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P 보도…인도·태평양 패권 둘러싼 미중 갈등 심화
중국이 비밀리에 캄보디아에 추진 중인 해군기지가 이번 주 착공식을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이 한층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이하 현지시간) 복수의 서방 관리를 인용, 확장 공사가 예정된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 북쪽에 중국의 비밀 해군 기지가 마련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9일 기공식이 열릴 예정이며, 이 자리에 주캄보디아 중국 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중국이 외국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기지를 건설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라며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첫 해외 기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캄보디아 측 입장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캄보디아 측은 헌법상 외국의 군사기지 건설을 허용하지 않으며, 기지 개조의 취지는 캄보디아 해군의 해양 영토 보전과 해상 범죄 척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미국 측이 캄보디아 측 입장을 묵살하고 악의적 추측을 거듭하며 먹칠하고 심지어 캄보디아를 위협·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괴롭히기 행태"라며 "중국과 캄보디아는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며, 양국 각 분야의 협력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對)중국 견제를 외교·안보 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미국 주도의 쿼드(Quad)를 비롯해 오커스(AUKUS) 등을 잇달아 출범하며 역내 동맹을 규합한 데 이어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과 함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하며 영향력 증대를 꾀해 왔다.
이미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비롯해 대만 문제, 남중국해 등을 놓고는 중국과 갈등을 공공연히 빚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캄보디아에 해군 기지를 은밀히 추진 중인 것은 미국의 이 같은 견제에 맞서 역내에서 강대국으로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실히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확인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서방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서안에 대형 선박을 주둔시킬 수 있는 해군 기지를 확보하게 되면 역내에서 확실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앞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후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 사모아 등 남태평양 도서국을 돌며 외교적 관계 강화에 힘을 쏟기도 했다.
한 당국자는 "인도·태평양은 중국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인 만큼,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중국 정부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도전 자체를 없애고 싶어하며, 이를 위해 경제, 외교, 안보 측면에서 강압과 징벌, 회유를 병행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019년 중국과 캄보디아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당시 양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WP는 그러나 중국 관리가 이와 관련해 기지의 일부가 중국군에 의해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관리는 기지를 중국군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과학자들도 함께 주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미 캄보디아 대사관은 해당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 캄보디아 양국 사이에는 레암 해군기지 확장 공사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비밀 사용에 대한 협약이 체결됐을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예측했다.
복수의 당국자들은 또 중국군의 존재를 덮기 위해 레암 기지에서 이들은 사복 차림이거나 캄보디아군과 비슷한 군복을 착용한다고 전했다.
레암 기지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은 엄격히 제한된다.
캄보디아는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이어왔다.
캄보디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레암 기지 문제를 놓고 친중국 행보를 우려해 미국으로부터 무기 금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근 중국은 남태평양에 군사기지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와 체결한 안보 협력 협정상 중국 군함이 솔로몬제도에서 보급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는 내용을 근거로 서방 당국과 매체는 중국이 언젠가 군사기지 건설을 시도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3일 "중국이 남태평양 지역에 와서 하는 일은 민생 개선을 위해 도로를 보수하고 교량을 만드는 것이지 군대를 주둔시키고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중국은 2017년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마련할 때 한동안 쉬쉬하다 관련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추진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외신들은 2015년 5월 중국이 아프리카 진출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홍해 입구에 있는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지부티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그해 11월 관련 계약이 체결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서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협상 중"이라며 시인했다. 그로부터 1년 9개월 후인 2017년 8월 중국은 지부티에 조성한 해군 기지에 처음으로 군함을 입항시키고 주둔을 기념하는 의식도 거행했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인도·태평양을 두고 중국과 서방 사이의 신경전도 점점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4개국은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의 계기에 불법 조업 등에 대항한다는 차원에서 '해상 영역 파악을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PMDA)'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규 해군과 해안경비대에 이은 '제3의 해군'으로까지 불리는 중국의 해상민병대에 맞서기 위함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퇴역 군인들이 다수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해상민병대는 평소에는 어업을 하다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제3국을 향한 해상 시위에 참가하고, 해상에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중국이 주장하는 영해 안에 진입한 외국 선박을 추방하는 일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 미국과 남중국해 갈등 당사국들의 주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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