계자도 "법무부가 부패·경제범죄의 범주에 든다고 한 것은 현행법 하에서도 수사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원래 할 수 있고, 해야 했던 수사를 더 잘하라는 취지로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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