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막겠다” 장제원 “오해”…주도권 경쟁 막올리나
▶ 모임 일단 추진하지만…간사 이용호 “분란 씨앗 있다면 잠시 속도조절”
(서울=연합뉴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2022.1.27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그룹을 주축으로 한 대규모 의원 모임 '민들레'(가칭)가 당내 계파 논쟁에 불을 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민들레 모임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포스트 지방선거 국면에서 친윤그룹 세력화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특히 민들레모임의 취지와 성격에 대해 같은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그룹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서로 엇갈린 의견을 노출했다.
'원조 윤핵관' 내부에서도 분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는 가운데 여권 내 주도권 경쟁이 조기에 막을 올린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는 10일 민들레모임에 대해 "앞장서서 막겠다"라며 공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에 이런 식으로 단순한 공부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고 지양하는 게 맞다"라며 "자칫 잘못하면 계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갈등을 겨냥한 듯 "과거 정부 때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 분열로 이어져 정권연장 실패로 이어지고 당의 몰락으로 갔다"라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들레모임이 단순한 의원 공부모임을 넘어서, 현안에 따라 대통령실·정부 관계자를 연사로 초청하는 콘셉트로 구상 중인 점도 경계했다.
기존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당·정·대통령실 소통 채널인 당정협의회와 민들레모임의 역할이 일부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오찬에 참석한 이준석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들레모임과 관련, "우리끼리 모여서는 조금 얘기했지만, 대통령께 당내 자잘한 사조직에 대한 얘기를 꺼낼 정도로 심각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해당 모임이 '사조직'이라는 주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당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인데 '당 분열' 딱지를 붙이고 '사조직'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수용할 수 없다"라며 "그렇다면 여야의 많은 의원모임이 사조직인가"라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의 '계파 분열' 우려와 이준석 대표의 '사조직' 비판을 동시에 반박한 것이다.
장 의원은 "'당정대 모임'으로 운영방식과 취지가 잘못 알려진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의원모임을 바탕으로 주제별로 대통령실·정부 관계자를 연사로 초청해 운영한다는 청사진이 정부·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멤버십을 부여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는 게 장 의원의 설명이다. 민들레모임은 기존 당정협의체와 다르다는 주장인 셈이다.
나아가 장 의원은 권 원내대표에게 사전에 직접 민들레모임의 운영방식과 취지, 자신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면서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철규 의원과 함께 민들레모임 간사를 맡은 이용호 의원도 장 의원을 거들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민들레는 아직 출범조차 하지 않았고, 의원명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결코 특정인 중심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세력 규합을 위해 구성되는 조직이 아니며, 그렇게 운영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의 화합과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의원모임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고 민심을 수렴하는 것은 의정활동의 일환"이라며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민들레모임이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윤석열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다만 이 의원은 민들레모임을 둘러싼 당 내홍이 격화할 경우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출범 관련) 기본 입장에 변화는 없지만, 오해가 있거나 분란의 씨앗이 있다면 잠시 속도조절 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며 "이달 중 출범 계획이나 당 지도부가 예민하게 보고 있어서 충분한 소통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주 중 원내지도부와 모임 운영진들이 직접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의 극심한 반발과 공개 제동에도 민들레모임 측은 일단 결성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출범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당 일각에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개별 의원들에게 모임 가입을 만류하는 '설득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따라 실제 가입 원서를 내는 의원들의 움직임도 다소 주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모임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당 지도부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니 의원들도 분위기를 살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당내 갈등 기류에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갈등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은 국가의 대통령이지 무슨 당(黨)의 수장도 아니고, 당 문제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늘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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